특검 ‘채상병 외압’ 녹취록 확보..."장관 지시, 혐의자 2명만"
||2025.07.20
||2025.07.20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참모였던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소장)이 해병대 수사단에 이어 국방부조사본부에도 채상병 수사 외압을 행사한 정황을 특검이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보좌관은 해병대에 채상병 사건 관련 수사 의뢰 대상을 줄이라는 지침을 준 당사자로, 해병대 수사단이 그 지시에 따르지 않자 이후 조사를 맡은 국방부조사본부에도 비슷한 지침을 줬다는 것이다.
특검은 박 전 보좌관이 이종섭 전 장관이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등 윗선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조사본부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조만간 박 전 보좌관을 소환해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20일 법조계와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실에 따르면 순직해병특검은 박진희 당시 군사보좌관이 2023년 8월 채상병 사망 사건을 재검토하던 국방부조사본부 영관급 장교 A씨와 대화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최근 확보했다.
2023년 7월 19일 채상병 사망 직후 초동 조사에 착수한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명시해 경찰에 이첩했는데, 군 검찰단은 해병대 수사단이 항명했다면서 사건 기록을 다시 회수했다.
국방부조사본부는 그해 8월 11일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기록을 넘겨받아 사건 재검토에 들어갔고, 8월 14일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혐의자를 6명으로 판단한 중간 보고서를 만들어 국방부에 검토를 요청했다.
녹취록에 담긴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과 A 씨와의 대화는 국방부조사본부가 해당 중간보고서를 만들어 국방부에 보낸 8월 14일 전후로 알려졌다. 녹취록에는 박 전 보좌관이 A 씨에게 '장관의 지시'를 거론하면서 혐의자를 줄이라고 압박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보좌관이 "(상부가) 원하는 대로 해주면 안 되냐"고 묻자 A 씨는 "장관의 지시냐"고 반문했고, 박 전 보좌관은 "장관의 지시가 맞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보좌관은 "혐의자를 6명으로 했는데, 2명만 하는 게 맞지 않냐"고 말하는 등 구체적인 혐의자 수까지 언급하면서 혐의자를 축소해달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국방부조사본부는 임성근 전 사단장 등 6명이 혐의가 있다는 판단을 거두고, 대대장 2명만을 혐의자로 적시해 8월 21일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 임 전 사단장은 최종적으로 혐의자에서 제외됐다.
박 전 보좌관은 이에 앞서 채상병 사건 초동수사를 맡았던 해병대 수사단에 혐의자를 줄이라는 지침을 준 인물이기도 하다.
박 전 보좌관은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다는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회의 다음 날인 2023년 8월 1일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지휘 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주십시오"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박정훈 대령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바 있다. 임성근 전 사단장 등 현장에 있지 않았던 부대 지휘관들은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취지다.
박 전 보좌관은 2023년 8월 군검찰 조사에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의 초동 조사가 "졸속수사"였다고 비판하고, 이종섭 전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에 대해선 "매우 적절한 판단"이라고 옹호했다. 그는 채상병 사건이 발생한 그해 말 장성 인사에서 소장으로 진급해 육군 56사단장으로 부임했다. 특검팀은 조만간 박 전 보좌관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