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남길 "트리거를 당기는 순간? 결국 자멸이겠죠"
||2025.07.29
||2025.07.29
"저도 트리거를 당기고 싶을 때가 있죠. 하지만 트리거를 당기는 순간? 결국 자멸이라고 생각해요. 화를 내봐야 무슨 도움이 될까요."
"이도 역시 마찬가지였겠죠. 소중한 사람들을 총 없이도 지킬 수 있다는 이도의 모습을 자제하고 절제하면서 표현하고자 했어요. 똑같이 대응하기보다 그 상황에 들어가서 막아보자는 마음으로 접근했죠."
분쟁 지역에서 스나이퍼로 복무했던 이도는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를 죽여야 했던 기억을 트라우마로 가지고 있다. 경찰로 살아가는 지금, 총을 들지 않고 정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사건 현장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총알이 발견되고 총기 사건이 이어지자 이도는 다시 총을 든다.
지난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극본 권오승·연출 권오승, 김재훈)는 대한민국에 평범한 택배로 위장한 출처 미상의 불법 총기가 배달되는 혼란한 사회를 배경으로, 각자의 이유로 총을 들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고시원에서 소음에 시달리는 고시생부터 아들의 억울한 죽음에 사과받으려는 엄마, 지독한 괴롭힘에 좌절한 학교폭력 피해자, 충성한 보스에게 버림받은 건달, 전세 사기로 자식을 잃은 부모까지. 현실의 극심한 고통 속에 돌파구를 찾으려는 이들에게 총이 무상으로 배달되고, 이도는 이들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29일 맥스무비와 만난 김남길은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이도가 총을 들지 않고도 사람을 보호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파출소 순경이 됐는데 불가항력적으로 다시 총을 들지 않나. 이도는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을 것 같다"며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 이도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밝혔다.
● "우리나라와 총기는 어울리지 않지만..."
'총기 청정국'인 우리나라에 출처를 알 수 없는 불법 총기가 배달되고, 연쇄적으로 총기 사건이 발생하다는 소재는 낯설면서도 섬뜩하다. 무엇보다 최근 인천 송도에서 일어난 총기 살해 사건을 계기로 총기 사건은 상상력의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없게 된 점도 이 작품을 주목하게 한다. 공교롭게도 현실과 맞닿은 설정은 작품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며 '트리거'가 던지는 메시지에 무게를 실어준다.
"우리나라와 총기는 어울리지 않지만 어떻게 보면 어울리기도 해요. 실생활과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분단국가이고, 군대에 간 남자들은 총기를 다룰 줄 알잖아요. 아이러니하지만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죠.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판타지적인 이야기이다 보니까 신선하다는 생각을 했고, 공개 이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런 김남길에게 작품 공개 불과 며칠 전 벌어진 총격 사건은 걱정스러운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충격적이었던 건 작품 속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다만 '트리거'는 총 자체가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메시지를 명확히 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각자가 지닌 분노와 갈증, 이데올로기가 총이라는 도구를 만났을 때 어떻게 표출되는지를 보여주는데, 앞으로를 살아가는 세대들을 위해서라도 총을 들지 않고 '서로 양보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설명했다.
● 선배이자 어른 김남길 "책임감 가지고, 사랑 돌려줘야죠"
SBS 드라마 '열혈사제' 시리즈,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아일랜드'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도적: 칼의 소리'는 물론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과 '보호자' 등 다양한 장르에서 폭넓은 액션 연기를 선보인 김남길이지만 '트리거'에서의 액션은 달랐다. '총을 들고 싶지 않다'는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이번 작품에서 화려하고 뽐내는 액션이 아닌, 절제되고 방어적인 액션을 선보이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도는 총을 쏠 수 있고 특수부대 출신이잖아요. 분명 팝콘무비처럼 통쾌하게 보여줄 수도 있지만 철학적인 부분이 담겨 있는 인물이다 보니까 자제하려고 했어요. 총을 들지 않아도 사랑하는 이들과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마음을 고쳐먹은 인물이니깐요. 볼거리도 중요했지만 액션을 위한 액션이 아닌 작품을 위한 액션으로 접근하려고 했습니다."
김남길은 2003년 데뷔해 작품을 이끄는 주역으로서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제 촬영 현장에서도 선배가 됐다. "책임감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주인공이라고 나서는 것이 아니라 조연들이 더 잘 보이게 하는 것이 주인공의 몫인 것 같다"며 "배우라는 직업은 공동체의식, 팀워크가 중요한 직업인데 부족하면 끌어주고 때로는 총대를 매는 것도 필요해서 그걸 도맡아서 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책임감 있는 선배이자 자신의 사랑을 사회에 돌려줄 줄 아는 어른이기도 하다. 2015년 문화예술NGO '길스토리'를 설립해 다양한 글로벌 공공예술 캠페인도 펼치며 사회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지난해 제작한 단편영화 '문을 여는 법'은 자립준비청년과 사회적 관심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며 호평받았다. 그는 "대중문화예술을 하는 사람이니까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남길은 "자립준비청년들에게는 기댈 수 있는 어른이 없다. 그들이 꿈을 잃어버리지 않게 도와주려고 한다. 그들이 성공에 가까워지거나 본인 스스로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궤도에 올랐을 때 자신이 받은 도움을 다른 이들에게 돌려주지 않을까 한다"며 "직업이 배우이다 보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안에서 하는 것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 "'팔공산' 윤경호, 주지훈과 만나면 한 마디도 못해"
'트리거'를 알리는 홍보 과정에서 김남길은 1980년생 남자 배우들의 모임인 '팔공산'의 멤버인 윤경호가 지닌 수다쟁이 면모를 공개했는데, 이에 윤경호는 자신이 아닌 "김남길이 말이 더 많다"고 반박해 웃음을 자아냈다. 일련의 상황에 김남길은 "(윤경호는)자기객관화가 안 돼있다"며 "윤경호, 주지훈과 모이면 저는 한 마디도 못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렇지만 김남길은 팬미팅을 5시간 한다고 알려진 '투머치토커'로 유명하다.
"말만 하는 건 아니에요. 중간에 게임 등 여러 프로그램이 있고 팬들이 준 편지를 다 읽어봐요. 본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어떤 것에 힘을 얻었는지 적는데 제 연기가 '후지다'는 얘기도 하더라고요. 하하! 팬미팅할 때 그런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그러다 보니까 길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늘 목마르고, 언제든지 떠들 준비가 돼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