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포테이토 지수 78%] ‘트리거’ 총기 청정국에 울린 경고음 '한국사회 지옥도'
||2025.07.30
||2025.07.30
한때 대한민국은 '마약 청정국'이라 불렸지만, 이제 각종 마악류가 범람하고 무너진 유통 관리로 그 지위를 잃고 말았다. 그렇다면 총기는 어떨까. 여전히 '총기 청정국'의 지위는 견고하지만 최근 유튜브를 통해 불법 총기 제작 방법을 익힌 한 남성이 아들을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며 그 신뢰에도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총기와는 거리가 멀다고 여겨졌던 한국 사회에도 불안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이러한 현실과 맞물려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는 섬뜩할 정도로 시의적절한 상상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택배를 통해 총기가 풀린다'는 설정에서 출발해 총으로 인해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지옥도를 그려낸다.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총기와 사회 곳곳에 울려 퍼지는 총성은 지금의 한국 사회에 울리는 새로운 경고음처럼 다가온다.
무엇보다 '트리거'는 '남의 택배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한국 특유의 정서를 매개로 무기를 유포한다는 설정을 통해 더욱 강한 현실감을 부여한다. "갈등이 고조된 사회에서 누군가 악의를 갖고 총기를 배포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권오승 감독의 질문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누가, 왜 총을 들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트리거'는 '총'을 단순히 주인공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액션의 도구로 소비하지 않는다. 고시원, 경찰서, 지하 주차장, 목욕탕, 학교 등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에서 개인의 울분 혹은 탐욕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을 포착하며 일상 속에 숨어 있는 폭력성과 불안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과격하지만 결코 허구로만 치부할 수 없는 분노와 충동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지금의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
● 이도는 왜 다시 총을 들었나
어느 날 대한민국에 출처를 알 수 없는 불법 총기가 택배로 배달되며 사회는 순식간에 혼란에 빠진다. 파출소 순경 이도(김남길)는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총기 사건이 누군가의 계획에서 비롯됐음을 직감하고 수사에 나선다. 과거 분쟁지역 스나이퍼로 복무했지만 더 이상 총을 들지 않기로 결심했던 그는, 다시금 총을 들어야만 하는 상황과 마주한다.
수사를 이어가던 이도는 의문의 남자 문백(김영광)과 마주하고, 두 사람은 뜻밖의 공조를 시작한다. 총을 받은 이들과 그 총기를 둘러싼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트리거'는 분노조절장애, 학교폭력, 병원에서 벌어지는 집단 괴롭힘, 전세 사기 등 우리 사회 속 일상적인 문제에 총기가 더해졌을 때 어떤 비극적 결과가 벌어질 수 있는지를 선명하게 그려낸다.
'트리거'는 총기에 익숙하지만 동시에 그 위험성과 파괴력을 잘 아는 이도라는 인물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총기를 쥔 약자가 악인을 제압하거나 반대로 악질적인 범죄자에게 총기가 쥐어졌을 때 그 여파가 어떻게 걷잡을 수 없이 확장되는지를 함께 보여준다. 총기의 양면성과 사회적 파급력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규칙을 지키지 않는 세상에 분노하는 공시생부터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고로 죽은 아들의 죽음에 사과받으려는 엄마, 지독한 괴롭힘에 시달리는 학교폭력 피해자, 충성한 보스에게 버림받은 조직의 심부름꾼, '태움' 피해에 시달리는 신입 간호사, 전세 사기로 자식을 잃은 부모 등 자신만의 트리거(방아쇠)를 가지고 있는 이들을 에피소드의 주인공으로 내세워 총기가 불러온 비극을 긴박하게 그린다.
이 과정에서 이도는 통쾌한 액션으로 이를 해결하기보다 묵직한 사명감과 책임의식으로 사건에 맞서며, 총을 드는 것이 아닌 총을 멈추게 하는 선택을 하도록 이끈다.
다만 '트리거'는 전개 방식의 반복성과 인물 설정의 진부함으로 아쉬움을 남긴다. 총기라는 강력한 장치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회문제를 조명하려는 시도는 엿보이지만 여러 인물들이 비슷한 상황에서 총기를 사용하는 갈등 구조가 반복되며,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급격하게 느슨해진다.
이처럼 반복되는 설정은 각 인물의 심리적 변화나 극단적인 선택에 따른 파장을 충분히 설득력 있게 담아내지 못한다. 총기 난사 사건이 반복해 벌어지는 데도 인물 간의 감정이나 관계가 얕게 그려지는 한계도 있다. 출처 불명의 총기가 배달된다는 설정 자체가 드라마틱한 상상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대한민국에 총기를 퍼뜨리려는 악인이 품은 동기가 전체 이야기에서 겉돈다.
'트리거'는 강렬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국형 총기 재난 스릴러라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지만, 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구성의 다양성과 감정의 깊이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했다. 결국 무게 있는 기획 의도에 걸맞은 완성도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와 마주하게 된다. 그렇지만 혐오와 갈등이 팽배한 지금 이 시대에 '트리거'는 현실의 민낯을 드러낸 문제작으로, 우리 사회의 균열과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출 : 권오승 / 각본 : 권오승, 김재훈 / 출연: 김남길, 김영광, 길해연, 박훈 외 / 장르: 드라마, 액션, 범죄, 재난, 스릴러, 사회 고발 / 공개일: 7월25일 /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 회차: 10부작 / 플랫폼 : 넷플릭스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