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작가’ 전성시대 열렸다, 경험 녹인 '서초동'·'에스콰이어' 주목
||2025.08.11
||2025.08.11
현직 변호사인 작가들이 집필한 법정 드라마가 잇달아 호평을 받으며 '변호사 작가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지난 10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서초동'과 방송 중인 JTBC 토일드라마 '에스콰이어: 변호사를 꿈꾸는 변호사들'은 변호사 작가들이 쓰는 변호사들의 이야기로 주목받고 있다. 치열한 법정 다툼을 다루면서도 변호사들의 세계를 세밀하게 묘사해 차별화에 성공한 작품들이다.
현재 변호사로 일하는 이승현 작가가 집필한 '서초동'(연출 박승우)은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 있는 형민빌딩에 입주한 법무법인들에서 일하는 어쏘시에이트 변호사들의 일상과 사건을 통해 이루는 성장을 그렸다. 소속은 달라도 한 건물에서 일하는 5명의 젊은 변호사 안주형(이종석) 강희지(문가영) 조창원(강유석) 배문정(류혜영) 하상기(임성재)을 통해 변호사라는 직업을 거대한 악을 물리치거나 정의를 구현하는 '히어로'가 아닌 현실 속 '직장인'으로 묘사하며 짙은 공감을 자아냈다. 마지막 회에서는 각자의 꿈을 찾아가는 5명의 어쏘 변호사의 새로운 일상을 비추면서 시청률 7.7%(닐슨코리아·전국기준)로 막을 내렸다.
박미현 작가가 극본을 쓰는 '에스콰이어: 변호사들 꿈꾸는 변호사들'(연출 김재홍·에스콰이어)은 사회 초년생 변호사 강효민(정채연)과 냉철하지만 최고의 실력을 지닌 파트너 변호사 윤석훈(이진욱)이 다양한 사건을 해결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10일 방송한 4회에서는 아동학대 의혹에 놓인 의뢰인의 사건을 두고 효민과 석훈이 대립했다. 이 과정서 석훈은 아동학대 사건을 치밀한 방식으로 응징하며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했고, 시청률도 8.3%까지 올랐다. 지난 2일 3.7%로 출발해 매 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 '서초동'·'에스콰이어', 현장감의 비결은 현직 변호사 작가
'서초동'의 이승현 작가와 '에스콰이어'의 박미현 작가는 모두 현직 변호사로,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한 생생한 법조 현장 묘사를 강점으로 한다. 치열했던 어쏘시에이트 시절의 에피소드와 사건 뒤에 숨겨진 인간사, 법정 밖의 갈등과 고민까지 세밀하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에게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안긴다.
이승현 작가는 "변호사로 일하면서 보고 듣고 겪은 일들로부터 느낀 감정이나 생각이 저도 모르게 쌓였다"며 "조금은 낯선 변호사들의 세계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과 이야기로 채우고자 했다. 주인공들이 주변에서도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점이 기존 변호사 드라마와 가장 큰 차이"라고 밝혔다. 대학 때부터 영화 시나리오 집필에 관심을 두고 꾸준히 작업을 해온 덕분에 극본가로 인상적인 데뷔를 할 수 있었다. 박승우 감독은 이 작가와 첫 만남 당시 로펌에서 일하다가 막 퇴근하고 온 정장 차림의 모습을 보고, 작가와 이번 작품에 더 호감을 갖게 됐다고도 설명했다.
'에스콰이어'의 박미현 작가 역시 현직 변호사로 전문성을 살리지만 극을 집필하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드라마의 배경인 대형 로펌 율림의 송무팀에 소속된 변호사들은 매회 새로운 사건을 맡는다. 이때 드라마가 그리는 소재는 실제 사건을 극화하거나 모티프를 얻는 방식 대신 '각 법리에 바탕을 둔 순수 창작물'을 기본으로 한다. 드라마에 필요한 법리를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가상의 사건을 창작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과정에서 박미현 작가는 "사랑"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작가는 "법의 공간 안에서 사랑을 탐구해보고 싶었다"며 "사람은 감정이 극에 달할 때 법을 찾게 되고 그중에서도 사랑은 가장 복잡하고 뜨거운 감정이다. 매 회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소송이라는 구조에 담고자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에스콰이어'는 애타게 아이를 갖고 싶은 부부가 병원의 실수와 냉대로 고통받는 상황이나 어린 아들을 향한 집착을 사랑이라고 믿는 엄마의 어긋난 모성애 등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만든 사건이 법정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주목받고 있다.
현장을 잘 아는 작가들의 강점은 배우들의 연기에도 힘을 보탠다. '서초동'의 류혜영은 "작가님이 실제 변호사로 일하고 있어서 변론 장면에서 어떤 톤으로 해야 할지, 사건별 법정 분위기는 어떤지 세세하게 물어보고 참고했다"고 밝혔다. 문가영 역시 현실감을 살린 연기를 위해 이승현 작가에게 계속 질문하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촬영을 이어갔다.
● '굿파트너' 성공이 만든 '변호사 작가' 열풍
현직 변호사가 집필한 드라마들이 주목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방송한 SBS '굿파트너'는 실제 이혼 변호사로 일하는 최유나 작가가 현실적인 이혼 사건과 변호사의 이혼 과정을 풀어내며 최고 시청률 17.2%를 기록했고, 주인공 장나라는 2024년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최근 일어난 '변호사 작가' 열풍을 지핀 결정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내년 방송을 목표로 제작이 추진 중인 시즌2 역시 최유나 작가가 다시 집필한다.
법조계뿐 아니라 의사 출신 작가의 작품도 최근 인기다. 이비인후과 전문의 한산이 작가(본명 이낙준)의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를 원작으로 해 지난 1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는 응급실의 극한 상황과 의료 시스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조명하며 화제를 모았다.
전문직 출신 작가들의 작품은 인간적인 서사와 함께 직업 세계의 디테일을 정밀하게 담아내며 마치 실제 현장을 보는 듯한 생동감으로 사회의 단면을 정확하게 포착한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의 몰입과 공감을 동시에 이끌어내며 새로운 장르적 매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흐름은 오는 11월 방송하는 tvN 새 토일드라마 '프로보노'(가제)가 이어간다. 판사 출신 문유석 작가가 집필한 드라마로 출세 지향적인 속물 판사가 본의 아니게 공익 변호사가 되는 내용이다. JTBC '미스 함무라비' tvN '악마판사'를 통해 '문유석표 법정극' 힘을 입증한 그가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펼칠지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