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포테이토 지수 82%] ‘파인: 촌뜨기들’, 마음보다 머리를 써야 할 때
||2025.08.14
||2025.08.14
바다에 가라앉은 보물을 찾아 부자가 되고 싶지만 머리가 따라주지 않는다. 마음은 급한데 전략은 없다. 일단 '내 것'부터 챙겨고 봐야 하니, 거짓말은 쉽고 배신은 더 쉽다. 욕망이 앞선 이들을 기다리는 건 분명 파국인데도, 무턱대고 행동부터 하는 촌뜨기들에게는 사실 불가능한 일도 없다.
배우 류승룡과 양세종, 임수정이 주연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은 1977년을 배경으로 목포 신안 앞바다에 가라앉아 있는 보물선에서 고려 시대 도자기를 건져 부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만드는 이야기다.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지만, 1970년대 초반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신안 앞바다 보물선 '신안선 사건'을 극화한 작품이다.
과거 원나라 무역선이 신안 앞바다를 오가면서 침몰해 배에 실린 도자기들이 그대로 바다에 수장된 사건은 흥미진진하다. 당시 어부의 그물에 우연히 걸린 원나라 도자기가 보물로 판명되자, 신안 앞바다에는 '바다의 복권'을 먼저 차지하려는 도굴꾼들이 모여든다.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사기꾼이 된 관석(류승룡)과 그가 조수처럼 부리는 조카 희동(양세종)도 빠질 수 없다.
이들은 도자기를 건져 올려주면 거액을 주겠다는 사업가 천회장(장광)과 골동품 브로커 송사장(김종수)의 의뢰를 받고 신안으로 향한다. 좋은 건 금방 소문이 나기 마련. 관석이 천회장의 운전기사인 전출(김성오)까지 대동하고 도착한 목포에는 도자기를 찾으려 부산에서 온 김교수(김의성)와 그 하수인이 된 건달 벌구(정윤호)가 있고, 욕망에 가득 찬 황선장(홍기준)과 도자기 감별 전문가 하영수(우현), 이미 지은 죄가 많은 잠수사 고석배(임형준)와 잠수부 이복근(김진욱)도 있다. 각자 역할이 있지만 한 데 모이면 오합지졸인 이들은 관석의 주도 아래 바다로 향하고, 통째로 가라앉은 보물선을 발견하고 해경의 눈을 피해 도자기 인양을 시작한다.
● 밀도 높은 이야기보다 매력적인 캐릭터에 방점
'파인: 촌뜨기들'은 투박한 드라마다. 도자기로 한 탕을 노리는 오합지졸들이 모여 앞뒤 계산 없이 내 몫만 생각하다가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다. 올라탄 배가 난파선인 줄도 모른 채 손에 쥔 도자기를 놓지 않으려 아귀다툼을 벌이는 인간 군상은 '웃프다'. 무식하고 엉성한 인물들에게 전략이 있을 리 없다. 내가 더 차지하려고 배신을 거듭하는 인물들은 정작 어렵게 건진 도자기들을 앞에 두고 속고 속이다가 아무것도 손에 넣지 못한 채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처음 관석과 희동을 중심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매회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해 세를 급격하게 키운다. 새로운 캐릭터가 회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데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도자기를 건지고, 누군가를 속이고 죽이고, 또 도자기를 건지는 과정의 반복이다. 무언가 큰 판을 벌릴 것 같지만 이야기는 소박하게 흘러간다. 살인이 벌어져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도자기에만 집착하는 인물들로 인해 이야기가 극적으로도, 절박하게도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엉성하고 순박하지만 욕망만큼은 용광로처럼 들끓는 인물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적재적소에서 빛난다. 밀도 높은 이야기보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능력을 보이는 강윤성 감독의 특징은 이번 '파인: 촌뜨기들'에서 다시 확인된다. 주요 캐릭터가 20여명에 달하지만, 짧게 스치는 인물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캐릭터를 살리는 데 탁월한 감독의 힘이다.
그 틈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존재는 천회장의 아내이자, 돈에는 사활을 건 양정숙이다. 배우 임수정이 연기한 양정숙은 회사 경리로 일하다가 늙은 회장의 눈에 들어 후처가 된 뒤 각종 돈놀이로 부를 축적한 인물. 도자기가 돈이 될 것 같자, 그 판을 주도하면서 천회장부터 관석까지 쥐락펴락한다. 등장인물은 많지만 아무도 전략을 펴지 않는 '파인: 촌뜨기들'의 중심에서 유일하게 '머리를 쓰는' 캐릭터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임수정은 최근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에서 1970년대 영화 촬영 현장에서 우여곡절을 겪는 배우 역할을 능청스럽게 소화한 데 이어 이번 '파인: 촌뜨기들'에서도 1970년대 산전수전 겪은 생활력 강한 욕망의 화신 양정숙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다. 연기의 날개를 단 듯, 상황에 따라 얼굴을 바꾸는 양정숙이 임수정을 만나 원작을 뛰어넘는 캐릭터로 탄생했다.
● 휘몰아치는 엔딩, 진짜 주인공은 도자기
'파인: 촌뜨기들'에서는 혈연도 지연도 필요없다. 믿을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인물들 사이에 배신이 난무하다보니 극이 진행될수록 배신이 더는 긴장을 자극하는 '반전'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인물들이 워낙 많아 마지막 10, 11회에서는 각 캐릭터의 최후를 보여주는 데 주력하다가 곳곳에 빈틈도 노출한다. 어렵게 건진 도자기를 제대로 만져보지 못하고 비극으로 치닫는 인물들의 최후를 그리면서 앞뒤 설명을 생략하고 욕망이 더 큰 욕망을 집어 삼키는데 방점을 찍는다.
그럼에도 드라마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은 도대체 보물이 누구 손에 들어갈 것인지 궁금증을 유발하기 때문. 도자기 인양을 주도한 관석, 머리를 쓴 정숙, 돈을 댄 천회장, 간교한 사기꾼 김교수, 아무도 예상 못한 다방 직원 선자(김민)일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 손, 저 손 옮겨 다니는 도자기를 볼 때마가 혹여 깨지지 않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하기까지 하다. '파인: 촌뜨기들'의 진짜 주인공은 바다에서 건진 도자기들이다.
엔딩은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쿠키 영상까지 꼭 봐야 진짜 결말을 알 수 있다. 촌뜨기들을 죽고 죽이게 만든 도자기의 이야기는 '실화'다. 당연히 실물도 볼 수 있다. 목포해양유물전시관에 그대로 보존돼 있다. 극중 희동이 바다에서 발견한 보물선의 원형까지 완전하게 복원해 전시돼 있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공간이다.
연출 : 강윤성 / 극본 : 강윤성, 안승환 / 출연: 류승룡, 양세종, 임수정, 김의성, 김성오, 홍기준, 장광, 김종수, 우현, 이동휘, 정윤호, 임형준, 이상진, 김민 / 장르: 드라마, 범죄 / 공개일: 7월16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회차: 11부작 / 스트리밍 : 디즈니+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