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매기 강 감독 "관객은 진짜를 원한다"...후속편부터 진우 죽음까지 전부 답했다
||2025.08.22
||2025.08.22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매기 강 감독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관객들의 의견에 맞추려는 순간 진정성이 사라진다"며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그 누구보다도 "진짜를 원한다"며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한국적인 감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보여주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K팝과 한국문화를 소재로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증명한 매기 강(강민지) 감독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케이팝 데몬 헌터스' 내한 기자 간담회에서 작품이 전 세계인들의 공감을 얻은 이유와 작품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매기 강 감독은 대부분의 답변을 한국어로 했지만, 생각이 필요한 질문에는 영어로 자신의 의견을 풀어냈다.
지난 6월20일 공개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사랑받은 매기 강 감독이 금의환향해 다양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대담을 나누고, 국립중앙박물관도 찾았다. 서울에서 태어나 다섯살에 가족과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을 간 한국계 캐나다인인 매기 강 감독은 드림웍스, 워너브라더스 등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하면서 경력을 쌓았고, 이번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기획하고 연출해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 "한국영화, 문화나 디테일 정확해야했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강력하게 품어왔다"는 매기 강 감독은 "저를 한국인이라고 소개하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도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한국어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문화에 긴밀하고 근접하게 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2~3학년 때였어요. 선생님이 지도에서 한국을 못 찾더라고요. 제가 지도에서 짚었는데 중국, 일본과 색깔도 달랐죠. '우리나라를 이렇게 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우리나라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K팝 슈퍼스타인 3인조 아이돌 그룹 헌트릭스가 화려한 무대 뒤 세상을 지키는 숨은 영웅으로 활약하는 내용을 그린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의 문화와 K팝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공개 이후 국내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해외에서 많은 한국 콘텐츠를 보면 틀린 게 많다"고 돌이킨 강 감독은 "'뮬란'도 중국 이야기인데 기모노 스타일의 옷을 입지 않나. 한국영화를 만드는데 한국문화나 디테일을 정확하게 하고 싶었다. 물론 혼자서 한 건 아니다. 멤버들이 많았다. 틀린 게 있으면 바로 고치며 함께 만들어갔다"고 이야기했다.
'케이팝 퇴마 액션'이라는 독창적인 장르는 처음부터 "우리 문화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강 감독은 "저승사자나 도깨비가 한국만의 특별한 이미지라고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악령 퇴치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K팝은 마지막에 떠올렸다. 7~8년 전에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K팝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는데 이야기로 풀지는 못했다. 그때 '내가 해볼까?'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K팝과 퇴마가 뭉치면서 재밌는 콘셉트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헌트릭스는 악령으로부터 세상을 지키는 비밀 수호자라는 비밀을 지녔다. 무대 위에서는 슈퍼스타이지만, 무대 밖에서는 초자연적 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영혼을 지키는 악마 사냥꾼인 헌트릭스는 보이 그룹으로 위장한 악령인 사자 보이즈와 맞선다.
헌터들과 악령의 전투 장면에서는 조선시대 무기인 사인검(루미), 월도(미라), 단검(조이) 등 각기 다른 전통 무기를 활용한 디테일이 눈길을 끌었다. 작품 곳곳에는 인사 예절이나 목 상태가 나빠지자 한의원에서 한약을 짓는 모습, 수저 밑에 티슈 한 장을 깔아두는 습관 등 디테일한 한국 고유의 문화와 전통 건축물과 현대 도시 풍경이 어우러져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조화롭게 담아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 "전 세계가 열광한 이유?"
노래의 힘으로 악령과 싸우는 헌트릭스의 활약은 그야말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꺾이지 않는 흥행세로 지난 17일까지 누적 시청수 2억1050만을 기록하며 현재 넷플릭스 영화 부문 역대 1위 자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1위는 '레드 노티스'(2억3090만 시청수)로, 두 작품의 격차는 불과 2040만 시청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대사는 대부분 영어로 이뤄졌지만 작품 전반에는 한국적인 색채가 짙게 배어 있다. 저승사자, 도깨비, 호랑이 귀신, 당산나무 등 전통 신앙의 요소뿐만 아니라 한약, 남산타워, 기와집 같은 생활문화와 건축물 그리고 응원봉과 굿즈 같은 K팝 팬덤 문화까지 세밀하게 반영돼 한국적인 감성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한국적인 소재로 전 세계를 열광시킨 이유에 대해 강 감독은 "영화는 장벽을 허무는 최상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영화의 매력은 이야기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캐릭터에 감정적으로 공감을 가지기 때문이죠.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은 사랑받고 안정되고 인정받길 원한다고 생각해요. 또 자기 안에 숨기고 싶고, 수치심을 느끼는 지점이 있어요. 영화가 그런 지점을 다루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었다고 봐요."
실제 강 감독은 초창기에 여섯살 아이에게 영화를 보여줬는데 그 아이로부터 "루미가 가진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봐 두려워하고 숨기고 싶은 부분이 있지 않나.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연령이나 성별, 인종을 넘어서 사랑받은 것이 아닐까 한다"고 짚었다.
K팝과 뮤지컬을 결합한 작품은 화려한 비주얼과 액션, 판타지, 오컬트를 자연스럽게 결합해 재미를 선사한다. 더 나아가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우정, 희생 등 보편적인 주제까지 아우른다. 실제 루미는 악령 사냥꾼이자 악령의 힘을 지닌 존재로, 정체성과 내면의 혼란과 갈등을 겪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 과정서 강 감독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통해 궁극적으로 수치심을 다루고 싶었다"고 했다.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뤄지지 않은 주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업계의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그 생각을 바꾸고자 움직이고 있다"며 애니메이션이 "'아이들만을 위한 전유물이 아니다'는 생각의 변화를 가져오고 싶었고 그러다 보니까 복잡하고 다층적인 서사를 원했다"고 밝혔다.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깨기도 했다. 헌트릭스 멤버들은 다채로운 표정을 짓는데 "(다른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했을 당시)여자 캐릭터는 못생기거나 바보 같고 너무 웃기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제 작품을 만들 때는 얼굴도 웃기게 하고 음식도 이상하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마치 저 같은 모습"이라고 웃었다.
● '골든' 탄생 비하인드.."최종본 듣고 울어"
무엇보다 작품의 가장 큰 흥행 동력은 중독성 강한 음악에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는 이야기와 정체성의 핵심 축으로 작동하며 영화와 음악의 시너지를 이끌어냈다. 극 중 삽입곡 '골든'(Golden)과 '하우 잇츠 던'(How It's Done) '유어 아이돌'(Your Idol) '소다 팝'(Soda pop) 등은 실제 글로벌 음악 차트에서도 반향을 일으키며 콘텐츠와 음악의 동시 흥행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강 감독은 블랙핑크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더블랙레이블 수장인 테디를 비롯해 BTS·트와이스 등과 작업한 그래미상 수상자 린드그렌, BTS의 '버터'를 공동 작곡한 제나 앤드류스 등과 손잡고 완성도 높은 K팝 스타일의 오리지널 곡들을 만들었다. 그중 헌트릭스가 부른 '골든'은 지난 16일자 미국 빌보드의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1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인기를 입증했다. 여성 가수나 여성 그룹이 부른 K팝 곡이 '핫 100' 정상에 오른 건 이번이 최초다.
강 감독은 '골든' 탄생 비하인드를 설명하며 "영어로 말하겠다"며 신중하게 말을 이었다. "여러 노래들 중에 '골든'이 작업하기 가장 어려운 곡이었다"며 "이야기를 개발하고 꽤나 늦은 시점에 이 곡이 얼마만큼의 중요성을 가지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골든'이 달성해야 하는 여러 가지 목적이 있는데 그중 루미가 자신의 소망과 열망을 담은 대표곡이 돼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뮤지컬에 있어서 전통적으로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중요한 곡이었던 거죠. 이 노래가 그 감동을 전하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전사를 전달할 필요가 있었어요. 루미의 출신과 그가 어떤 것을 숨기고 싶어 하는 지요. 캐릭터의 정체성이 완전하거나 편안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 뒤 곡을 들었을 때 인물의 성장 서사가 정확하게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애초부터 '골든'은 부르기 어려운 곡으로 정의하고 만들었다. 강 감독은 "영화의 주요 주제가 음악의 힘이다. 굉장히 높은 고음을 가수들이 해냈을 때 가슴이 떨리고 감정이 격해진다고 봤다. '골든'은 최종까지 7~8개 버전을 거쳤다. 최종 버전을 밴쿠버 공항을 가는 차 안에서 들었는데 트는 순간 눈물이 났다"며 "최종본을 들었을 때 '이거다'라고 느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 '이거다'라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당시의 감정을 돌아봤다.
● 후속작과 오스카 후보 가능성에 대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역대급 성공에 힘입어 후속편 제작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앞서 미국 연예매체 더랩은 넷플릭스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3부작 트릴로지로 완성하고, 실사 영화나 뮤지컬 버전, TV 시리즈나 스핀오프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넷플릭스 측은 "현재 실사 영화 제작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렇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대한 후속 프로젝트는 나오는 것으로 당연해 보인다. 강 감독은 "공식적으로는 아직 드릴 말씀은 없다"면서도 "아직 팬들에게 전해드리지 않은 스토리가 많다. (후속편에 대한)아이디어는 있고, (후속작을 원하는) 반응도 안다. 함께하고 싶은 뮤지션도 많다"고 언급했다. 특히 K팝을 넘어 "한국의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보여드리고 싶다. 트로트도 그렇고, 좀 다른 장르의 K팝이나 헤비메탈도 보여드리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극 중 사자 보이즈의 리더 진우는 죽음을 암시하는 듯한 퇴장을 보여준 바 있다. 진우의 생사 여부에 강 감독은 "모르는 일"이라며 미소 지으며 "한국 콘텐츠는 비극을 좋아하지 않나?"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폭발적인 인기가 계속되면서 주제가상을 포함해 아카데미상 수상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미국의 시상식 예측 매체인 골드더비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내년 3월 열리는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유력한 수상 후보라고 전망했다. 강 감독은 "수상의 이유로 창작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어떤 형식이든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면 정말 큰 의미일 거 같고, 대단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