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방효린 "이해영 감독님 울던 ‘애마’ 오디션, 영화의 한 장면 같았죠"
||2025.08.27
||2025.08.27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마'를 연출한 이해영 감독은 극 중 신주애 역을 연기할 배우를 찾기 위해 오디션을 열고 배우들을 만났다. "몇천 명을 보면서도 마음을 움직이는 이를 만나기 어려웠다"던 이 감독 앞에 신인 배우 방효린이 등장했다. "주애가 오디션을 끝낸 감독 앞에 나타났듯이, 오디션 말미에 방효린이 등장했다. 덤덤하게 대사를 읽는데 주책맞게 엉엉 울었다. '진짜를 만났다'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방효린은 지난 22일 공개된 '애마'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방효린이 연기하는 주애는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위험천만한 일을 벌이지만 신념을 지키는 용기 있는 인물로, 1980년대 톱스타 정희란(이하늬)과 경쟁 관계를 형성한다.
'애마'로 드라마 첫 주연을 맡은 방효린은 2015년 단편영화 '렛미인'을 시작으로 2023년 독립영화 '지옥만세'로 경력을 쌓아왔다. 세 차례에 걸친 기나긴 오디션 끝에 수천 명의 경쟁을 뚫고 '애마'의 주연 자리를 꿰찼다.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 글로벌 시리즈의 주연으로 나서며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27일 맥스무비와 만난 방효린은 오디션 당시를 떠올리며 "주애가 친구에게 '나한테는 뭐 하나 선명한 게 없어. 단지 꺾이기 싫고 뒷걸음질 치기도 싫어. 지금으로서는 그게 다야'라고 말하는 대사를 했다"면서 "현장에 저랑 이해영 감독님, 조감독님 세 명만 있었다. 이 대사를 하고 좋아해 줬고 다 같이 눈물을 쏟았다"고 말했다.
"그때 합격을 예상했던 건 아니었어요. 그냥 기뻤어요. 그 순간 자체가 영화 같다고 생각했죠. 감독님이 '내가 쓴 대본을 이렇게 연기해 줘서 고맙다'고 말해줬는데, 기억에 남는 순간입니다. 합격 여부를 떠나서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쁘고 소중했어요."
● "용기있고 단단한 주애 닮고파"
'애마'는 1980년대 한국을 강타한 에로영화의 탄생 과정을 배경으로 한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에 용감하게 맞서는 희란과 주애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애마부인'의 촬영에 얽힌 뒷이야기를 상상력으로 재구성했다. 밤무대 탭댄서로 일하는 주애는 배우가 되기 위해 고향을 떠난 인물이다. '애마부인'으로 데뷔를 준비하던 신인 감독 곽인우(조현철)의 눈에 띄어 주연으로 발탁되면서 희란과 함께 극을 이끈다.
방효린은 "'대본을 읽고 '이렇게 멋진 캐릭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간절했다. 이 멋진 대사들을 직접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며 "신인 배우이다 보니까 저와 비슷한 점이 많아 공감도 됐고, 실제로 연기할 수 있어 정말 기뻤다"고 밝혔다.
"주애는 용기 있고 대담해요. 연기하면서 그의 단단함을 닮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대사들도 너무 좋았죠. 촬영하면서 (제가 연기할) 대사가 사라지는 게 아쉬웠고, 다시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울기도 했어요.(웃음)"
주애는 희란을 대신해 '애마부인' 주연으로 나서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다. 초반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이던 두 사람은 여성 배우를 단순히 성적 대상으로 소비하는 영화계에 맞선다. 이 과정에서 방효린은 당돌한 모습으로 감독과 제작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부당한 상황에 맞서는 희란과 연대를 쌓아가며 서사를 만든다. 단편영화와 독립영화에서 쌓은 연기력을 바탕으로 방효린은 '애마'에서 신예답지 않게 몰입을 이끌고 존재감을 발휘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역할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도 많았다. 체중을 늘려야 했고, 승마나 탭댄스 등도 해내야 했다.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던 그는 "승마나 탭댄스는 처음이라 어려웠는데, 하면 할수록 재미있었다. 말과 교감하는 것도 좋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승마, 탭댄스, 헬스를 번갈아 가면서 시간을 꽉 채웠다"고 이야기했다.
"촬영하면서 마음의 여유가 없었어요. 온전히 이 작품에만 집중하려고 했죠. 쉬는 날에도 밖을 나가거나 누군가를 만나기보다 대사를 곱씹고,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죠. 그래서 그런지 1부부터 6부까지의 대사가 전부다 제 머릿속에 있어요. 외운 건 아닌데 계속 곱씹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 "이하늬 선배 옆에 꼭 붙어 있었다"
주애는 희란처럼 스타가 되고 싶어하고 희란은 주애를 굴러온 돌 취급하며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낸다. 그렇게 반목하고 경쟁하던 두 사람은 부조리에 맞서며 끈끈한 관계로 나아간다. 실제 현장에서도 방효린은 주애와 희란처럼 이하늬에게 많이 의지했다.
"하늬 선배님이 연기뿐만 아니라 쉴 때 어떻게 쉬면 좋을지, 마음가짐이나 체력 관리 등 촬영 전반에 걸쳐 모든 걸 챙겨줬어요. 저는 늘 선배님 옆에 꼭 붙어 있었죠. 촬영이 끝나면 항상 안아주고 좋은 말씀을 해줬는데 그 힘으로 끝까지 갈 수 있었어요."
작품 특성상 노출 장면도 소화해야 했다. 그는 "걱정했지만, 감독님이 콘티를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어느 장면을 어디까지 찍을 것인지 정확히 인지시켜줬다. 스태프에게도 배려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방효린은 과거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기 입시 선생님으로 일하기도 했다. "학생들로부터 '너무 좋았다'는 반응을 들어서 행복했다"던 그는 "다른 분들의 축하도 감사했지만 아이들의 연락을 받았을 때가 제일 기분이 좋았다"고 웃어 보였다.
방효린은 '애마'로 단숨에 인지도를 끌어올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지만 "바뀐 점은 없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연기를 사랑하는 마음은 '애마' 전이나 후나 똑같다"면서 "작품 안에서 주애가 '연기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저도 그렇다"고 고백했다.
이제 첫 발을 내디딘만큼 하고 싶고, 욕심 나는 역할도 많았다. 그는 "액션, 액션 스릴러, 로맨틱 코미디 전부다 해보고 싶다"고 웃으며 "처음이고 안 해본 연기가 많아서 뭐든지 기회가 되면 다 해보고 싶다. 제가 연기했던 주애는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인데, 저도 주애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