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박지현, 서로에게 "진심"이었던 이유
||2025.09.08
||2025.09.08
배우 김고은과 박지현이 30여년의 시간을 관통하는 두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우정과 질투, 이해와 연대의 서사를 풀어낸다. 각자 지닌 상처를 딛고 우정을 쌓아가면서 생긴 생채기를 지나 삶의 마지막까지 함께 한다. 오는 12일 공개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은중과 상연'(극본 송혜진)을 통해서다.
김고은과 박지현은 이번 작품에서 만나기 전부터 이미 한 차례 연기 호흡을 맞춘 동료로 서로에게 신뢰를 갖고 있었다. 이들의 첫 만남은 2021년 티빙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 시즌1이다. 이후 '은중과 상연'의 제안을 받은 김고은은 상대역이 박지현이라는 사실에서 더 안정된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돌이켰다. 박지현 역시 김고은과 나눈 시너지가 작품에 고스란히 담겼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로는 이례적으로 호흡이 긴 편에 속하는 '은중과 상연'은 총 15부작으로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난다. 10대 때 처음 만난 두 친구 은중(김고은)과 상연(박지현)이 20대와 30대를 거쳐 40대가 되기까지 겪은 소용돌이치는 시간과 감정을 풀어내는 드라마다. 자연스럽게 각 나이에 맞춰 변화하는 캐릭터를 표현해야 했던 배우들의 어깨도 무거울 수밖에 없었지만, 상대 배우로부터 얻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역할을 풀어냈다고 말하면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김고은과 박지현은 최근 열린 '은중과 상연'의 제작발표회에서 10대부터 40대까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각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밝혔다. 두 배우의 설명은 이번 작품을 좀 더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일종의 '안내서'가 되고 있다. 먼저 10대의 은중에 대해 김고은은 "엄마와 둘이 소박하게 살면서 큰 사랑을 받고 자란 인물"이라며 "당당하고 솔직한 친구"라고 소개했다. 상연은 형편이 어려운 은중과 달리 모든 걸 다 가졌지만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면서 성장한다. 이에 박지현은 "상처와 아픔이 많다"며 "은중이는 솔직한 반면 상연이는 솔직하지 못한 친구"라고 차이를 설명했다.
우정을 나눈 10대를 지나 20대의 은중과 상연은 질투와 동경을 넘나든다. 김고은은 20대의 은중에 대해 "은중이는 항상 특출나고 사람 자체가 빛나는 상연에 대해 질투보다 동경하는 마음을 가졌다"며 "그런데도 좋아하는 상연이가 많은 것들을 공유해 주지 않아 오해가 쌓이고 멀어진다"고 했다. 박지현은 "20대의 상연이 오해를 만드는 행동을 할 때 오직 '상연의 마음에만 집중해' 표현하려고 했다"고 돌이켰다. 실제로 '은중과 상연'에서 두 인물의 갈등은 20대에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어색하고 애매한 관계에서 각자 속마음을 터놓지 못한 채 갈등은 증폭한다.
● 친구와 존엄사 동행
30대가 된 은중과 상연은 각각 드라마 작가와 영화 제작자가 된다. 어느 정도 경력을 쌓아가면서 각 직업의 스타일이 묻어나는 말과 행동을 하기도 한다. 김고은은 "30대는 커리어를 쌓아가는 시기이고 인생에서 일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나이라고 생각해 그런 부분을 표현하려 했다"고 밝혔다. 박지현는 "30대의 상연은 여전히 솔직하지 못해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며 "상연의 말과 행동이 의도적이었든 아니었든 그 충동의 동기를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오랜 기간 우정과 질투, 호감과 반목을 거듭한 두 친구는 40대에 이르러 극적인 상황을 마주한다. 상연은 은중을 찾아와 말기 암 투병을 알리고 조력 사망을 위해 동행해 달라고 부탁한다. 짧은 삶을 돌아볼 때 자신의 곁에 있어야 할 사람은 은중이라고 생각해 건넨 제안이다. '죽음의 동행'이라는 상황을 연기해야 했던 김고은은 "가장 소중한 사람을 보내줘야 할 때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처음 만난 자리에서 작가님이 이번 작품은 남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죽음에) 동행하는 마음이 어떨지, 이후의 남은 마음은 어떨지를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은중과 상연'은 두 친구가 30년 동안 나눈 관계와 함께 존엄사에 관해서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현재 방송 중인 이보영 주연의 MBC 금토드라마 '메리 킬즈 피플'이 조력 사망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데 이어 '은중과 상연' 역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이 스스로 생의 마지막을 결정하는 존엄사의 이야기가 큰 축을 이룬다. 연출을 맡은 조영민 감독은 "두 친구가 30년간 나눈 내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지만, 극 후반부 조력사의 동행으로 이별하는 두 친구의 모습으로 눈물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을 함께한 김고은은 박지현에 대해 "두 번째 작업이었는데 이번에야 비로소 박지현이라는 사람의 에너지와 성격을 알게 된 것 같다"며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제 눈앞에 있다는 건 정말 큰 행복이었고 긴 시간 동안 감정을 나눌 수 있어 든든했다"고 신뢰를 보였다. 박지현은 "앞으로도 계속 존경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선배님"이라며 "현장에서 늘 사랑스럽고 그냥 김고은이라는 사람 자체에게 빠져버렸다"고 애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