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 지옥의 기록’…SBS ‘꼬꼬무’, 27년 전 적준의 잔혹 실체 고발
||2025.09.12
||2025.09.12
[EPN엔피나우 고나리 기자] SBS 예능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가 재개발을 빌미로 벌어졌던 철거 현장의 폭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꼬꼬무’는 192회 방송에서 서울 용산구 도원동에서 1998년에 발생한 강제 철거 비극을 중심으로, 재개발의 어두운 이면과 업체 적준의 악명을 집중 해부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가수 KCM, 배우 윤은혜, 채서진이 게스트로 나서 시청자와 함께 무거운 이야기를 들여다봤다.
당시 현장을 직접 목격한 임종진 사진기자는 병원 응급실에서 화상을 입은 27세 청년과 중상을 당한 60대 남성을 보고 참혹함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여러 분쟁지역을 누볐던 임 기자는 강제 철거지의 참상 또한 전장의 폭력에 뒤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용역 업체가 동원돼, 쇠파이프나 중장비로 주민들을 무차별 공격했으며 욕설, 협박, 방화가 이어졌다. 업체인 적준은 주민이 집에 있어도 주저하지 않았고, 심지어 초등학생 자녀를 계단 아래로 던지는 등 극악한 폭력을 자행했다고 나온다.
서울 봉천동에서는 연탄재로 사람을 학대하는가 하면, 행당동에서는 임신 5개월 여성에게 폭행을 가하고 성폭행, 대변물 강요 등 사람이 감당하기 힘든 만행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수십 명의 주민이 부상당했고 아동 인권 침해, 재산 피해도 이어졌다.
방송에서 윤은혜는 “화가 난다, 너무 지옥 같았을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고, 채서진도 “상상보다 더욱 처참하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전농동과 도원동에서는 ‘너구리 작전’이란 이름으로 용역들이 의도적으로 불을 지르고 유독가스를 퍼뜨린 결과, 주민들이 탈출하는 과정에서 사망 및 중상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도원동 철거민들은 ‘골리앗’ 구조물을 만들며 저항했으나, 용역들은 전기와 물을 끊고 물대포 및 크레인을 동원하며 조직적으로 거칠게 진입한 뒤 방화까지 벌여 주민들을 내쫓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정부는 민간 주도 재개발 제도 도입에 따라 뒤로 물러섰고, 공권력의 개입은 극히 미흡했다고 언급됐다. 적준은 폭력 철거 이후에도 시공, 폐기물 처리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과거에 대한 어떤 공식 사과도 나오지 않았다.
시민단체들은 이 현장을 빈틈없이 기록해 ‘철거 범죄 보고서’로 남겼지만, 이 같은 폭력과 인권 유린의 가해자들 중 의미 있는 처벌을 받은 사례는 없었다. 오히려 피해자들이 농성, 시위 등 이유로 연행되거나 수배에 시달렸으며, 살아남은 이들은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프로그램은 마지막으로 “감춘 것은 드러난다”며 누군가의 범죄와 진실은 끝내 밝혀질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로 시청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한편, ‘꼬꼬무’는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 20분에 SBS를 통해 방송된다.
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