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칼럼] 우크라이나 무인전투군 키릴 야누코비치의 경고
||2025.09.12
||2025.09.12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 김형석
키릴 야누코비치라는 이름을 아는 한국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할 이유는 분명하다. 우크라이나 무인전투군 소속으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드론 전쟁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그는,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매일 생사를 걸고 드론을 운용하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최근 드론매거진(Drone Magazine)에 연재된 그의 두 편의 글은 나에게 충격을 주었다.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드론을 구매하지 마세요”와 “미래에서 보내는 경고.”

그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가 추진하고 있는 드론 도입 방식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으며, 이는 곧 전쟁에서의 패배를 의미한다. 야누코비치는 자신의 저격수 경험을 들어 이를 설명한다. 아무리 정밀한 저격용 소총도 전체적인 전투지원 체계 없이는 무의미한 장비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드론도 단순히 하드웨어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드론 중심의 사고방식과 통합된 부대 구성이 핵심이다.
야누코비치가 전하는 현실은 냉혹하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는 이미 전통적인 지상전이 불가능해졌다. 전선에서 30킬로미터 종심까지 “드론으로 이루어진 장벽”이 펼쳐져 있고, 지상군이 과거와 같이 자유롭게 기동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낸 드론의 대부분이 200달러 미만의 단순한 상업용 드론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2차 대전 초기 전차의 사례를 들어 현재 상황을 설명한다. 독일군의 승리는 우수한 전차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독일의 전차는 프랑스나 영국 전차에 비해 수적으로나 성능에서 열세였다. 진짜 차이는 전차를 기존 부대에 단순히 추가한 것이 아니라, 전차를 중심으로 완전히 새로운 부대 구조와 전술을 구축했다는 점이었다. 구데리안과 같은 지휘관들은 전차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중심으로 혁신적인 기동전술을 개발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도 마찬가지다. 가장 효과적인 부대는 최고급 드론을 보유한 부대가 아니라, 드론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지휘관이 있는 부대다. 이러한 부대에서는 전반적인 전술 리듬이 드론 기반 전투 방법, 드론 공격, 그리고 신속한 상황 인식으로 재편된다. 심지어 이들이 사용하는 드론 중 일부는 극히 평범한 중국제 모델이다. 드론을 치명적인 무기체계로 만드는 것은 드론의 종류가 아니라 운용 방식이다.
서방 국가들은 여전히 구시대적 사고에 매몰되어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드론은 야간 작전에서만 유용하며, 강풍이 불면 비행이 제한되는 임시 무기”라는 식의 인식이 2025년에도 지속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군 수뇌부도 2022년 침공 초기까지 가지고 있던 편견이었다. 하지만 전쟁의 현실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산산조각 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되는 드론의 95%는 저렴한 중국제 상업용 드론이거나, 우크라이나에서 직접 개발하고 조립하는 단순하고 신뢰성 높은 플랫폼이다. 이들은 부엌 같은 작은 작업실에서 제작되고, 연구소가 아닌 창고에서 개조된다. 드론 조종사 한 명이 4대의 드론을 연속으로 잃어도, 5번째 드론은 즉시 현장에서 제작하여 투입할 수 있다. 여기에는 몇 년이 걸리는 개발 주기도, 복잡한 승인 과정도 없다.

야누코비치의 경고가 한반도 상황에서도 유효하다고 나는 확신한다. 그는 위험한 이웃과 마주하고 있는 국가에게 조언한다. 단순히 “어떤 드론을 구매할 것인가”라는 사고에서 벗어나 “드론 부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한국은 북한과 직접 대치하고 있는 국가다. 전면전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며, 북한의 드론 도발은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조언은 더욱 절실하다. 실제 전투에 투입할 수 있는 통합된 제대 구성이 핵심이며, 단순히 첨단 드론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교리, 교육훈련, 군수지원, 통신, 실시간 표적 처리, 그리고 전장 내 역할 조율 능력을 갖춘 완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
특히 주목할 점은 그가 제시하는 드론 부대의 능력이다. 20킬로미터 폭의 전선을 유지하고 40킬로미터 종심까지 도달할 수 있으며, 적의 지휘통신을 마비시키고, 주요 지점을 지뢰로 차단하고, 공격 이전에 적을 차단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부대여야 한다. 이는 임무가 무엇인지만을 아는 부대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해야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부대를 의미한다.
현재 이러한 실전 경험을 보유한 군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뿐이라고 그는 말한다. 전투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북한은 언급하지 않았다. “전쟁을 관찰하는 것과 직접 싸우는 것은 다르다”며, “경기만 보고 기술만 익힌 복싱 코치는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효과적인 드론 부대 구축에는 실전 경험이 필수적이이라는 것이다.
한국군이 주목해야 할 또 다른 교훈은 우크라이나의 단순성과 실용성이다. 수십억 달러의 복잡한 무기체계보다는 단순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즉시 배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실전에서 더 효과적임이 증명되고 있다. “무인체계를 활용한 전투에 익숙한 제대 앞으로 전통적인 기갑부대를 전진시킨다면” 그 결과는 참혹할 것이라고 그는 경고한다. 상대방이 사용하는 드론이 최신형인지 저가 조립품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드론만으로는 전쟁을 이길 수 없다. 하지만 더 이상 드론 없이는 전쟁을 이길 수도 없다.”이다. 이는 현대 전쟁에서 드론이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 요소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드론은 전차를 대체하지는 않지만, 지상군의 보급체계, 상황 파악-결심-대응 체계, 그리고 적 드론이 비행하는 전장에서의 생존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야누코비치의 “미래에서 보내는 경고”는 잡지에서 읽는 단순한 칼럼이 아니다. 이미 현실이 된 전쟁의 모습을 바탕으로 한 생생한 증언이다. 우크라이나가 드론 기반 전투에서 계속 승리를 거두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생사를 걸고 최전선에서 매일 드론을 운용하는 야누코비치가 직접 목격한 전장의 변화는 우리에게 직설적인 교훈을 제공한다. 한국이 진정한 국방력을 갖추려면, 드론 도입에 앞서 사고방식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드론으로 표현되는 새로운 무기체계 중심의 전쟁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교리와 부대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변화하는 전장 환경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이 현재 전투의 현장에서 야누코비치가 말한 ‘실전 경험’을 직접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군의 러시아 지원 파병은 단순한 군사 협력을 넘어, 전장의 드론 기술을 학습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저가 상업용 드론으로도 기갑부대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실전 검증, 드론 중심의 새로운 전술 운용법, 그리고 무엇보다 ‘드론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지휘관들의 사고방식까지 체득하고 있다. 이들은 귀국 후 북한군 전체에 이러한 경험을 전파할 것이다. 야누코비치의 경고는 이제 우리에게 단순한 참고 사항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절박한 메시지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