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회장이 자신을 배신했던 이명박에 대해 남긴 평가

인포루프|정영민 에디터|2025.09.21

정주영과 이명박의 인연과 갈등

1981년 현대건설 신입사원 하계수련회에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 (출처:이명박 전 대통령의 저서 ‘대통령의 시간’)

故 정주영 현대 회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현대건설에서 뗄 수 없는 관계였으나, 석연찮은 결별로 인해 ‘비정한 재벌의 세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현대건설에서 고속 승진하며 35세에 CEO가 되었고, 이는 정주영 회장의 적극적인 발탁 덕분이었다. 정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발탁한 이유에 대해 “내가 서울대 출신의 많은 선배들을 물리치고 그 분을 기용했기 때문에 많이 클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또한 “내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 나를 평가한 사람이 대단한 것 아니냐”며 정 회장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에는 갈등의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991년 한 인터뷰에서 “정주영 회장과 내가 오래 같이 있어서 굉장한 인간관계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일을 위해 만났기 때문에 일 때문에 헤어질 수 있는 겁니다. 재벌이란 냉정한 겁니다”라고 말하며 결별을 시사했다.

결별의 표면적인 이유는 1992년 정주영 회장의 대통령 출마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회장님이 대통령이 안 될 것이라는 게 아니라 회장님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직언하며, 현대가 정권을 잡으면 다른 기업들도 같은 생각을 갖게 되어 나라 발전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출처:기업비사

하지만 이면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는 주장이 있다. 김유찬 SIBC 대표는 2018년 “1992년 초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가·차명 재산의 상당 부분을 파악하고 있던 당시 노태우 정권이 정 회장의 (국민당) 황색돌풍을 잠재우기 위해 ‘다른 사람 명의로 돼 있는 차명재산을 뺏기고 감옥 갈래, 아니면 우리에게 협조하고 전국구 국회의원 감투 받을래’라고 이 전 대통령을 압박했고, 이 전 대통령은 이에 후자를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즉,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정 회장을 ‘배신’했다는 것이다.

정주영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언급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부지런하고 판단이 좀 빨랐다”며 그의 능력을 인정했지만, “기용하는 사람이 그 사람의 재능을 알아주지 않으면 재능이란 것은 쓸모없게 되는 것이다”라며 씁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성공이 자신의 발탁에 있었음을 강조하는 동시에, 결별 후 그의 선택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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