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헤어질 결심’이 시라면, '어쩔수가없다'는 산문에 가까운 작품"
||2025.09.22
||2025.09.22
"나의 새로운 면을 봐주면 좋겠다."
박찬욱 감독이 새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개봉을 앞두고 전한 바람이다. '어쩔수가없다'는 많은 열혈 관객, 일명 '헤결사'를 양산했던 '헤어질 결심'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박 감독의 새 작품이다.
박 감독은 개봉을 이틀 앞두고 열린 '어쩔수가없다' 시사회에서 "데뷔 감독이 아닌 다음에야 전 작품과의 비교는 늘 부담스럽고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겁이 난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이어 "나는 어떻게 하면 다른, 심지어 상반된 영화를 만들까를 노력하는 감독"이라며 "'헤어질 결심'이 시적이고 여백이 많고 여성적인 면이 강했다면, '어쩔수가없다'는 산문에 가깝고 꽉 찼으며 남성적인 면을 탐구하는 다른 영화다. '헤어질 결심'을 좋하했던 분들이 나의 새로운 다른 면을 봐주고 즐겨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어쩔수가없다'는 25년간 일했던 제지 회사에서 해고당해 가족과 집을 지키기 재취업에 나서는 중산층 가장 만수의 이야기를 그린다.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1997년 소설 '액스'를 각색했다. 앞서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라는 제목으로 한 차례 영화화된 적 있는 작품이다.
'어쩔수가없다'는 실직 가장 만수를 중심으로 그의 재취업 계획에 동기를 부여하는 아내 미리, 만수의 재취업 경쟁 대상이 되는 범모, 시조, 선출, 그리고 의도치 않게 만수의 계획에 엮이는 범모의 아내 아라까지 인물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특히 박 감독은, 원작보다 더 각 인물들의 관계성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만들었다. 만수의 아내 미리가 원작보다 비중이 커진 배경이다. 그는 "만수의 행동은 미리라는 존재 없이는 그 이유가 설명되지 않으며, 또 범모 시조 산출과는 같은 직종에 종사했고 직업을 구한다는 점 외에도 많은 공감대를 갖고 있다"며 "각 인물들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원작과의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각 인물들을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이 연기했다. 연기로는 대중에게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배우들로 이들을 한 작품에 모은 사실로도 영화는 주목을 받았다. 이병헌은 박 감독과 벌써 세 번째 작업이지만, 나머지 배우들이 처음이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박 감독과 작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병헌은 "그렇게 많은 질문을 하고 대화를 나눴는데도 결과물을 보고 나서야 그 의미를 깨달은 부분이 많아서 놀랐다"고 말했으며 손예진도 "작업을 하면서 시야가 넓고 날카롭다고 생각을 했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박 감독이) '더 대단한 분이구나'를 깨달았다"고 결과물에 놀라움을 내비쳤다.
이성민은 "동네에서 주먹 좀 쓴다고 생각했는데 프로 격투기 선수를 만난 느낌"이라며, 염혜란은 "배우들을 긴장시키고 배우들의 감각적인 부분들을 더 예리하게 만들어줬다"고 박 감독과 작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박희순은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발가벗겨질 준비가 돼있는데 결국 발가벗겨진 건 (이)성민 형이었다"며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내가 발가벗겨지겠다"고 극중 이성민의 노출 장면을 언급하며 위트 있게 박 감독과 또 다른 작업을 기대했다.
'어쩔수가없다'는 앞서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와 제5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과 함께 영화제에 참석했던 배우들은 하나같이 박찬욱 감독의 명성과 영화에 대한 열띤 호응을 확인할 수 있었음을 전하며 국내 관객의 반응에 대해서도 궁금해했다.
박찬욱 감독은 "본의 아니게 이런(어려운) 시기에 개봉하게 돼 한국 극장을 살리는 책임을 어깨에 짊어진 것 같아 막중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건 처음"이라며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한국영화 재미있네'하면서 '다른 영화도 봐야지'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랐다.
'어쩔수가없다'는 이날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로 예매관객 33만명을 넘기며 올해 한국영화 최고 사전 예매량 기록을 세웠다. 영화는 24일 개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