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혜란, 해녀 엄마 지우고 ‘어쩔수가없다’의 관능적인 키맨 활약
||2025.09.30
||2025.09.30
올해 상반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해녀 엄마 전광례로 눈물이 마를 새 없게 하더니, 최근 상영 중인 영화 '어쩔수가없다'에서는 남편의 실직 상황에 휘둘리지 않는 자유분방한 여성으로 모성을 대표했던 이미지를 말끔히 씻어냈다. 배우에게 왜 천의 얼굴을 가졌다고 하는지는 연기로 증명해내는 배우 염혜란 얘기다.
지난 24일 개봉한 '어쩔수가없다'(제작 모호필름)는 실직 가장의 재취업 분투를 그린 작품으로, 주인공 유만수(이병헌)가 재취업 성공을 위해서 경쟁자를 하나씩 제거해나가는 이야기다.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박찬욱 감독의 "필생의 프로젝트"로 알려지며 일찍이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에서 염혜란은 만수의 경쟁자 중 한 명으로 등장하는 구범모(이성민)의 아내 이아라를 연기했다. 장기간 실직 상태에 처하며 무기력해진 남편에게 실망과 권태를 느끼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러면서도 "바람을 햇빛에 쌈 싸먹어" "단풍에 듬뿍 찍어 먹어"라고 말할 만큼 인생의 멋과 낭만을 아는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 배우를 꿈꾸지만 번번이 오디션에 떨어지고, 그렇다고 좌절하는 법도 없다. 자존감 높은 아라의 모습은, 범모와 대비되며 아라의 캐릭터를 돋보이게 한다.
매 작품 '신스틸러' 활약을 펼쳤던 그답게, 염혜란은 '어쩔수가없다'에서도 아라를 통해 관능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아름다움'을 연기로 완성해낸다. 이 작품에서는, 자식을 위해서 숨통이 끊어질 때까지 물질하는 해녀 엄마(폭싹 속았수다)나, 어쏘 변호사들을 묵묵히 돕는 선한 건물주(서초동), 혹은 야심을 숨기고 있었던 양면적 얼굴의 아파트 입주민 대표(84제곱미터)의 모습과 조금도 겹치지 않는다. 자신의 목숨과 맞바꿔 자식의 꿈을 지키려고 했던 '폭싹 속았수다'의 전광례로 모성성을 대표하는 얼굴이 됐던 염혜란은 자기 감정과 욕망에 충실한 '어쩔수가없다'의 이아라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여성성을 부각시켜 그의 팜므파탈적인 얼굴을 새롭게 발견케 한다.
염혜란은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내 역할이 맞나' '왜 이 역할을 줬나' 의아함이 있었다"고 말했지만, 인물의 특징과 매력을 탁월하게 표현해냈을 뿐 아니라 만수와 범모가 싸우는 장면, 형사들과 대면하는 장면 등에서 사건을 새로운 국면으로 이끄는 '키맨'으로 활약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박찬욱 감독은 지난해 디렉터스컷 어워즈에서 '마스크걸'로 배우상을 수상한 염혜란에 반해 캐스팅 했다. 그는 "감독들 사이에 염혜란이 잘한다고 소문이 나 있기도 했지만, 디렉터스컷 어워즈에서 염혜란이 스피치를 하는 모습에 반했다. 사람이 유머도 있고 섹시하고 멋있었다"고 캐스팅 배경을 밝혔다.
염혜란은 "'마스크걸'로 상을 받은 이후 강해 보이면서 나이도 어느 정도 있는 역할들을 해와서 (어쩔수가없다의) 제안을 받고 놀랐다"며 "나에게는 섹시함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을 통해 생각이 바뀌었다. 사놓고 입지 않았던 섹시한 옷을 발견해 꺼내 입은 느낌이 든다"고 새로운 인물에 도전한 소회를 전했다.
염혜란의 도전은 끝이 없다. 대세답게 이후에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간다. 그는 '어쩔수가없다'에 이어서 제주 4·3사건을 다룬 정지영 감독의 '내 이름은', 김지운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로 알려진 '더 홀' 등으로 거장들과 작업을 이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