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의 ‘어쩔수가없다’, 아카데미상 품나..美 매체들 수상 후보 전망
||2025.10.08
||2025.10.08
박찬욱 감독의 신작으로 내년 미국 아카데미상 국제장편영화 부문에 한국 대표작으로 출품된 ‘어쩔수가없다’는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까.
최근 미국의 유력 영화전문지들이 내년 3월 열리는 제98회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호명될 각 부문별 수상작과 수상자들의 이름을 전망하는 가운데 ‘어쩔수가없다’를 최우수작품상 수상을 전망하는 목록에 올려 놓아 눈길을 끈다. 물론
각 매체의 편집진과 비평가들의 개인적 선호도가 반영된 것이기는 하지만, 전 세계적 명성을 지닌 감독들의 신작과 함께 ‘어쩔수가없다’를 수상 전망 목록에서 빼놓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갖게 한다.
7일 현재 미국 유력 일간지 LA타임스를 비롯해 버라이어티, 할리우드 리포터, 인디와이어 등은 10월 초 현재 자사 편집진과 비평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내년도 아카데미상 주요 부문 수상작(자) 선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르면 ‘어쩔수가없다’가 모든 매체의 최우수작품상 ‘유력 후보’(frontrunner)로 꼽히고 있다.
각 매체의 전망을 종합하면 ‘어쩔수가없다’는 지난 9월 초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상영 이후 얻은 찬사와 호평으로 목록에 올라 있다. 당시 영화는 “박찬욱 감독 특유의 유려하면서도 단단한 자신감이 돋보이는 서사의 추진력. 가족의 붕괴, 가장의 위기, 그리고 국가의 현주소를 그려낸 초상”(영국 가디언) “심리적 긴장감과 폭소를 자아내는 장면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영국 스크린인터내셔널) “박찬욱이 현존하는 가장 품위 있는 감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이자 매혹적인 블랙 코미디”(버라이어티) “박찬욱 감독의 탁월하고, 잔혹하고, 씁쓸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자본주의 풍자극”(인디와이어) 등 극찬을 받았다.
‘어쩔수가없다’는 이후 다양한 영화제를 통해 다시 관객을 만나고 있다. 박찬욱 감독과 주연 이병헌이 현장으로 날아가 영화를 선보이며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 미국 뉴욕영화제를 비롯해 마이애미 국제영화제, 영국 런던영화제 등을 그 무대 삼고 있다.
특히 매년 3월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앞두고 수상을 노리는 각 후보작들이 적극적으로 영화를 알리는 이른바 ‘오스카 레이스’에 나서면서 미국의 유명 예술 및 디자인대학 사바나(SCAD)가 10월 말 주최하는 사바나 영화제를 그 출발점으로 삼는다. 사바나 영화제는 매년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을 주요 수상 기대작을 선보여왔다.
‘어쩔수가없다’ 역시 사바나 영화제의 갈라 상영 섹션에서 관객을 만난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부고니아’, 클로에 자오 감독의 ‘햄닛’, 노아 바움백 감독의 ‘제이 켈리’, 요하킴 트리에 감독의 ‘센티멘탈 밸류’, 클린트 벤틀리 감독의 ‘트레인 드림스’ 등 모두 18편의 상영작 목록에 들었다.
해당 작품들은 일부 매체의 아카데미상 작품상 수상 유력 기대작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와 달리 ‘어쩔수가없다’는 모든 매체의 전망에서 제외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키운다. 각 매체별 목록이 다소 엇갈리는 가운데 ‘어쩔수가없다’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를 비롯해 캐서린 비글로 감독의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씨너스: 죄인들’, ‘제이 켈리’, ‘센티멘탈 밸류’와 함께 전 매체로부터 수상 유력작으로 꼽혔다.
이와 함께 ‘어쩔수가없다’는 버라이어티가 전망하는 각색상 유력 후보작으로도 떠올랐다.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과 이경미·이자혜, 돈 맥켈러 작가가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1997년 소설 '액스'(THE AX)를 각색한 작품이다. 박 감독은 “20년 동안 이 작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들에게 스토리를 들려주면 어느 시기든, 어느 나라에서 왔든, 정말 공감되고 시의적절하다고 반응해 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젠가 만들어질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보편성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물론 미국 유력 매체들의 아카데미상 수상 가능성 전망은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작품을 고려해 주기적으로 바뀐다. 다만, ‘오스카 레이스’가 이제 곧 시작된다는 점에서 전망의 수정과 변동폭은 시간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어쩔수가없다’가 이 같은 전망의 목록에서 계속 자리를 지킬 것인지 여부가 아카데미상을 향한 질주의 첫 시험대로 받아들여진다.
'어쩔수가없다'는 25년 동안 일해왔던 회사에서 한순간 해고당한 가장이 가족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처절하고 험난한 현실에 맞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병헌과 손예진이 주연하고 이성민, 염혜란, 박희순, 차승원 등이 힘을 보탠 영화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지난달 24일 개봉해 6일 현재까지 전국 누적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