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브래드 피트·디캐프리오, 영화 팬 일깨우는 ‘3대 레전드’
||2025.10.10
||2025.10.10
30여년 전에도, 지금도,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미남 스타로 꼽히는 3대 배우들이 올해 차례로 내놓은 작품으로 전 세계 영화 팬들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 단순히 도파민을 자극하는 영화에 머물지 않고, 곧 도래할 미래를 향한 고민을 첩보 블록버스터에 담아내는 시도부터 극장에서 보는 영화의 진가를 과시하는가 하면 현재 미국의 시대상을 풍자하는 날카로운 이야기로 '할리우드 레전드'의 저력을 증명하고 있다.
배우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5월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과 6월 관객을 찾은 'F1 더 무비' 그리고 지난 1일 개봉한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주연 배우이자 제작에도 참여한 이들은 영화가 그저 쾌감을 자극하는 상상의 이야기가 아닌, 세상의 고민을 나누고 시대상을 담아내는 거울이라는 점을 새삼 일깨운다. 실력과 관록을 갖추고 영향력은 물론 선구안까지 지녔기에 가능한 일이다.
● 내년 오스카 기대감 상승, 디캐프리오
추석 연휴 기간 극장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영화는 '보스'이지만, 개봉 이후 관객의 호평에 힘입어 좌석판매율이 거듭 상승한 작품은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이다. 호평이 집중되면서 연휴 마지막 날인 9일에 좌석판매율 42.1%(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로 1위에 올랐다.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에 극히 일부 상영관을 배정받았음에도 좌석을 채운 관객의 비율이 가장 높은 영화라는 의미다.
제목의 의미를 곧장 이해하기 쉽지 않은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One Battle After Another)는 하나의 싸움이 끝나면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된다는 뜻. 폴 토마스 앤더스 감독의 실력과 감각이 집약된 이번 영화는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혁명가들의 뜨거웠던 시간이 저물고, 16년이 흘러 '가족'을 지키려고 다시 시작된 개인의 혁명을 그린다. 이민자와 유색 인종을 '경멸'하는 백인 남성 우월주의를 향한 신랄한 풍자와 비판, 혁명은 넓은 세상이 아닌 결국 개개인의 삶에서 시작한다는 메시지, 권력과 결탁한 혁명이 낳은 비극, 그럼에도 세상을 바꾸려는 도전이 부모에게서 자녀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의미심장하게 응축된 역작이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이번 영화에서 선구안을 다시금 증명한다. 최근 주연한 영화 '돈 룩 업'과 '플라워 킬링 문'에서 각각 무능한 보수주의자인 대통령과 SNS 시대를 풍자하고, 석유가 나는 땅을 차지하려고 미국 원주민을 교묘하게 핍박한 백인들의 잔혹한 이기주의를 고발한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블랙코미디를 내세워 지금 미국의 상황을 비판한다. 이민자를 공격하고, 인종 우월주의에 빠진 이들을 향한 목소리도 담았다.
그 중심에 있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다소 무거운 메시지를 다루는 영화가 자칫 주제에 억눌리지 않고 장르적인 재미와 쾌감을 갖추도록 한 주역이다. 글로벌 스타로 지닌 인지도와 존재감, 영향력은 관객이 '혁명'을 이야기하는 이번 영화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실제 영화는 장르적으로도 흥미진진하다. 상영 시간이 2시간42분에 이르지만,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와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패기 넘치는 혁명 단체의 조직원이었다가 딸과 은둔하면서 과거의 시간을 완전히 잊고 약과 술에 취해 사는 허술한 아빠 밥을 연기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물론 그의 숙적이자 군인 록조 역의 숀 펜의 연기는 시선을 압도한다. 내년 오스카에서 남우주연상은 무조건 이 영화에서 나올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 인공지능이 초래할 미래의 경고, 톰 크루즈
톰 크루즈는 배우 인생을 대표하는 첩보 액션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을 통해 현재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이자 제작자로 인정받는다. 도전을 두려워하는 않는 의지와 정신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스타로도 꼽힌다.
톰 크루즈가 지난 5월17일 내놓은 '미션 암파서블' 시리즈의 피날레인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모든 정보를 학습하고 스스로 생각하게 된 인공지능(AI)이 초래할지 모를 상황을 전 세계 핵 전쟁의 위기를 소재 삼아 이야기한다. 1996년 시작한 시리즈는 8편까지 이어지는 동안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신 냉전'의 갈등, 전 세계를 위협하는 바이러스의 공포, 잔인한 테러리스트 공격 등을 소재로 차용했다. 허구의 이야기로 만드는 첩보 액션 시리즈이지만, 현실을 빗대 생각할 수 있는 메시지를 극적으로 풀어내면서 시대와 소통했고 마지막에선 AI가 야기할 미래를 아우르는 시도로 확장했다.
1981년에 데뷔해 6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 늘 할리우드를 상징하는 톰 크루즈는 데뷔 초 꽃미남 스타로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았지만 이후 배우로 전성기를 누리고 영화의 제작자로도 변신해 역량을 확장한 점에서 브래드 피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단, 나이를 잊은 액션 장르에 관한한 이들 3명의 배우 중 단연 으뜸이다. 때문에 다른 배우들을 그의 액션 도전에 은근히 신경을 쓰기도 한다.
실제로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에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달리는 자동차의 창문으로 뛰어내려야 하는 장면에서 "톰 크루즈"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위험한 액션을 망설임 없이 시도하는 그를 원망한다. 두 배우와 두 영화가 연결되는 뜻밖의 장면에 웃음이 터진다.
● 극장에서 보는 영화의 진가, 브래드 피트
브래드 피트의 'F1 더 무비'는 지난 6월25일 개봉해 이번 추석 연휴에도 상영했다. 극장에서 보는 영화의 진가를 과시하면서 그야말로 '좀비 같은 흥행'을 잇는 무시무시한 작품이다. 9일까지 누적관객은 519만5067명. 올해 개봉작 가운데 3위를 기록하고 있다. 4위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339만2542명)으로 두 배우가 올해 내놓은 영화가 나란히 흥행에 성공한 점도 눈길을 끈다.
'F1 더 무비'는 가장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스포츠 포뮬러 원(F1)에 도전하는 베테랑 드라이버 소니(브래드 피트)와 패기 넘치는 신예 조슈아(댐슨 이드리스)가 한 팀을 이뤄 우승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윗세대의 지혜와 연륜, 젊은 세대의 패기와 용기를 통해 세대를 뛰어넘는 연대와 우정을 말하는 영화는 특히 관객이 극장에 앉아 F1 경기에 참여하는 듯한 강렬한 쾌감을 선사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커다란 스크린과 입체적인 사운드, 영화 속 장면에 맞춰 움직이는 좌석, 여럿이 함께 보면서 감정을 공유하는 '극장 영화'의 매력을 극대화해 호평받았다.
브래드 피트 역시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가을의 전설' '조블랙의 사랑' '세븐' '오션스' 시리즈 등 작품에서 활약한 꽃미남 스타로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은 레전드이지만, 60대에 이르러 더 깊어진 모습으로 매력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제작자로 멈추지 않는 도전을 거듭하는 점은 톰 크루즈와 비슷한다.
이들을 향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어쩌면 브래드 피트와 톰 크루즈가 함께 출연하는 영화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F1 더 무비'의 연출자이자, 톰 크루즈의 최근 흥행작인 '탑건: 매버릭'의 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지난 6월 영국의 한 패션지와 인터뷰에서 "'F1 더 무비'의 속편에 '폭풍의 질주'의 콜 트리클을 등장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콜 트리클은 톰 크루즈가 1990년 영화 '폭풍의 질주'에서 연기한 캐릭터. 감독은 "두 배우가 트랙에서 맞붙으면 누군가는 보지 않겠느냐"고 기대를 걸었다.
가능성은 높다. 톰 크루즈는 'F1 더 무비' 시사회에 참석해 브래드 피트와 뜨겁게 포옹했다. 둘은 1994년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호흡을 맞춘 이후 친분을 나누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