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포테이토 지수 76%] ‘다 이루어질지니’, 인간 본성 탐구한 김은숙 작가의 '절반의 성공'
||2025.10.14
||2025.10.14
세 가지 소원으로 묶인 오만한 '사탄 지니'와 전생과 현생을 관통하며 의로운 선택을 이어가는 '흙으로 빚어진 소녀'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는 김은숙 작가의 작품 중에서도 유독 시청자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배우 김우빈과 수지 그리고 히트메이커 김은숙 작가의 조합으로 공개 전부터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주목받았지만 막상 베일을 벗은 작품은 유치한 말장난과 얕은 캐릭터 묘사로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여주인공을 사이코패스로 설정한 데는 작가의 큰 그림이 있었지만, 시청자들이 그 의미를 해석할 여지를 주지 않고 그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로 단순화해 한계를 드러냈다.
다만 후반부에 이르러 두 주인공 사이에 전쟁의 애틋한 인연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드라마는 천년을 이어온 운명적 사랑 이야기를 완성했다. 초반부에 어수선한 전개와 유머를 내세웠던 것과 달리 후반부로 갈수록 인물들의 감정선이 깊어지고 서정적인 여운도 짙어졌다. 13부작의 이야기를 끝까지 본 이들과 중도에 멈춘 이들 사이에서의 평가가 갈릴 수밖에 없는 드라마다.
'다 이루어질지니'는 램프의 정령 지니(김우빈)와 감정을 느끼는 못하는 사이코패스 가영(수지)이 천년의 시간을 두고 세 가지 소원을 매개로 얽히는 이야기를 그린다. 중동의 설화 '아라비안나이트'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알라딘' 등으로 친숙한 '지니'라는 존재를 새롭게 변주한다. 주인에게 복종하는 지니와 달리 '다 이루어질지니'의 지니는 신이 창조한 인간에게 고개 숙이지 않겠다고 반기를 든 존재다. 영생에 가까운 삶을 사는 그는 인간의 욕망을 시험하고 소원을 자신의 방식으로 비틀어버리는 사탄 지니, 바로 이블리스(이슬람에서 사탄을 지칭하는 단어)다.
이블리스는 983년 만에 자신을 불러낸 새 주인인 가영이 과거 자신을 램프에 가둔 소녀의 환생임을 알고 그녀를 타락시키기 위해 소원을 빌도록 유혹한다. 그러나 감정을 잃은 채 오직 할머니의 룰(Rule)과 자신만의 루틴(Routine)에 따라 살아가는 가영은 소원 따위 필요 없다며 꿈쩍하지 않는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세 가지 소원을 둘러싼 목숨을 건 내기를 벌이게 되고, 서로가 천년을 넘어 이어진 운명의 사랑이었음을 알게 된다.
● 흥미로운 설정에도...호불호 나뉜 이유는
'다 이루어질지니'는 사탄과 천사, 인간이 뒤엉킨 세계관을 바탕으로 신이 인간을 만든 태초의 시기부터 지니와 가영이 첫 인연을 맺는 고려 시대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시간대를 아우른다. 여기에 전생과 환생을 오가는 윤회의 서사, 한국의 시골 마을과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서 촬영한 장대한 로케이션을 통해 시각적 스케일을 확장한다.
이처럼 신화적 세계관과 현대적 감성을 결합해 '김은숙표 판타지 로맨스'의 정수를 보여주려는 야심은 분명하지만, 각 캐릭터마다 거대하게 쌓은 서사와 이들이 복잡하게 얽힌 설정이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못하고 산만하게 흘러가면서 시청자의 집중력을 시험한다. 또한 제작 과정에서 감독이 교체된 부분도 작품의 톤 앤 메너를 흔들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당초 연출은 영화 '극한직업'과 드라마 '닭강정'의 이병헌 감독이 맡았으나 제작 중 하차하고 김은숙 작가와 '더 글로리'로 호흡을 맞췄던 안길호 감독으로 교체됐다. 특히 초반부는 이병헌 감독 특유의 가벼운 코믹 연출과 김은숙 작가의 대사가 어우러지지 못하며 호불호의 반응이 엇갈렸다. 극 중 '파리의 연인' '더 글로리' 상속자들' 등 김은숙 작가의 전작을 패러디하거나 '저작권이 강력한' 디즈니 작품을 언급할 수 없다며 유머와 풍자를 시도한 장면들은 일시적인 웃음을 자아냈지만 한편으로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김은숙 작가는 '다 이루어질지니'를 통해 인간이 지닌 선함의 본질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수지가 연기한 가영은 반사회적 인격장애, 즉 사이코패스로 태어났지만 할머니 오판금(김미경·안은진)을 비롯해 청풍 마을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본성을 억누르고 의로운 선택을 배워간다. 극 말미 가영이 지니에게 소원을 빌며 진정한 인간성을 깨닫고, 자신이 얼마나 큰 돌봄과 사랑 속에서 자라왔는지를 통감하며 오열하는 장면은 작품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응축한다는 점에서 뭉클한 감동을 안긴다.
김은숙 작가는 "가영은 자신의 본성이 악하다고 믿지만 할머니와 온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으로 키워낸 걸 학습으로 알기에 본성을 억누르고 평생 좋은 선택을 하면서 살려고 노력한다"면서 "인간은 어떻게 태어나는지 보다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지가 더 중요하고, 그것이 '인간성'의 본질이며 끝내 좋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선택을 옳은 방향으로 이끄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이라는 믿음도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메시지를 구현하기 위한 지니와 가영이라는 인물의 설정이 허술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가영은 초·중반까지 모든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단순한 인물로만 표현되면서 정작 내면에 품은 결핍과 변화까지 담아내지 못했다. 인간의 '선함'과 '선한 선택'이라는 주제를 깊이 탐구하려는 시도는 분명 의미 있었지만, 시청자의 감성을 건드리면서 감정적으로 공감하며 따라갈 수 있는 드라마로는 한계를 드러냈다. 때문에 작가가 전하고자 한 인간성의 주제 역시 완전한 울림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결국 인간 본성을 탐구한 김은숙 작가의 실험은 '절반의 성공'으로 남게 됐다.
연출: 이병헌·안길호 / 극본: 김은숙 / 출연: 김우빈, 수지, 안은진, 노상현, 고규필, 이주영 외 / 장르: 어반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 공개일: 10월3일 / 시청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회차: 13부작 / 플랫폼 : 넷플릭스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