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간계’ 감독들 "AI가 뺏는다고? 더 많은 일자리 창출할 수 있다"
||2025.10.14
||2025.10.14
AI(인공지능)를 활용한 단편 영화는 있었지만 장편 영화는 없었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중간계'는 국내 최초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장편 상업영화다. 이 영화를 '범죄도시'와 '카지노' '파인'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강윤성 감독과 AI 영화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권한슬 감독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강 감독이 작품 전체를, 권 감독이 작품에 등장하는 크리처 등 AI를 활용한 장면들을 연출했다.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윤성 감독과 권한슬 감독은 AI를 활용한 완벽한 구현보다도 AI를 활용해서 만든 장편 상업영화를 극장에서 첫선을 보인다는 사실에 의미를 뒀다. 이들은 "AI를 활용한 영화로서 상업적 실증이 필요했고, 이를 통해 다음 시도를 할 수 있게끔 산업에 대한 발판을 깔아주는 것이 중요했다"고 밝혔다.
●"AI 발전 속도 상상 이상"
'중간계'는 이승과 저승 사이의 세계인 중간계에서 저승사자들에게 쫓기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액션 물이다. 상영시간이 60분으로 AI를 활용해 제작된 영화다. 당초 2시간 분량의 장편 영화로 기획됐다가, 1편과 2편으로 나뉘어 이번에 1편을 선보이게 됐다. 영화가 두 편으로 나눠진 데에는 이 작품을 만들 당시만 해도 AI로 실사촬영 수준의 장면을 구현하는데 기술적 한계가 있어서였다.
강 감독은 "올해 3월 프리(프로덕션) 때만 해도 AI로 구현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게 많았다"며 "그런데 촬영하면서 또 후반작업하면서 AI가 정말 빠르게 발전했다"고 '중간계'의 극장 상영을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을 전했다.
권 감독은 "1년 반 전에 AI로 영화를 만들었을 때 사람이 발걸음 한번을 떼지 못했는데 지금은 뛰고 날아다닌다"며 "(작품 속의) 뭉개짐 같은 문제도 2년 안에 해결될 것"이라며 후속편 제작을 기대했다.
'중간계'는 강 감독이 25년전 감독 데뷔를 위해서 써둔 공포영화 시나리오를 AI 영화에 적합하게 새로 고쳐 썼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많은 크리처들을 등장시키고 폭파 및 파괴 장면 등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시각적 효과들로 영화를 꽉 채웠다.
●"작업의 효율성 극대화될 것"
강 감독은 "AI로 만들었을 때 CG(컴퓨터그래픽)보다 효율적으로, 다시 말해 적은 비용으로 시각적 효과를 구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차량 폭발 장면으로, AI로 1~2분 만에 완성했다. 그는 "이 장면을 CG로 만든다면 4~5일 정도 걸릴 것"이라며 "'중간계' 규모 정도의 영화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면 후반작업에만 1년이 걸리는데 AI로 작업해서 후반작업이 실질적으로 한 달 반 만에 끝났다"고 덧붙였다.
'중간계'가 업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도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서가 아니라, AI를 활용해 영화를 만들었을 때 기대되는 효과에 있다. 실제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었던 만큼, '중간계'가 개봉 이후 상업적인 성과까지 거둘 경우, 기존의 영화 제작 방식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강 감독은 "제작비가 업계의 화두인데 시대에 발맞춰 제작비가 상승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연출부로 일할 때 월급으로 20만~30만원 받았는데 오히려 그게 적정하지 않은 것이었다"고 짚었다. 그는 "중요한 건, 제작비가 상승한 것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는 작업의 효율성을 높여서 부담을 낮춰야 하는 것"이라며 AI를 하나의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또, AI가 창작 활동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강 감독은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제작비 200억, 300억원 규모의 영화를 만들면 그만큼 벌 수 있을까? 그 생각을 하다 보면 싸게 만들 수 있는 영화를 찾게 되고 소재와 이야기가 한정될 수밖에 없다"며 "그게 점점 더 관객들이 극장을 안 찾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영화가 CG를 쓰고 특수효과를 쓰는 게 아니"라며 "AI를 도구로서 잘 활용하면 200억원이 아니어도 몇 십억원으로 그런 수준의 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감독과 한 말인데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져서 더 많은 일자리를 생성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인간의 창의성 흉내 낼 수 없어"
물론 그 반대편에서는 AI가 인간의 노동력과 창작력까지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당연히 감독과 작가, 배우들도 AI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할리우드의 작가들과 배우들이 파업을 한 이유고, 최근 AI 배우 틸리 노우드의 등장에 할리우드가 발칵 뒤집어진 배경이다.
강 감독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티브한 것들은 기술이 아무리 흉내 내려 해도 흉내 낼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감독 역시 "AI가 영화의 본질을 바꿀 수는 없다"며 "AI는 포스트 프로덕션의 새로운 한 축으로 자리잡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AI의 저작권 침해 문제에 대해서는 두 감독 역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강 감독은 "저작권 문제는 계속해서 첨예하게 다뤄질 것이고 다뤄져야 한다"고, 권 감독은 "기술은 나를 대신해서 표현을 해주는 것이지 기술이 표현하는 게 아니"라며 "결국 기술을 이용하는 창작자의 의도가 무엇인지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