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탁류’의 로운 "잘생김 벗어나 새로운 평가 받아보고 싶었다"
||2025.10.15
||2025.10.15
"하루의 촬영 일정이 끝나고 난 뒤 '탁류 맛있다'고 외쳤어요. 28살이 로운이 할 수 있는 최선을 연기를 매일 했던 것 같아서 후련했죠. 누구나 인생에 굴곡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 안에도 어떤 외로움이 있었는데, 그걸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배우 로운은 지난달 26일부터 공개 중인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탁류'(극본 천성일·연출 추창민)에서 꽃미남 청춘의 이미지를 벗고, 고독과 상처를 품은 인물로 거친 변신을 감행했다. 그의 새로운 얼굴은 시청자는 물론 본인에게도 큰 만족감을 안긴 듯 보였다. 로맨스 장르 속 완벽한 모습이 아닌 결핍과 상처로 가득한 장시율은 왈패가 되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인물이다.
15일 맥스무비와 만난 로운은 작품 출연 제안을 받고 "너무 신이 났다"며 "드디어 이런 작품이 저에게도 왔다는 생각에 기뻤다. 바른 이미지 혹은 꽃도령, 변호사 같은 각이 잡히거나 메이크업도 뽀얗게 하는 역할을 주로 해왔는데 누군가는 저의 또 다른 모습을 봐주고 있었다는 마음에 뿌듯했다"고 말했다.
로운은 극 중 '나, 그리 심성 고운 놈 아니오'라는 장시율의 대사에 "눈이 번쩍 뜨였다"고 고백했다.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를 비롯해 KBS 2TV '연모' '혼례대첩' 등에서 보여준 꽃미남의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로운은 이번 작품에서 전혀 다른 얼굴을 꺼내 들었다. 날카로운 눈빛과 고독한 표정, 거친 맨몸 액션으로 무게감을 더하며 장시율의 복합적인 내면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추창민 감독은 "로운의 가장 큰 무기인 잘생김을 빼앗겠다 했는데 오히려 기꺼이 동의하며 얼굴과 몸을 새롭게 만들어왔다"며 그의 열정을 높이 평가했다.
"잘생김은 오래가지 않잖아요. 물론 오래가면 좋은데,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그것만 가지고는 (배우로서)경쟁력이 덜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잘생김도 하나의 무기이고 설득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연기를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죠. 그래서 그것에서 벗어난 평가를 받아보고 싶었습니다."
● "'로운인 줄 몰랐다'는 평가, 너무 좋았다"
'탁류'는 무법천지의 조선에서 뒤틀린 세상을 바로잡고 각자의 길을 개척하려는 세 청춘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로, 돈과 물자가 오가는 한강 일대를 지키면서 패권을 쥔 왈패들의 세상을 집중해서 그린다.
한강의 각 나루를 책임지는 왈패의 무리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마포 나루터를 지키는 장시율은 박무덕(박지환)에 과거를 들키며 원치 않게 왈패의 세계에 발을 들였지만,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이며 사람답게 살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나루터의 질서를 세우고자 한다. 시율은 어릴 때 겪는 전란에서 부모를 잃은 상처와 함께 자란 친구(박서함)와 서로 다른 위치에서 재회한 비극적인 운명에 휘말린 입체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드라마의 시작은 캐릭터의 '결핍'에서 비롯된다고 봐요. 시율의 결핍은 무엇일까 봤는데 '사랑'이더라고요. 그는 이름도 불리면 안 되고, 집도 없는 인물이죠. 이름과 집이 없는 사람은 사회로부터 동떨어질 수밖에 없잖아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늑대 같은 인물로 접근했고 그래서 텅 빈 사람처럼 마치 나무껍데기 같은 질감을 내고자 했죠."
기교보다 우직하고 힘 있는 액션은 화제를 모았다. 키가 190cm인 로운의 피지컬을 이용한 날 것의, 묵직하고 거친 액션은 '탁류'에 시선을 붙들게 했다. 로운은 "디자인이 짜여있지 않은 액션을 보여주고 싶다는 무술감독님의 의견에 공감했다"며 "정리된 합이 아니라 마치 '개싸움'처럼 던지는 대로, 잡히는 대로 펼치는 액션이 카메라에 잘 담긴 것 같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서 카메라 기법을 활용해 화려하게 표현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고 사실적이라 좋았다"고 밝혔다.
로운은 꾀죄죄한 의상에 까맣게 그을린 얼굴, 아무렇게나 자라난 수염 등으로 조선시대 하층민인 왈패를 표현했다. "옷이 총 3벌이었다"던 그는 "밥차에 사람들이 꽉 차 있으면 그냥 길바닥에 앉아서 먹어도 될 만큼 편안했다"고 웃었다. 파격적인 비주얼에 "로운인 줄 몰랐다"는 평가도 잇따랐는데 로운은 "배역으로 보였다는 말이니까 그 평가가 너무 좋았다"고 강조했다.
"고등학교 친구들이 제가 이제까지 했던 작품들은 낯간지러워서 못 보겠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그런데 친구 중 한 명이 '탁류'를 쉬지 않고 봤다고 말해줬는데 너무 고맙더라고요."
추창민 감독은 '탁류'가 첫 시리즈 연출로 꼼꼼한 준비와 세심한 디렉팅으로 로운을 이끌었다. 그는 "배우가 연기를 편하게 할 수 있게 열어줬다"면서 "한 회 안에서도 감정의 기승전결이 이어질 수 있게끔 촬영을 디자인해 줬다. 큰 감정을 연기할 때는 항상 의견을 물어봐줬고, 저를 믿고 신을 바꾸거나 상황을 수정해 주기도 했다. 배우들을 많이 믿어줬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박지환이 연기한 박무덕은 장시율을 왈패의 길로 이끌며 한때 악연처럼 얽히지만 시간이 흐르며 두 사람은 진한 우정을 쌓아간다. 시율이 "지켜드릴게요"라며 무덕에게 마음을 내보이는 장면은 두 인물의 남다른 브로맨스를 드러내며 극의 흥미를 더했다. 로운은 "극 중 (박)지환 선배가 표독스럽게 나오지만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라며 "시와 책을 사랑한다. 걷는 걸 좋아하고, 요즘엔 뛰는 걸 좋아하는 예술가 같은 분이다.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저의 감수성도 많이 풍부해졌다"고 했다.
"지환 선배가 아니라면 '탁류'가 이렇게 재밌게 나올 수 있었을까 싶더라고요. 같이 해서 영광이었죠. 저를 비롯해 모두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했어요. 촬영하면서 막히거나 찜찜한 기분이 들면 찾아가서 어땠는지 물어봤어요. 그렇게 시너지를 쌓아나갔어요."
● 군대 다녀온 30대 로운은? "섹시할 것 같다"
2016년 그룹 SF9으로 데뷔해 2017년 KBS 2TV '학교 2017'로 본격적인 연기에 시작한 로운은 데뷔 9주년에 군대에 입대하며 20대 연예계 활동을 마무리하게 됐다. 그는 자신의 20대에 대해 "정말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20대 초반에는 늘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힘들게 했어요. 그런데 연기가 재밌다고 느껴진 순간부터 조금씩 편해졌죠. JTBC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때 (이)현욱 형한테 '이 역할을 다른 배우가 했으면 더 잘했겠죠?'라고 푸념했는데 '네가 하면 너의 캐릭터, 다른 사람이 하면 다른 캐릭터'라고 비교하지 말라는 말이 큰 위로가 됐죠. 물론 기회가 오지 않아서 또 욕심이 충족되지 않아서 불만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제 자신을 위할 줄 아는 29살이 된 것 같아요. '탁류'가 선물처럼 다가왔듯, 오늘 하루 충만하게 열심히 살자는 마음으로 30대를 맞고 싶어요."
로운은 당초 7월 입대 예정이었으나 입영판정검사에서 재검사 판정을 받아 오는 27일 현역으로 입대한다. 입대를 2주도 안 남긴 시점으로 "계획이 틀어진 상황이라 난감했지만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면서 작품을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마음의 준비는 다 마쳤다. 몸 건강하게 다녀올 생각"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군대에서 "훈련을 열심히 하고 여가시간이 남는다면 영어를 배우고 싶다"고 희망했다. '글로벌 진출 욕심이 있냐'는 말에 "할리우드 너무 가고 싶다"며 "내부반에 영어를 잘하는 동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30대의 로운이 그리는 청사진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망설임 없이 "너무 섹시할 것 같다"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모두 웃으시지만 저는 진지하다"고 여유롭게 미소 지은 로운은 "저를 믿고 잘 걸어갈 것 같다. 10년 지기 친구들이 저에게 타고난 기운이 긍정적이라 '잘 될 것'이라고 자주 얘기해 줬다. 당시에는 그 말을 인정하지 못했는데 사람이 (남에게)주는 기운이 있고, 그걸 믿기 시작했다. 일도 열심히 하면서 주변에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 그래서 섹시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총 9부작으로 이뤄진 '탁류'는 오는 17일 8, 9회를 공개하며 종영한다. 그는 "마지막 2회 안에 많은 얘기가 있다. 전개가 엄청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보는 맛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결말에 대해서는 "안에서도 여러 가지 의견이 있었다. 조심스럽지만 여운을 남기지 않을까 한다. 아직 시즌2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지만, (내부에서)조금씩 들린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