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잃은 ‘백번의 추억’, 해피엔딩에도 엇갈린 반응, 왜?
||2025.10.20
||2025.10.20
배우 김다미와 신예은이 주연한 JTBC 토일드라마 '백번의 추억'이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지만 시청자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두 친구의 우정을 통해 여성의 연대를 그리면서 시작한 이야기가 점차 한 남자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하는 삼각관계로 변화하고, 극적인 반전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개연성이 부족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의아함을 자아냈다.
지난 19일 막을 내린 '백번의 추억'(연출 김상호)은 미스코리아 진에 당선돼 오랜 꿈을 이룬 서종희(신예은) 앞에 과거의 악연이 나타나 흉기 난동을 부린 상황에서 대신 칼에 찔린 고영례(김다미)의 모습이 그려졌다. 다행히 영례는 깨어났고 1년 뒤 남자친구 한재필(허남준)과 결혼을 약속했다. 그렇게 영례와 종희 재필은 함께 여행을 떠난 곳에서 웃으며 지난날을 추억했다.
'백번의 추억'은 버스에서 요금을 받고 승객의 승하차를 챙기던 버스 안내양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워 주목받았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인천 청아운수 100번 버스 안내양 고영례와 서종희의 우정, 그리고 두 사람과 운명적으로 얽힌 한재필을 둘러싼 첫사랑을 그리며 그 시대의 풋풋한 감성을 되살렸다. 양희승 작가는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장녀 노릇을 했던 그 시절 '안내양 언니들'을 추억하며 드라마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새벽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루를 열었던 그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와 세대를 불문한 청춘을 그려내고자 했다.
이에 맞춰 '백번의 추억'은 1980년대의 정취를 생생히 되살리기 위해 실제 운행했던 옛 버스를 공수했고 간판과 건물, 길거리 음식 등 당시의 풍경을 재현하며 시대적 감성과 청춘의 낭만도 녹여냈다. 지난 9월13일 첫 방송 당시 시청률 3.3%(닐슨코리아·전국기준)로 출발한 드라마는 종영을 앞둔 지난 12일에는 7.5%, 마지막 회는 8.1%를 기록하면서 꾸준히 상승했다.
다만 극이 진행될수록 작품의 정체성은 모호해졌다. 드라마는 영례와 종희가 버스 안내양으로 일했던 시기를 1막으로, 서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재회한 7년 후를 2막으로 설정했다. 1, 2막 모두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달라지는 인물들의 변화상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 특히 2막의 배경은 1989년도이지만 등장인물들의 복장과 헤어스타일이 2020년대와 크게 다르지 않게 설정돼 시청자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후반부 주요 무대였던 미스코리아 대회에서도 영례와 종희를 비롯해 참가자들의 모습이 1980년대와는 달라 몰입을 떨어뜨렸다.
● 영례와 종희 '빛나는 우정'에서 삼각관계로
무엇보다 극의 중심을 이루는 영례와 종희의 관계가 흔들리며 작품의 감정선을 약화시켰다. 가난하고 불합리한 시대에 두 사람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안타깝게도 두 사람 모두 재필을 좋아했지만 이들에게는 사랑보다 우정이 먼저였다. 그렇지만 2막에서 영례와 종희는 재필을 사이에 두고 갈등을 빚었고, 드라마가 초반에 내세웠던 '빛나는 우정'과는 다소 엇갈린 방향으로 흘러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영례가 종희의 꿈이었던 미스코리아에 도전하는 이야기가 다소 뜬금없다는 반응이 집중적으로 나왔다. 국어 교사가 되기 위해 공부에 매진했던 영례인 만큼 대학 등록금을 위해 미스코리아 출전을 결심했다고 하지만, 종희의 오랜 바람인 대회에 출전하는 영례의 선택이 갑작스러웠다는 반응이다. 영례의 미스코리아 도전은 예상 밖의 선택이기에 캐릭터의 일관성을 흔들고 극 전체의 개연성도 무너뜨리는 요인이 됐다. 반면 악연으로 얽힌 청아운수 노무과장 노상식(박지환)이 종희를 해치려는 순간 영례가 막아서는 결말은 예측 가능한 흐름으로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백번의 추억'은 영례와 종희가 재필을 두고 갈등하고 미스코리아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면서 드라마가 내세운 우정과 애틋한 첫사랑의 정서가 점차 휘발되는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엔딩에서 3명의 인물이 함께 바닷가로 여행을 떠나는 장면 역시 시청자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서로의 아픔을 품고 갈등하던 각각의 인물이 그 감정을 온전히 해결하지 못한 채 돌연 한자리에 모여서 웃는 마지막 장면은 '꽉 닫힌 해피엔딩'을 지향했음에도 엇갈린 반응을 낳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