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포테이토 지수 90%] 대체 무엇이 ‘굿뉴스’인가..그 의뭉스러움이 웃기다
||2025.10.21
||2025.10.21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음. 다만, 모든 등장인물과 상황은 상상에 의한 허구임. 그렇다면 진실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굿뉴스’는 작심한 듯, 자문하듯, 바라보는 이들에게 앞으로 그려갈 이야기의 핵심적 메시지를 던진다. 어쨌거나 이야기는 실제 벌어졌던 사건에서 상당한 바탕을 두고 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해가는 일부 과정과 그 속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을 “상상에 의한 허구”로써 그려내면서 사실과 진실, 현상과 본질, 욕망과 본능 등 사이를 오가며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는 1970년 3월31일 도쿄를 출발해 후쿠오카로 날아가던 일본항공(JAL) 항공기 요도호를 극좌 테러리스트인 9명의 적군파 요원이 납치한 사건, 일명 ‘요도호 사건’을 토대로 한다.
영화 속 이야기처럼, 납치범들은 북한 평양으로 향하려 했다. 하지만 비행기는, 또 영화 속 이야기처럼, 평양공항으로 교묘하게 위장한 한국 김포공항에 착륙한다. 당시 군인들이 북한군 복장으로 위장하는 등 납치범들을 속이려 했지만 미국 민항기가 이들의 시선에 노출되고 말았다. 이 또한, 영화 속 이야기처럼. 이후 일본 정부는 교통부 차관을 127명의 승객과 승무원 등 인질들과 ‘교환’하기로 하고, 납치범들과 비행기는 북한으로 날아갔다.
이 같은 사건의 얼개는 ‘굿뉴스’가 전개하는 사건의 얼개로 담긴다.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음”이라는 전제는 그래서 사실이자 그 자체로 ‘진실’이 된다.
영화는 이 얼개 속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해결사 ‘아무개’(설경구)와 비상한 관제 실력을 지닌 엘리트 공군 중위 서고명(홍경), 납치 사건을 해결해 권력 상승을 꿈꾸는 중앙정보부장(류승범) 등 인물들을 “상상력에 의한 허구”로 배치한다. 아무개의 지략으로 서고명이 납치된 비행기의 항공 통신을 가로채 평양공항으로 위장한 김포공항으로 착륙시키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각 인물들이 빚어내는 이야기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웃음을 자아내며 매력을 뿜어낸다.
“상상력”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건 뒤에 감춰진 진실이 무엇인지를 묻는 긴요한 매개라고 영화는 말한다. 또 진실이란 게 실제 또는 “간혹” 존재해서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는 것인지를 묻는다. "일어난 사실"에 "약간의 창의력"을 더해 전해져오는 세상 갖은 일들에 관한 소식에 이를 "믿으려는 의지"를 지닌 이들은 얼마나 많이 무너져내리는가.
그래서 영화는 각 인물들의 뚜렷한 캐릭터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서사를 통해 또 다르게 보는 재미를 한껏 안긴다.
납치범들은 순진하다 못해 어리숙하기만 하고, 이들의 납치극은 그저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으로만 치달아갈 뿐이다.
중앙정보부장과 청와대 비서실장(박영규) 그리고 ‘신선하게’ 등장하는 영부인(전도연) 등 정치권력의 핵심 인물들은 오로지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무책임한 정치적 욕망으로 현실을 풍자한다.
대신 아무개와 서고명은 이들과는 대비를 이루는 듯 보인다. 하지만 아무개는 서서히 드러나는 자신의 당초 신분이 얽어매온 현실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어이없는 상황에 두 다리를 잃은 참전용사 아버지를 보고 자라난 서고명은 출세의 욕망을 꿈꾸면서도 바로 그 때문에 스스로를 얽어매는 현실 속으로만 빠져 들어간다.
영화는 이 같은 설정과 인물들이 펼치는 소동극이라 할 만하다. 어설프게만 보이는 인물들이 펼치는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은 현실에 대한 뾰족한 거울이 된다.
설경구는 어수룩한 듯 보이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의뭉스러움의 캐릭터를 말 그대로 의뭉스럽게 연기해냈다. 출세의 욕망으로 들끓는 확신의 얼굴 위로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뒤늦게 눈치채고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는 홍경의 눈은 ‘굿뉴스’의 시그니처가 될 것이다. 중앙정보부장 역을 연기한 류승범의 충청도 사투리는 자신들의 비열함을 애써 감추려는 정치권력의 표상처럼 들려온다.
1970년대 초반 김포공항 등 다양한 공간과 풍경이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온 듯 사실적으로 그려낸 변성현 감독의 재능은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과 ‘킹메이커’ 등 전작에서보다 훌쩍 더 나아간다. 특히 ‘킹메이커’를 통해 1970년대 초반 흑색선전과 지역감정을 이용해 대선에서 승리하려는 정치판의 이면을 드러낸 변 감독은 ‘굿뉴스’에서 한 발 더 깊숙이 들어가 때로는 위선적이고 때로는 순진하게까지 보이는 본능적 내면과 욕망을 들여다본다. 다만, 이전까지 한 치의 오차 없이 한껏 쌓아올린 한바탕 소동극의 두터운 미덕이 결말로 치달아가면서 다소 친절한 의도 때문에 덜어질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영화는 거칠게 울퉁불퉁한 달 표면을 향해 정밀하게 나아가는 화면 위에서 또 한 번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확인시킨다. 트루먼(Trueman) 셰이디(Sahdy)가 남긴 ‘명언’이라며.
“진실은 간혹 달의 뒷면에 존재한다. 그렇다고 앞면이 거짓은 아니다.”
그런데, 트러먼 셰이디는 대체 역사에 어떤 업적을 남긴 사람이어서 이런 ‘명언’이 전해져 내려오는가.
감독 : 윤가은 / 각본 : 변성현, 이진성 / 출연 : 설경구, 홍경, 류승범 등 / 제작 : 스타플래티넘 / 스트리밍 : 넷플릭스 / 장르 : 드라마·코미디 / 공개: 10월17일 /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36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