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포테이토 지수 86%] ‘탁류’, 바른 세상 바라는 조선 청춘의 '피 땀 눈물'
||2025.10.23
||2025.10.23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이다. 서로 더 큰 권력을 쥐려 악랄하게 세금을 걷고 죽고 죽이는 음모가 벌어지는 '내전'의 아귀다툼을 비웃기라도 하듯, 먼 산에서 봉화가 피어오른다. '외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검은 연기다. 위기가 다가오지만 전쟁의 한복판에서 살아남을 순 있다. 서로를 믿으며 힘을 모은다면 이기지 못할 일은 없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탁류'가 담은 세상은 처참하다. 백성의 고혈을 짜는 탐관오리들, 그 하수인이 돼 백성을 더 악랄하게 괴롭히는 왈패들, 이들을 조종하는 권력자들이 뒤엉켜 살아가는 세상이다. 이야기의 무대는 돈과 물자가 오가는 한강 일대. 그중 마포 나루에 터를 잡은 왈패 무덕(박지환)의 눈에 힘 좋고 두려움 없는 일꾼 장시율(로운)이 들어온다.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가진 시율과 손을 잡은 무덕은 마포 일대 왈패들의 우두머리인 '마포 엄지'가 되고, 도망자 신세로 떠돌던 시율은 무덕 무리에 스며들면서 가족이 된다.
'탁류'는 저마다 사연으로 비극의 한복판에 들어선 인물들의 이야기다. 온통 부조리로 가득 찬 세상의 중심에 세 명의 청춘 시율과 최은(신예은), 정천(박서함)이 있다. 이들은 바른 세상을 꿈꾸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간다. 마포를 지키는 좌포청 종사관으로 부임한 정천은 고아로 떠돌던 시율과 함께 자란 형제 같은 친구. 어린 시절 겪은 전쟁에서 누구도 백성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목격한 정천은 백성의 편에서 탐관오리들의 부조리에 맞선다. 최은은 아들이 아니면 이어받을 수 없는 거대 상단의 후계자가 돼 특유의 영민함과 강단으로 왈패 무리 앞에 당당하게 선다.
드라마는 이들 세 명의 '조선 청춘'을 통해 엄혹한 세상에서 각자의 꿈을 품고 살아남으려는 이들의 분투를 그린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법. 정천은 시율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으려 하고, 시율은 그런 정천이 안전하길 바라면서 스스로 불구덩이로 뛰어들기도 한다. 표적이 된 최은을 구하는 것도 시율과 정천이다. 아픈 시대에서 싹트는 이들 청년의 연대와 운명을 개척하는 강한 의지는 '탁류'가 기존 사극에서 한 발 나아가 더 넓은 세상에 눈을 두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 진짜 주인공은 '왈패들'
'탁류'는 극본을 쓴 천성일 작가의 대표작인 2010년 KBS 2TV 드라마 '추노'와 추창민 감독이 연출해 1000만 흥행에 성공한 2012년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색채가 짙게 뭍어나는 작품이다. '추노'는 도망 노비를 찾는 추노꾼들이 온갖 핍박 속에 누명을 쓴 채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그렸다. 억압의 시대에 휘말린 인물들의 갈등을 다루지만, 어려움 속에서 연대를 형성하는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추노'와 '탁류'는 연결된다.
또한 '광해, 왕이 된 남자' 역시 소모적인 정쟁에서 벗어나 오직 백성을 위하는 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 이는 '탁류'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광해'가 직접적으로 주제를 선명하게 다뤘다면, 이번 '탁류'는 격동의 시대에 휘말린 세 청춘의 운명을 보여주면서 에둘러 목소리를 낸다.
극을 이끄는 3명의 주인공으로 배우 로운과 신예은, 박서함을 발탁한 캐스팅 전략도 돋보인다. 거친 세상에 발을 디딘 청춘의 얼굴이 이들 배우를 통해 더욱 빛난다.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기운이 각자의 캐릭터와 어우러지는 점도 탁월하다. 이들을 중심으로 변혁을 시도하는 왕족 대호군(최원영), 그를 돕는 최씨 상단의 수장 최정엽(유성주), 권력에 기생하면서 위기를 만드는 종사관 돌개(최귀화) 등 다양한 인물들이 어우러져 갈등을 유발한다.
하지만 작품을 통틀어 진짜 주인공은 특정 캐릭터가 아닌, 험난한 세상에 어우러져 살아가는 '왈패들'이다. 시율과 무덕을 중심으로 왈왈이(박정표), 말복이(안승균), 개춘(윤대열)으로 이뤄진 왈패들은 마포 나루터를 관리하면서 일꾼들과 상인, 권력자들을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 악랄하게 세금을 갈취하는 행태는 탐관오리와 비슷하지만, 먹고살기 위해 더 악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는 밑바닥 백성과 다르지 않은 처지다. 분명 악당처럼 보이지만 묘하게 연민을 자극하는 미워할 수 없는 존재다.
'탁류'는 정통 사극 장르에 집중하면서도 패기 넘치는 청춘 서사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다만 왈패들의 이야기에 대부분을 할야하면서 상대적으로 최은과 정천이 바라는 세상, 그리고 대호군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변혁의 움직임이 미미하게 그려져 아쉬움을 남긴다. 만약 시즌2가 나온다면, 풀어갈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높은 봉우리마다 피어오른 검은 연기가 '전쟁'이 일어났음을 알리면서 시율과 최은이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 궁금증은 커진다.
연출: 추창민 / 극본: 천성일 / 출연: 로운, 신예은, 박서함, 박지환, 최귀화 외 / 장르: 사극, 액션 / 공개일: 9월25일 / 시청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에피소드: 9부작 / 스트리밍: 디즈니+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