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가없다’ 속 리원의 그림 악보, 실제로 존재했다
||2025.10.23
||2025.10.23
지난달 24일 개봉한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300만 관객 돌파를 향해가고 있는 가운데, 이 작품에서 이병헌과 손예진의 극 중 딸의 '그림 악보'가 실제 사례를 반영해 제작된 사실로 주목받고 있다.
'어쩔수가없다'(제작 모호필름)는 25년간 일한 제지회사에서 해고당해 가족과 집을 지키기 위해서 재취업 전쟁을 시작하는 중산층 가장 만수(이병헌)의 이야기를 그렸다.
만수는 아내 미리(손예진)와 아들 시원(김우승), 딸 리원(최소율), 그리고 반려견 두 마리까지 많은 식솔을 거느리는 가장으로,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을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 특히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리원이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만수와 미리 부부는 집 대출을 갚아야 하는 여유없는 살림에도 딸의 첼로 교육을 뒷바라지해왔는데, 리원의 천재적 재능을 이유로 "더 수준 높은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도 선생의 말은 실직 상태의 만수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며 자신의 전쟁을 위한 한 가지 명분으로 기능한다.
리원의 천재성은 영화의 결말부에 드러난다. 리원이 틈틈이 그리던 그림이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악보였음이 밝혀진다. 이러한 악보를 보면서 아이의 연주라고 믿기 힘든 수준 높은 연주를 하는 리원의 모습은, '고추잠자리 신'과 더불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미리가 '어떤 결심'을 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눈길을 끄는 건, 리원이 실존 인물에서 영감받아 영화적 상상으로 창조된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그 주인공은 올해 충북예술고 3학년인 첼리스트 이정현으로, 리원이 알록달록한 점을 찍어 그림으로 완성한 악보는 그의 악보를 바탕으로 완성됐다.
이러한 천재적 재능과 더불어 리원은, 아빠 엄마의 말을 듣고 담아뒀다가 어느 순간 마치 앞으로 나타날 상황을 암시라도 하는듯이 내뱉으며 신비로운 존재감을 드러낸다. "벌레가 끓어서 다 죽어간다"는 말이 대표적인 예로, 영화를 보고 나면 다 죽어간다는 '그' 대상을 만수와 분리해 생각하기 어렵다.
리원이 원작에 없던 인물이어서 이러한 설정이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익히 알려졌듯, '어쩔수가없다'는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를 각색한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은 투자배급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감독의 알려줄 결심' 영상에서 "리원이 방금 들을 말을 반복하는 게 아니고 한참 뒤에 하는데 왜 하필이면 이 상황에서 하는지 알쏭달쏭 궁금하게 만든다"며 "(리원을 통해서) 어린아이지만 예언자 같은 존재라는 뉘앙스를 주고 싶었다"고 말로 리원의 활약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어쩔수가없다'의 박찬욱 감독과 주연배우 이병헌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개막한 제26회 뉴포트비치필름페스티벌에서 글로벌 임팩트상과 아티스트 오브 디스팅션상을 각각 수상하며 또 한번 낭보를 전했다. '어쩔수가없다'는 지난 8월 열린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을 시작으로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제63회 뉴욕영화제, 제69회 런던국제영화제, 제58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의 초청 및 수상 행보를 이으며 내년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지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