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스트 라이드’ SWOT 분석, 무장 해제 코미디 VS 눈물이 난다고?
||2025.10.28
||2025.10.28
웃기려고 작정한 줄 알았는데 뜻밖의 뭉클한 감정도 자극한다. 찬바람 부는 가을, 웃음과 눈물을 동반하고 관객을 찾아온 영화 '퍼스트 라이드'(제작 브레인샤워)가 29일 개봉한다.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드는 믿음직한 배우 강하늘이 전면에 나섰다. 2년 전 코미디 영화 '30일'로 216만명 동원에 성공한 남대중 독과 다시 손을 잡은 강하늘을 중심으로 차은우부터 한선화 김영광 등 배우들까지 의기투합했다.
개봉을 앞두고 예매율은 일찌감치 선두에 올랐다. 현재 극장가에서 흥행을 주도하는 뚜렷한 영화가 없는 데다, 현재 박스오피스 1위인 애니메이션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은 이미 상영 한 달째에 접어든 상황. 신작인 '퍼스트 라이드'의 초반 반응이 긍정적으로 형성된다면 가을 극장가의 다크호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30일'에 이어 반전의 코미디로 또다시 흥행할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을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기' 등 SWOT 분석으로 살폈다.
● 강점 (Strength)...긴장 풀고 보는 '무장해제 코미디'
올해 코미디 영화의 흥행 성과는 눈에 띈다. 전체 1위에 오른 영화는 배우 조정석의 코미디가 빛난 '좀비딸'(563만명), 지난 추석과 설 명절 연휴에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영화 역시 코미디인 '보스'(238만명)와 '히트맨2'(254만명)이다.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웃고 즐기는 영화가 극장에서 잇단 성과를 거두는 가운데 '퍼스트 라이드'가 그 자리를 이어받는다.
주인공은 24년지기인 네 명의 친구들. 여섯 살때 처음 만난 태정(강하늘)과 도진(김영광) 연민(차은우) 금복(강영석)은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한명이라도 없으면 안되는 사총사가 된다. 이들은 무서울 게 없는 10대. 태정은 뭘 하든 '끝을 보는 놈', 미소년인 연민은 '잘생긴 놈', 조금 부족해 보이는 도진은 '해맑은 놈',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금복은 '눈 뜨고 자는 놈'으로 불리면서 끈끈한 우정을 다진다. 이들 옆에 태정을 짝사랑하는 일편단심 옥심도 있다.
스무 살이 될 무렵 연민이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게 되자, 사총사는 그전에 태국 여행을 계획한다. '다음에 가라'는 어른들의 만류에 맞서 태정은 수능 만점을 받으면서 어렵게 허락을 구한다. 어렵사리 여행길에 나선 순간, 공항버스를 놓치는 어이없는 실수와 이어진 사건들로 '다음에 가자'는 기약없는 약속만 남긴 채 10년의 시간은 속절 없이 흐른다. 각자 위치만 달라졌을 뿐 '놈놈놈'으로 불린 친구들의 진면목은 변하지 않았다. 서른살이 돼서야 가까스로 출발한 태국 여행은 위기의 연속이고, 마음이 급한 태정과 달리 친구들은 자꾸만 엉뚱한 상황을 만들어 사건을 자초한다.
서로를 너무 잘 아는 '찐친들'의 여행에는 순간순간 웃음 지뢰가 숨어 있다. 말장난이나 슬랩스틱 코미디, 어이없는 상황의 반복으로 유발하는 웃음이 계속된다. 그 웃음이 배경에는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사총사의 역사가 숨어 있어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딘지 조금 부족한 사총사가 만드는 웃음은 무해하다.
● 약점 (Weakness)...'극 T'에겐 높은 허들
코미디 영화의 명암은 분명하다. 관객의 취향을 저격한다면 저항 없이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지만, 저마다 다른 '유머 코드'에 따라 전혀 엉뚱한 반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개봉 전 진행된 여러 시사회를 통해 나오는 '코미디 만족도'에 대한 평가가 제각각인 이유다.
'퍼스트 라이드'는 남대중 감독의 데뷔작인 2016년 영화 '위대한 소원'이나 '30일'의 분위기를 잇는 작품이다. 신한부 선고를 받은 친구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여행길에 나선 세 친구의 이야기인 '위대한 소원'은 혈기 왕성한 청춘이 낯선 여정에서 겪는 황당한 상황으로 '짠한' 웃음을 만들었다. 감독의 대표작인 '30일'은 이혼을 결심한 부부가 교통사고로 나란히 기억을 잃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이별을 앞둔 사람들이 서로에게 주고받은 상처를 완전히 잊고 새롭게 관계를 설정하면서 겪는 해프닝을 그렸다.
친구나 부부 등 지극히 현실적인 관계를 맺는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황당한 설정으로 코미디를 만드는 감독의 특기는 이번 '퍼스트 라이드'로도 이어진다. 스무 살 무렵엔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태국 여행을 10년 만에 다시 가기까지, 사총사에게 벌어진 일들도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기 전까지 황당하게 느껴진다. 때문에 이성이 앞서는 '극 T' 성향의 관객에겐 그저 유치한 이야기로 보일 여지가 있다. 'F'보다 'T'에게 허들이 더 높은 영화다.
● 기회 (Opportunity)... 화룡점정 배우들
'퍼스트 라이드'의 최대 경쟁력은 강하늘이다. 이미 '30일'에서 남대중 감독과 216만명 흥행 성과를 거둔 주인공이자, 최근에는 범죄 액션 영화 '야당'부터 스릴러 '84제곱미터', 음식 소재의 드라마 '당신의 맛', 그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3를 넘나드는 왕성한 활동으로 대중과 신뢰를 쌓았다.
강하늘이 연기한 태정은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맑광눈'의 모범생. 친구들과 첫 여행을 위해 공헌한 대로 수능 만점까지 받는 능력자다. 우정이 인생의 1번이었지만 시간이 지나 사회 생활을 하면서 태정도 변한다. 국회의원 보좌관이 된 지금은 상사들 눈치보랴, 야근하랴 하루가 고달푼 직장인이다. 하지만 오래 전 친구들과의 약속을 지키려 태국 여행길에 오른 순간 '그 시절'로 돌아간다. 모든 게 완벽한 엘리트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빈틈이 많아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드는 반전 매력으로도 허를 찌른다.
코미디 장르에서는 '흥행 부적'으로 통하는 한선화의 활약도 강력하다. 영화 '파일럿'과 '달짝지근해 7510'으로 인정받은 재치 있는 연기력을 이번 '퍼스트 라이드'로도 이어간다. 김영광과 차은우, 강영석 등 코미디 경험이 부족한 배우들을 한 데 엮는 강력한 촉매제가 되는 여유도 풍긴다. 태국 여행길에서 만난 가이드 고규필, 영사관 직원 윤경호, 강하늘이 모시는 국회의원 최귀화 등 베테랑 배우들의 존재감도 지나칠 수 없다.
● 위기(Threat)...차은우는 조금 나오지만, 진짜 중요한 건...
이미 시사회를 통해 알려진 부분이지만, 영화에서 차은우의 출연 분량은 그리 많지 않다. 제작진이 개봉을 앞두고 공개한 예고편 등을 통해서도 사총사의 태국 여행길에 차은우는 '인형'으로 등장해 궁금증을 키운다. 그가 연기한 연민은 어린 시절 태정을 중심으로 사총사를 뭉치게 했고, 태국 여행을 결심하게 이끈 인물.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상황을 만드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실제로 영화는 연민의 내레이션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사총사의 첫 만남부터 뜨거웠던 학창 시절, 태국 여행을 떠나기까지 진한 우정은 연민의 말을 통해 관객에 전달된다. 극적인 반전을 만드는 인물 역시 연민으로, 분량보다 중요한 건 '존재감'이다. 27일 열린 VIP 시사회 직후 연민을 포함한 사총사에 얽힌 비밀이 드러나는 후반부의 이야기에 대해 '슬프다'는 반응이 집중적으로 나오고 있기도 하다. 눈물을 흘렸다는 반응도 눈에 띈다.
남대중 감독은 "현생에서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가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번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함께 모여 웃을 수 있는 영화를 추구하지만, 혹시 불편한 감정을 줄 수 있는 웃음 코드는 철저히 배제했다고도 강조했다. 감독은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이 기분 좋게 웃을까 고민했다"며 "웃다가 슬프기도 한, 그러다가 주변 사람들을 통해 치유받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이 같은 가치관을 영화에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