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려원 "어떻게 보이든 내려놔도 괜찮겠단 용기를 얻었다"
||2025.10.28
||2025.10.28
"고생문 열렸다 싶으면서도 재밌을 것 같았어요."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의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든 생각이라며 이 영화의 주연배우 정려원이 한 말이다. 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쩐지 자신의 작품이 될 거라는 직감을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얀 차를 탄 여자'는 '로스쿨'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마이 유스' 등 TV 드라마 및 시리즈 연출 경험이 풍부한 고혜진 감독의 첫 영화 연출 작품이다. 정려원이 JTBC 드라마 '검사내전'에 출연할 당시에 조연출이었던 고혜진 감독과의 인연으로 이번 작품에 출연했다.
"('검사외전' 당시) 현장에서 잘하니까 감독님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어요. 넉살이 좋달까, 수완이 좋달까. 아무튼 그때의 좋았던 기억 때문에 '언젠가 네가 작품을 제안하면 무조건 하겠다'고 약속했어요. 자칫 얼굴 못 볼 수도 있으니까 '그 대신 글이 좋아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죠. 그게 '하얀 차를 탄 여자'였어요."
'하얀 차를 탄 여자'는 피투성이 상태의 언니를 병원에 데려와 살라 달라 애원하는 여성 작가와 엇갈리는 진술 속에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려 하는 여성 경찰의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그려낸 스릴러 영화다.
●패션니스타 내려놓고 맨발 열연
정려원이 이 작품에서 경찰 현주(이정은)는 물론 관객을 혼란에 빠뜨리는 작가 도경으로 호연을 펼쳤다. 헝클어진 머리와 단정치 못한 옷차림, 시커먼 맨발로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패션니스타 정려원'의 모습은 없다. "한겨울에 촬영을 했다"는 그는 "너무 추워서 사실은 신발을 벗고 싶지 않았다"고 촬영 당시를 돌아보며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런 그의 생각을 바꿔놓은 건, 이 작품의 완성을 바라며 뭐 하나라도 보탬이 되고 싶은 모든 사람의 마음이다.
"그 추운데 더미(인형) 없이 정만(강정우)이 눈밭 위에 직접 누워서 시체 역할을 하는 거예요. 그거 보고 바로 (신발을) 벗었죠. 다들 힘들 텐데도 힘든 내색 없이 신나서 하는 것을 보면서 '이런 현장이 흔하게 오는 게 아니다'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그 마음이 통한 걸까. 당초 '하얀 차를 탄 여자'는 TV 단막극으로 기획됐던 작품이다. 영화는 14회차 만에 촬영을 마친 작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완성도를 갖춘 덕분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출품돼 배우상 등 2관왕을 수상했고, 이곳에서 작품을 흥미롭게 본 해외 프로그래머에 의해 샌디에이고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수상을 거머쥐는 기쁨을 누렸다. 그러면서 '하얀 차를 탄 여자'는 자연스럽게 영화로 관객과 만나게 됐다. 이를 위해 '범죄도시' 시리즈 등으로 알려진 영화전문 제작사 비에이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사로 합류해 다시 후반 작업을 거쳤다.
●"이정은 선배처럼 나이 들고 싶어"
'하얀 차를 탄 여자'는 두 여성 캐릭터의 주도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색다른 스릴러 영화로도 관심을 모은다. 이번 작품으로 처음 호흡을 맞춘 이정은에 대해 정려원은 "찐어른" "멋있는 사람"으로 치켜세우며 자신도 "이정은처럼 나이 들고 싶었다"고 존경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얼마 전에 정은 선배님과 함께 예능에 출연했는데 '쉴 때 뭐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그때 정은 선배님이 '부모님의 젊은 시절 데이트 장소들을 재미로 방문한다'고 대답했는데, 그 마음이 너무 예뻤어요. 정은 선배님은 선배들은 물론 후배들과도 격의 없이 지내요. 후배가 선배를 대하는 모습에서 그 선배가 어떤 사람인지 안다고 생각하는데,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경주기행'의 이연이 정은 선배님에게 어려움 없이 말하는 것을 보면서도 또 한 번 느꼈죠. 정은 선배님은 그냥 일상이 멋있는 사람이에요."
●이번 작품하면서 '내려놔도 괜찮겠다' 생각
앞서 말했듯이, '하얀 차를 탄 여자'는 정려원의 새로운 얼굴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청순한 첫사랑의 모습이나 '마녀의 법정'과 '검사내전' 속 말쑥한 법조인의 모습으로 정려원을 기억하는 대중에게 이번 영화는 기분 좋은 배신감을 선사한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내려놔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내 모습이 화면에 어떻게 비치든지 연기가 중요하지 그 외의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번 영화를 하면서 제대로 느낀 것 같아요. 해방감을 느꼈다고 할까요. 밑에서 촬영한 장면들이 많은데 영화를 보시면 정은 선배와 저의 콧구멍 샷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