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보다 30년 빠른 한국이 1992년에 만든 자율주행차 수준
||2025.10.30
||2025.10.30
1992년 11월 11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운동장. 낡은 군용 지프 한 대가 조용히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운전석이 비어 있었다. 핸들이 스스로 돌아가고, 브레이크가 알아서 밟힌다. 기자들이 탄성을 질렀다. “운전자가 없다!”
그 차의 이름은 KARV-1, 개발자는 고려대 산업공학과 한민홍 교수팀이었다.
당시 세계 어디에서도 ‘자율주행차’란 개념은 낯설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가 실험용 차량을 연구 중이었지만, 실제 주행 영상을 공개한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했다. 한민홍 교수팀은 2년 동안 군용 지프를 개조하고, IBM XT 기반의 컴퓨터를 차량 두뇌로 이식했다. 전방에는 비디오 카메라 두 대가 달렸고, 차선과 장애물을 분석해 조향·가속·감속을 제어했다. 초음파 센서 두 개와 적외선 감지기 한 개가 거리와 장애물을 계산했다. 1980년대 기술 수준으로 ‘AI 판단 운전’을 구현한 셈이다.
시연 장소는 실제 도로가 아니라 교내 실험 트랙이었다. 당시는 도로 교통법상 무인차가 도심을 달릴 수 없었다. 그러나 실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카메라가 흑백으로 차선을 인식하고, 곡선 구간에서 방향을 조정하며, 물체가 나타나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한민홍 교수는 “차량이 스스로 판단해 핸들과 브레이크를 제어하는 건 세계에서도 드문 기술”이라 말했다.
1년 뒤, 1993년. 세상은 다시 놀랐다. 이번엔 서울 도심 17km 실제 도로 주행이었다. 남산 1호터널을 빠져나와 한남대교를 건너, 올림픽대로를 지나 여의도 63빌딩 앞까지. 최고속도 시속 100km, 차선 유지와 자동 감속, 정지·재출발까지 완벽히 수행했다. 수동 변속기에 브레이크·클러치 제어를 결합한 방식이었다. 오늘날 기준으로 레벨2 자율주행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세계 최초라 말해도 과하지 않았다. 독일 다임러나 미국 DARPA가 공개 시연에 들어가기 전이었다. 하지만 이 획기적인 연구는 조용히 묻혔다. 정부 지원은 끊겼고, 기업은 “꿈 같은 얘기”라며 등을 돌렸다. 산업이 따라오지 못하자 연구는 해체됐다. 한민홍 교수는 훗날 이렇게 회고했다. “기술은 있었지만, 받아줄 시대가 없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테슬라가 ‘오토파일럿’으로 세계를 뒤흔든다. 그러나 우리에겐 30년 앞서, 이미 서울의 한 도로에서 자율주행차가 시험 주행으로 달리고 있었다. 우리는 외면하고 그 장면을 잊었지만, 그날 운동장에 있던 지프 한 대가, 사실상 자율주행의 원조였다. 세계를 제패할 기술이 대한민국에 있었지만, 관료주의와 행정가, 정치인의 무지가 그 기회를 놓쳐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