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차량발사형 자폭드론 실사격 실험과 한반도 안보에 대한 함의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 김형석 1. 중국의 ASN-301 자폭드론 실사격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2025년 10월 27일 자폭드론의 실사격 영상을 공개하였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보도 영상에는 6×6 전술트럭에 장착된 6관 발사대에서 다수의 자폭드론이 순차적으로 발사되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 해당 체계는 항공산업공사(AVIC)가 개발한 ASN-301 계열로 추정된다. 이 장비는 적의 레이더 전파를 탐지·추적하여 근접 폭발 또는 직접 충돌 방식으로 무력화하는 대(對)레이더 자폭드론으로 분류된다.
Global Defense News의 보도에 따르면 ASN-301의 제원은 길이 약 2.5m, 중량 약 135kg, 체공시간 4시간, 최고속도 약 220km/h, 작전반경 약 288km이다. 탐지 가능한 주파수 범위는 2~16GHz로 주요 조기경보·사격통제 레이더 대역을 포함한다. 단말 탐지반경은 약 25km이며, 탄두는 근접 신관을 통해 파편을 확산시켜 안테나 및 수신 모듈을 손상시키도록 설계되었다. 발사 방식은 로켓부스터와 콜드런치 체계가 혼재되어 있으며, 발사 직후 후방 프로펠러가 추진력을 담당한다. 항법은 GPS/INS 복합형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부 변형은 이란의 샤헤드 계열 자폭드론과는 달리 임무 중 경로 수정 및 임무 중단을 위한 데이터링크를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 해당 체계는 이동성과 다중 발사 능력을 중시하도록 설계되었다. 발사차량은 FAW MV3 6×6 트럭 기반으로, 다관 발사대를 통해 최대 6기의 자폭드론을 단시간 내 발사할 수 있으며 발사 후 차량의 재배치가 가능하다. 이러한 운용 개념은 저비용·기동형 SEAD/DEAD(적 방공망 제압·파괴) 수단으로 기존의 항공기 기반 대(對)레이더 미사일과 차별화된다. 이번 실사격을 실시한 동부전구는 대만에 인접한 지역을 담당하는 작전구역을 두고 있으며, 유사시 대만의 방공체계를 제압하기 위한 자폭드론 전력을 실전 배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이번 실사격은 10월 초 대만 라이칭더(Lai Ching-Te) 대통령이 중국의 공중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다층 방공망 ‘T-Dome’ 구축 계획을 발표한 직후에 이루어졌다. 비록 T-Dome에 포함될 세부 체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만 국방부는 고기동성과 생존성을 갖춘 방공무기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밝혔다. ASN-301은 이스라엘 Harpy/Harop/Hero, 이란 Shahed 계열 등과 기술적 유사성을 보이나, 중국 내 생산만으로 완성된다는 점에서 자급화한 것으로 보인다. 동부전구에서의 시험은 이 체계의 실전 운용 가능성을 시사한다.
2. 북한의 유사 체계 전시와 기술적 공통성2025년 10월 11일 북한은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트럭 장착형 자폭드론 발사기를 공개하였다. 이 체계는 6×6 트럭 위에 6개의 밀폐형 발사관을 탑재한 형태로, 외형상 델타익 구조와 후방 프로펠러 추진 방식, 그리고 다관(多管) 발사대 구성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중국의 이스라엘 하롭(Harop) 계열 및 ASN-301과 높은 수준의 유사성을 보인다. 공식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영상과 사진에 나타난 외형으로 볼 때 해당 드론은 적 레이더 및 통신 장비를 표적으로 하는 SEAD/DEAD 임무 수행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롭이 능동 레이더 전파를 탐지하여 표적에 돌입하는 개념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북한의 체계 또한 레이더 전파 감지형 자폭드론(Anti-radiation loitering munition)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자폭드론 공개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의 ASN-301 차량발사형 자폭드론 실사격 공개 시점과 시기적으로 맞물린다. 북한은 2025년 10월 11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자폭드론을 처음 공개했고,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약 보름 뒤인 10월 27일 ASN-301 차량발사형 실사격 영상을 공개했다. 두 사건이 시기적으로 인접해 있으나, 현재까지 직접적인 기술 이전을 입증할 자료는 확인되지 않으며, 공개 시점의 선후만으로 기술 이전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외형·운용 개념 측면에서는 IAI의 Harpy/Harop 계열(초기 하피 Harpy → 개량형 하롭 Harop)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이는 설계 요소들(델타익, 후방 프로펠러, 다관 캐니스터 발사대 등)이 공통적으로 관찰된다. 이러한 설계 개념의 유사성은 중국과 북한이 각각 자국의 전략·전술적 요구에 따라 저비용·기동형 자폭드론을 통한 방공망 제압(SEAD) 을 추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북한은 제한된 항공전력을 보완하기 위해 자폭드론 전력을 도입·확대하려는 것으로 평가되며, 이 전력은 방공체계의 감시·경보 기능을 저하시키거나 포화(飽和, Saturation) 전술을 통해 작전 공간을 확장하려는 비대칭 수단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3. 한반도 안보에 대한 함의대(對)레이더 성능을 갖춘 자폭드론의 전개는 레이더 중심 방공체계의 구조적 취약점을 파고드는 전술이다. 이들 자폭드론은 레이더 신호를 탐지(Anti-radiation seeker)하여 표적을 획득하므로, 레이더 운용자는 송신 지속 시 피격 위험과 송신 중단 시 탐지 능력 저하라는 운용상의 딜레마에 직면한다. 이는 레이더 기반의 조기경보체계 유지에 심각한 제약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트럭 장착 다관 발사대는 단기간 다수의 자폭드론을 발사할 수 있어 포화 상황을 유발한다. 소수의 고가 방공자산으로는 이러한 다중위협을 감당하기 어려우며, 단일 센서·단일 무기체계 중심의 기존 방어구조는 대응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중국과 북한이 유사한 대(對)레이더 자폭드론 개념을 병행 운용할 경우, 한반도와 인근 해역의 전자전·정보작전 환경은 한층 복잡해진다. 저피탐, 장시간 체공 및 자율 표적획득 기능을 갖춘 위협이 상시화될수록 전파관리(EMCON), 위장 및 기만(디코이) 운용, 주파수 교란 등 다층적 대응이 필수화된다. 이에 따라 감지체계는 EO/IR, 음향, RF 등 다중센서 융합 방식으로 발전해야 하며, 분산·중복 구조를 통해 특정 센서나 노드의 손실에도 체계 전체의 운용이 지속될 수 있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ASN-301형 및 유사체계의 확산 가능성도 주시해야 한다. 제3국 또는 비공식 경로를 통한 기술 이전은 지역 안보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으므로, 관련 전개·수출 동향에 대한 지속적 감시와 전자전 장비·이동발사체 탐지능력의 선제적 보강이 요구된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우리는 자폭드론 위협을 단순한 전술적 위험이 아니라 정보·전자전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전략적 변수로 인식해야 한다. 단기적 요격능력 확보에 더해, 전자전·신호정보 기반의 탐지체계 및 다중센서 감시망을 강화하고, 동맹국과의 정보공유 및 합동대응 체계를 정비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서만 한국은 자폭드론 시대의 복합전장 환경 속에서도 안정적인 조기경보 및 방공 능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