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방산 4강, 기술 주권 확보가 필수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5(서울 ADEX 2025)’가 10월 20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막을 올렸다. 아덱스는 1996년 서울에어쇼로 출발해 2년마다 열리는 국내 최대 방산·항공우주 전시회로 성장했는데,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35개국 600여 개 업체가 참가하여 미래 전장 환경에 대응하는 첨단기술과 무기체계를 선보이고 있다. 다양한 첨단 무기 체계들이 넓은 전시장 공간을 빈틈없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올해 전시회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인공지능(AI)'과 '무인화'였다. 한화그룹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차와 자주포, 장갑차, 항공기 등 기존 성능의 무기 체계들로는 전장(戰場)을 주도할 수 없을뿐더러 승리의 근처에도 가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3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살벌한 교훈은 무기체계의 변신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며, 무기 구매력을 가진 모든 국가의 시선과 관심도 그런 방향으로 집중되고 있다.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첨단 무기체계의 현실화 여부는 결국 기술력에 달려있다. 최근 11번째 발사에 성공한 120미터 길이의 초대형 우주선 스타십이 확실한 사례이기도 하다. 스타십 발사의 성공이 있기까지 여러 번의 실패가 반복되었지만, 막대한 예산지원과 연구진들의 포기하지 않는 집중력을 통해 원하는 성과를 얻은 것이다.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과거보다 엄청나게 성장한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기술력 분야에서 약점을 드러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전히 재래식 무기체계 중심의 무기체계 포트폴리오가 구성되어 있으며, 기술력에 대한 갈증은 매우 절실했지만, 구체적 실행을 하기에는 인적자원과 예산 등 제한 사항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과거 방산기업에서 해외전시회 업무를 담당했었는데, 우리 무기체계를 글로벌 전시 현장의 방산 선진 기업들 제품과 비교했을 때 상당한 시간차를 느끼곤 했다. 심지어 외국 기업이 우리 기술력을 매우 낮게 평가하면서 아예 상대조차 하지 않으려는 장면도 있었다. 마침, 이재명 대통령이 ‘ADEX 2025’ 개회식 축사에서 2030년까지 국방 및 항공우주 연구개발(R&D)에 예상을 뛰어넘는 대대적인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것은 매우 희망적이다. 이미 이재명 대통령의 123개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K-방산 육성 및 획득 체계 혁신을 통한 방산 4대 강국 진입’이 포함된 것과 연결이 된다. 정부가 많은 예산을 들여 무기체계를 개발 시 여러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나 핵심적인 단계는 군이 원하는 무기체계를 해외 도입할 것인지 국내 개발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실제 국방부와 방사청이 매월 주관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그러한 결정을 하고 있는데, 우리의 기술력이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결국 해외 구매가 늘어갈 수밖에 없다. 무기체계 기술력에 있어서 일종의 배수진을 쳐야 할 상황이 지금인 것이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2026년도 국방예산은 약 66조 원이다. 지난해보다 8% 이상 늘어난 예산 규모인데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방 R&D 예산은 전체 국방예산의 8% 수준으로 올해 기준 5조 원 안팎이다. 만약 국방비를 GDP 3.5% 수준까지 늘리게 된다면 지금보다 국방예산이 약 30조 원 늘어나게 되는데, 우리의 기술력이 미흡하면 외국산 무기가 대량 도입되고 해외 기업의 수익만 높여줄 가능성이 있다. 결국 글로벌 방산 4강의 관건은 독자적인 기술 확보 여부다. 그래야 방산 수출도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있다. 막연한 기대감으로 예산을 많이 늘린다고 해서 기술이 저절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자칫 방산업계의 예산 잔치로 전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대대적인 예산 투입의 전제조건은 연구 능력을 보유한 우수 인력 확보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방산기업 연구소에 인재들이 몰려들어야 하고, 높은 수준의 AI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민간 기업들과의 협업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학을 졸업한 이공계 학생들이 방산기업을 취업 1순위로 꼽을 수 있도록, 근무 여건과 급여 등 방산의 ‘좁은 문’이 더욱 열려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