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빈·서현우의 앙상블..‘부세미’ 이전에 '죄 많은 소녀' 있었다
||2025.11.05
||2025.11.05
배우 전여빈과 서현우의 특별한 인연이 시청자와 관객들에게 흥미로운 볼거리를 선물하고 있다. 이들이 주연한 ENA 드라마 '착한 여자 부세미'가 악인들을 상대로 벌인 짜릿한 복수극으로 인기를 얻은 가운데 극 중 치밀한 작전을 주도하면서 호흡을 맞춘 전여빈과 서현우의 인연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4일 인기리에 막을 내린 '착한 여자 부세미'(극본 현규리·연출 박유영)에서 전여빈과 서현우는 재벌 회장의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가짜 신분으로 살아가는 미스터리한 여인 부세미와 그녀의 비밀스로운 인생을 돕는 변호사 이돈으로 호흡을 맞췄다. 악역 장윤주까지 더해 이들 3명의 배우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드라마는 최종회에서 시청률 7.1%(닐슨코리아·전국기준)를 기록했다. ENA 드라마 가운데 박은빈 주연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17.5%)에 이어 역대 2위의 성적이다.
드라마의 성공을 함께 일군 결정적인 배우 전여빈과 서현우의 활약이 더 반가운 이유는 2018년 영화 '죄 많은 소녀'를 기억하는 영화 팬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전여빈을 발굴한 작품이자, 서현우의 진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영화로 개봉한지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두 배우의 대표작이자 한국 독립영화의 상징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김의석 감독이 연출한 '죄 많은 소녀'는 10대 소녀들의 미묘한 관계를 포착하면서 의심이 또 다른 의심을 낳으면서 일어나는 비극을 그린다. 같은 반 친구인 경민이 갑작스럽게 실종되자 마지막까지 그와 함께 있던 영희가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딸의 실종 이유를 알아야 하는 경민의 엄마와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빨리 마무리 짓고 싶은 담임 교사까지 전부 영희를 의심하는 가운데 결백을 증명하려는 '죄 많은 소녀'의 처절한 몸부림이 관객을 충격에 빠뜨린다.
전여빈은 모든 이들의 의심을 받는 영희를 연기했다. 경민(전소니)의 마지막 모습이 포착된 순간에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살인자처럼 취급받는 상황에서 누구 한 명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영화는 영희를 둘러싼 사람들의 편견, 퇴로 없는 상황에 놓인 영희의 극단적인 외침으로 잔혹한 세상을 비춘다.
● 전여빈과 서현우의 진가가 빛나는 영화
'죄 많은 소녀'는 신인 전여빈을 발굴한 결정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통해 전여빈은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올해의 배우상,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을 수상하면서 영화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으로 주목받았다. 2019년 춘사국제영화제 신인여우상, 부일영화상 신인 여자 연기상도 휩쓸었다.
서현우의 진가도 빛난 작품이다. 당시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서현우는 그 가운데서도 꾸준히 독립영화에 출연하면서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거듭했다. '죄 많은 소녀' 역시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으로 완성된 장편이었고, 전여빈과 전소니 고원희 등 신인 배우들이 주연했지만 온전히 작품 그 자체의 가치를 보고 참여해 완성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모두의 의심을 받는 학생과 뒤숭숭한 사건이 빨리 해결되길 바라는 냉담한 담임 교사 역할을 각각 맡은 만큼 영화에서 전여빈과 서현우는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관계를 표현했다. 애써 영희의 마음을 살피려고 하지만, 그 방식이 서툰 교사는 결국 해서는 안 될 폭력을 쓰면서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기도 한다. 궁지에 내몰린 영희와 그를 품지 못하는 교사의 냉혹한 관계가 영화에 비극성을 더한다. 전여빈과 서현우가 맞붙는 모든 장면은 '죄 많은 소녀'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기도 한다.
전여빈과 서현우는 이후로도 친분을 나눴지만 작품에 함께 출연할 기회는 좀처럼 만나지 못했다. '착한 여자 부세미'가 '죄 많은 소녀' 이후 7년 만의 만남이다. 이번엔 판타지를 더해 더 자극적인 상황에 놓였다.
'착한 여자 부세미'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재벌 회장과 비밀리에 결혼한 여자가 막대한 재산을 노리는 이들을 피해 신분을 감추고 시골마을에 숨어 들어가 벌이는 이야기. 전여빈은 부세미라는 가짜 이름으로 살아가는 영란으로, 서현우는 재벌 회장의 충직한 변호사이자 모든 상황을 설계하는 이돈으로 극을 이끈다. 언제 들통날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이돈은 영란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돼 주고, 영란 역시 이돈에 믿음을 보인다. 막대한 재산 상속을 둘러싼 청부 살인과 신분 위장 등 자극적인 소재로 버무린 '마라맛 드라마'에 현실감을 더한 것도 전여빈과 서현우의 앙상블이다.
실제로도 전여빈과 서현우가 서로를 각별한 동료로 생각하는 마음이 이번 '착한 여자 부세미'에 고스란히 배어 났다.
전여빈은 6일 맥스무비와 인터뷰에서 "서현우 오빠는 저의 자랑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며 "이돈은 대사가 많고 호흡이 빠른 캐릭터인데 현우 오빠가 에지 있고 코믹하게 살렸다"고 밝혔다. 또 "마지막 장면을 함께 찍는데 감정이 북받쳤다"며 "그동안 서로가 얼마나 열정을 다해 달려왔는지를 알기에 그랬다"고 돌이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