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 故 정주영 회장
||2025.12.01
||2025.12.01
최근 재계 일화 중 하나가 다시 회자되면서 신라호텔에서 벌어진 어느 짧은 순간이 기업 문화 전체를 뒤흔들었던 사건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한동안 잊혀졌던 이 장면은 당시 한국 기업이 어떤 기세로 성장했고, 어떤 기준을 스스로에게 부과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문제의 순간은 신라호텔 엘리베이터가 조용히 올라가던 그 아침에 시작됐다. 반바지에 샌들, 맨발 차림의 한 남성이 아무렇지 않게 탑승했고, 그는 서울 본사 회의를 위해 잠시 귀국한 해외 건설 현장 소장이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 눈앞에 서 있던 인물은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이었다. 남성은 정신이 번쩍 든 듯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하며 회장을 맞았다. 정 회장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의 시선은 잠시 그 남성의 차림새에 머물렀다. 단순한 예의 문제가 아니라, 본사가 자리한 서울에 어떤 태도로 들어와야 하는지 스스로 묻는 표정에 가까웠다.
며칠 뒤 정주영 회장은 본사에 복귀하자마자 건설부문 임원 전원을 불러 모았다. 회의실 문이 닫히자마자 날아든 첫 문장은 재계 사람들이 지금도 회자하는 강도였다. “해외에서 고생하는 건 잘 안다. 하지만 서울에 회의하러 와서 신라호텔에서 슬리퍼 질질 끌고 다니는 게 뭐냐. 여기가 휴양지냐.” 짧은 질타였지만, 방식과 톤은 현장을 넘어 조직 전체를 직격했다.
그 순간 이후 회사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해외 근무자라도 본사에 들어오는 순간부터는 복장, 태도, 언행을 철저히 갖추라는 규정이 재정비됐고, ‘현장에선 거칠게, 본사에선 단정하게’라는 기준이 암묵적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회의 참석자 몇 명이 꾸중을 들은 사건이 아니라, 현대 건설 조직문화 전체의 정렬을 촉발한 계기였다.
정주영 회장은 평소 거대한 조직을 움직이면서도 디테일 하나를 허투루 넘기지 않는 인물로 유명했다. 일에 있어서는 기강과 태도를 가장 먼저 본다는 그의 원칙은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조직이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하고 어떤 기준을 세우느냐가 경쟁력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해외 건설 시장을 휩쓸던 그 시기, 현대가 국제 현장에서 얻은 신뢰의 바탕에는 성과뿐 아니라 태도의 무게도 함께 있었다고 전 임원들은 말한다.
신라호텔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친 단 몇 초의 장면은 결국 회장이 조직을 읽는 방식, 회사가 스스로를 다루는 기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그날의 호통이 지금도 ‘정주영 스타일’로 불리는 이유는, 사람을 꾸짖기 위해서가 아니라 회사를 다시 세우기 위한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