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포테이토 지수 94%] 이 세상 모든 ‘김 부장’을 향해.."행복해라"
||2025.12.01
||2025.12.01
"왜 그렇게 바둥바둥 살았는지 뭘 위해서 그렇게 살았는지 알아? 진우야, 너 자신한테 좀 솔직해져 봐. 그럼 사는 데 좀 도움이 될 거다."
JTBC 토일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김 부장 이야기)에서 드디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김낙수 부장(류승룡)이 '왜 임원이 안 됐는지' 하소연하던 도진우 부장(이신기)에게 건넨 이 한마디는 결국 자신이 무엇을 위해 달려왔는지를 되묻게 하는 질문이었다. 김 부장의 담담한 조언은 앞만 바라보며 성공을 좇은 자신에게 "수고했다"는 위로를 건네고 끝내 붙잡고 있던 '알량한' 자존심도 내려놓게 만든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12부작 '김 부장 이야기'가 지난달 30일 종영했다. 작품은 대기업 부장이라는 타이틀에 취해 살아온 한 중년 남성이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뒤 우여곡절 끝에 비로소 직함이 아닌 진정한 본인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며 큰 공감을 얻었다. 김 부장은 이른바 '꼰대'로 임원 승진을 목표로 했지만 지방 공장 좌천과 희망퇴직, 부동산 사기, 여기에 과거 본인이 일했던 회사의 하청업체 재입사 등을 겪으며 성장해갔다. 그렇게 변화해가는 김낙수의 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수많은 김 부장에게 묵직한 응원과 위로를 전했다.
마지막 방송에서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김낙수와 아내 박하진(명세빈) 아들 김수겸(차강윤)의 가족애가 그려졌다. 지난 10월25일 2.9%(닐슨코리아·전국기준)로 출발한 이 작품은 한동안 3%대에 머물며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조현탁 PD는 섬세한 연출과 따스한 영상미, 코미디를 가미했지만 소재 자체의 무거움 때문에 시청률은 올해 방송한 JTBC 드라마 중 제일 낮은 수치를 보였다. 그렇지만 종영을 앞둔 10회에서 5.4%까지 올랐고, 마지막 회는 7.6%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낙수는 중소기업 임원 자리를 알아봐 주겠다며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한 백정태 상무(유승목)의 제안을 거절했다. 대신 오래 몸담았던 ACT 임원 차량 세차업체 선정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세차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도진우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하고 백정태 상무가 건넨 선물도 의미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마음의 여유를 되찾으면서 가족들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공인중개사 개업을 고민하는 하진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수겸에게도 진지하게 조언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서로를 지지하고 보듬어주는 김낙수 가족의 모습은 뭉클함을 안겼다.
● 김낙수가 김낙수에게..."행복해라"
드라마는 송희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포털사이트 블로그 연재로 시작한 소설은 입소문을 타며 화제를 모았고 이후 책으로 출간되고, 웹툰을 거쳐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부동산과 직장 생활, 조직에서 밀려나는 상황과 자녀 교육 등 현실적인 소재를 다룬 원작은 블로그 연재 당시 누적 조회수 100만뷰, 책 판매 부수는 30만권을 돌파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서울 자가' '대기업' '김 부장'이라는 키워드가 주는 생생한 현실감과 대기업 타이틀의 우월함에 취해 살다 흔들리는 '김 부장'이라는 캐릭터는 웃음과 씁쓸함을 동시에 자아내며 주목받았다.
류승룡이 극 중 입사 25년 차 세일즈맨이자 대기업 영업 1팀 부장 김낙수 역으로 대한민국 가장들의 현실을 설득력 있게 담아냈다. 대기업 부장이라는 번듯한 직함과 서울 땅에 자가를 두고 있는 낙수는 자신을 믿어주는 아내와 자랑스러운 아들까지, 남부러울 것 없는 완벽한 삶을 살고 있다 믿어왔다. 오직 그럴듯한 성공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그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점차 설자리를 잃고 전부라고 믿었던 것들도 하나둘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서울 자가와 대기업 부장이라는 타이틀 뒤에 가려진 '진짜 나'를 찾아가는 그의 여정은 직장 생활을 하는 누구나 한 번쯤 마주했을 법한 불안과 고충을 떠올리게 했다. 특히 기업에서 밀려나듯 퇴직한 뒤 사회로 내몰리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중장년의 현실을 생생하게 비췄다.
특히 낙수가 다시 한번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그동안의 일들을 떠올리며 무엇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진정으로 지키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끝까지 자신을 지켜준 사람은 누구였는지를 차분하게 되짚어 보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삶의 원동력이었지만 이제는 족쇄가 돼버린 자존심과 마주한 낙수는 비로소 일평생 경쟁하며 쉼 없이 내달려온 자신을 이해하게 됐다. 진솔한 마음의 대화는 스스로 옥죄던 족쇄를 풀어주었다. 그렇게 낙수는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지만 자존심밖에 없었던 과거의 낙수에게 "그동안 수고했다"며 작별을 고했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현재의 자신에게 건넨 "행복해라"는 말은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김낙수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읽히며 울림을 안겼다.
'김 부장 이야기'는 그야말로 류승룡의, 류승룡에 의한, 류승룡을 위한 드라마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낙수의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사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대한민국 중년 가장이자 평범한 직장인의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하게 되는 보편적인 감정을 진정성 있게 표현한 그의 연기는 작품의 중심을 단단히 떠받치는 기둥이 됐다.
류승룡은 특유의 생활 밀착형 유머와 절절한 감정을 오가며 낙수라는 인물을 더없이 인간적으로 완성했다. 단순히 '꼰대 부장'을 넘어 실패하고 좌절하지만 다시 일어서고 결국 진짜 행복을 찾아나서는 한 가정의 얼굴을 입체적으로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에 진한 여운을 남겼다. 사소한 몸짓과 표정 하나에도 쌓여온 세월의 무게를 담아내며 낙수가 겪는 굴욕과 희망, 다짐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웃기다가 어느 순간 울컥하게 하는 그의 연기는 '김 부장 이야기'가 가진 현실적 재미와 깊은 울림을 모두 책임졌다.
연출: 조현탁 / 극본: 김홍기·윤혜성 / 출연: 류승룡, 명세빈, 차강윤, 유승목, 이신기, 이서환, 신동원, 정순원, 하서윤, 이진이 외 / 장르: 오피스, 일상, 휴먼, 드라마, 사회고발, 블랙코미디 / 공개일: 10월25일 / 시청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회차: 12부작 / 방송사 : JTBC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