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 사람들’ SWOT 분석, 과감한 '청불' 코미디 VS '취향' 저격 관건
||2025.12.02
||2025.12.02
3일 개봉하는 3편의 한국영화를 시작으로 12월 극장가의 문이 활짝 열린다. 하정우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윗집 사람들'은 '콘크리트 마켓' '정보원' 보다 먼저 겨울 개봉을 확정하고 자신감 있게 출사표를 던진 작품. 벌써 4편째 연출작을 내놓는 하정우는 '배우 마음을 가장 잘 아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고, 그 역량을 이번 영화에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개봉을 앞두고 가진 시사회를 통해 '윗집 사람들'(제작 싸이더스)은 '발칙한 말맛'에 대한 호평이 집중되면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언론배급 시사회 직후에는 '하정우의 연출작 가운데 최상의 재미'라는 평가도 나왔다. 한정된 공간에서 각자의 욕망을 품은 4명의 인물이 솔직하고 도발적인 말들로 속내를 드러내는 이야기가 평소 하정우가 쌓은 능청스러운 에너지와 만나 시너지를 극대화했다는 반응이다. 관람을 준비 중인 관객을 위해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기'까지 SWOT 분석으로 이번 작품을 살폈다.
● 강점 (Strength)...과감해서 반가운 '청불 코미디'
'윗집 사람들'은 층간 소음으로 만나게 된 윗집 부부와 아랫집 부부가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권태기를 겪는 아랫집 부부 정아(공효진)와 현수(김동욱)는 매일 밤마다 요란한 신음 소리가 들리는 윗집 부부 김선생(하정우)과 수경(이하늬)에 호기심을 갖게 되고, 우연히 시작된 이들 부부의 식사 자리는 도발적인 질문과 답이 오가는 욕망의 격전장으로 변해간다.
정아는 수경이 알고 보니 구독 중인 유튜브 채널 '멘탈코치 최코치'의 운영자라는 사실을 사실을 알게 되고 팬심이 발동한다. 하지만 무심한 남편 현수는 정아가 부러워하는 김선생 부부를 못마땅해하면서 이들이 모인 식탁에는 긴장감이 맴돈다. 수경은 줄곧 도발적인 말들로 정아 부부를 자극하고, 뜨거웠던 신혼의 시절을 보내고 서로에게 무덤덤한 부부가 된 정아와 현수는 부부의 성생활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김선생과 수경을 통해 감춰왔던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영화는 부부들의 내밀한 성과 욕망에 관해 이야기를 수위 높은 대사들로 표현한다. 베드신 없이 오직 말로 표현하는 두 부부의 성에 관한 이야기를 두고 배우들이 먼저 '39금 영화'라고 소개할 정도다. 표현의 수위가 높지만 이를 코미디로 풀어내는 유연함도 갖췄다. '어른 관객'을 타깃으로 그에 어울리는 짜릿한 말맛을 갖춘 과감한 '청불 코미디'의 강점이 확실하다.
● 약점 (Weakness)...'취향'에 따라
'윗집 사람들'은 스페인 영화 '센티멘탈'이 원작이다. 남들에겐 알리고 싶지 않은 부부의 성을 다루면서 그 대척점에서 서로 다른 성향인 윗집 부부와 아랫집 부부를 비춘다. 갈등이 폭발하는 듯하다 후반부에 이르러 권태기 부부가 속내를 털어놓고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으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윗집 부부인 하정우와 이하늬는 어쩌면 욕망을 감춘 아랫집 공효진, 김동욱 부부의 심리를 형상화한 캐릭터로도 읽혀 흥미를 자극한다.
다만 '39금'에 다다를 정도로 수위 높은 부부 성생활에 관한 대사와 설정은 '취향'을 탈 가능성이 높다. 욕망을 들추고 페부를 찌르는 대사에 몰입해 두 부부가 마주 앉은 식탁 한쪽에 끼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이들 부부의 세계로 들어가지 못하면 타인의 고민을 멀리서 바라보는 '관전'에 끝날 수도 있다.
하정우는 "문화와 환경이 달라도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스페인 원작 영화를 보면서 문화와 환경과 지역이 달라도 똑같이 어려워하고 부끄러워하고 조심스러워하고 대담해질 수 있는 점을 느꼈다"면서 그 보편성을 '윗집 사람들'에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이하늬 역시 "발칙한 소재는 가죽일 뿐이고 그 안에 보편타당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룬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 기회 (Opportunity)...'말'로만 끝나지 않는 '질문'의 힘
하정우는 '롤러코스터'부터 '허삼관' '로비'를 거쳐 이번 영화로 4번째 연출작을 내놓는다. 재치 있는 블랙 코미디부터 풍자를 섞은 시대극과 소동극을 오간 하정우는 이번 '윗집 사람들'에서 그간 쌓은 역량을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풀어낸다.
특히 성에 관한 노골적인 대사들을 자유롭게 쏟아내면서도 진지하거나 심각해지지 않도록 적재적소에 코미디를 섞어 균형감을 맞춘다. 온전히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뤄지는 두 부부의 내밀한 이야기로 이들의 고민을 발췌하고, 그 고민을 확장하는 방식도 돋보인다. 어이없이 웃음이 터지게 하다가, 끝내 부부 관계를 따뜻하게 들여다보는 시선도 놓치지 않는다.
공효진과 김동욱은 이번 영화의 주역. 연기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실제로는 갓 결혼한 신혼부부인 두 배우가 영화에서 달콤한 신혼은 완전히 잊고 지독한 권태기를 겪는 모습을 그리는 상황도 묘한 쾌감을 준다.
하정우는 '윗집 사람들'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공효진을 떠올렸다고 했다. "상황 자체가 판타지 같은 측면이 있고 대사도 문어체 스타일이 많아서 어떻게 하면 사실적으로 표현할까 고민했다"며 "그래서 가장 먼저 공효진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공효진 특유의 리얼한 캐릭터 표현이 이번 영화에 반드시 필요한 엔진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정우와 공효진은 2012년 영화 '러브픽션'을 통해 발군의 호흡을 증명한 바 있다.
● 위기(Threat)...만만치 않은 대진운
현재 극장가에서는 애니메이션 '주토피아2'의 독주가 매섭다. 지난달 26일 개봉해 첫 주에 200만 관객을 동원했고, 2주째에 접어든 1일까지 누적 관객 225만9481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모았다. '윗집 사람들'부터 '콘크리트 마켓' '정보원'의 동시 개봉을 하루 앞둔 2일 낮 12시 기준 예매율 45.6%, 예매관객 17만1356명으로 1위를 지키고 있다.
앞이 꽉 막힌 상황에서 뒤도 여유롭지 않다. 오는 17일에 올해 최대 기대작인 '아바타: 불과 재'가 개봉한다. '윗집 사람들'로서는 가속이 붙은 '주토피아2'에 맞서 '아바타: 불과재' 개봉 전까지 약 2주 동안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 초반 입소문이 중요한 가운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한계도 뚫어야 한다. 특히 배급사인 바이포엠스튜디오는 주로 1020세대를 겨냥한 청춘 로맨스, 공포영화에 주력하면서 입소문 마케팅에 탁월한 감각을 보였지만 이번 '윗집 사람들'은 연령대를 더 높인 3040세대가 주요 타깃인 만큼 얼마 만큼의 실효성을 거둘지 관심이 모인다.
결코 쉽지 않은 상황에서 '윗집 사람들'은 발칙한 캐릭터 플레이로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이다. 세상의 부부들은 정말 밤마다 사랑을 나누는지에 대한 궁금증, 솔직해질 수 없는 권태기 부부의 내밀한 마음을 파고드는 이야기로 차별화했다. 부부의 관계를 넘어 인간이 가진 욕망의 민낯을 들추는 개성 넘치는 시선도 경쟁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