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과 대홍수...영화로 탄생한 대재난의 시대
||2025.12.04
||2025.12.04
더는 미룰 수 없는 기후 위기의 경고가 대재난을 다룬 영화로 이어지고 있다. 현실이 기반하면서도 상상력을 극대화해 기후 위기가 초래할지 모르는 암울한 미래를 그린 영화가 연이어 관객을 찾아온다. 영화 '콘크리트 마켓'과 '대홍수'다.
지난 3일 개봉한 '콘크리트 마켓'(감독 홍기원·제작 클라이맥스스튜디오)은 문명을 파괴한 대지진이 일어난 뒤 유일하게 남은 한 아파트에 생존의 필수품을 사고파는 마켓이 자리를 잡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황궁 마켓이라고 이름 붙은 이곳을 지배하는 절대자 상용(정만식)에 맞서 새로운 생존 질서를 구축하려는 태진(홍경)과 희로(이재인)의 사투를 그린다.
영화가 다루는 세상은 대지진으로 모든 게 무너진 상태. 종말이 닥친 세상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렵게 주워 모은 통조림을 화폐 삼아 약품 등을 거래하지만 하지만 힘 있는 자들로 인해 인간성은 점차 사라지고 약융강식의 본능이 지배한다. 한 번쯤 상상해 본 어두운 미래를 보여주면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 작품이다.
사실 대지진으로 촉발된 종말의 세상과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라는 공간은 이미 김숭늉 작가의 웹툰인 '위대한 왕따' 시리즈와 이 중 일부를 극화한 이병헌 주연의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마동석의 영화 '황야'로 이미 익숙하다. '콘크리트 마켓'은 그 연장선에서 해석할 수 있는 작품으로 대지진이 초래한 종말의 위기에서 권력을 쥔 지배자에 복종하는 인물들과 존엄성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대결을 비춘다.
홍경과 이재인, 유수빈 등 젊은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가운데 그 중심에서 긴장감을 높이는 결정적인 주인공은 권력자 상용을 연기한 정만식이다. 황궁 마켓의 실권을 쥔 인물이자, 영화에 등장하는 대다수 인물들을 지배하는 악인으로 암울한 미래를 상징하는 캐릭터다.
정만식은 "무너진 세상을 함께 공유하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개인적으로는 서로 조금씩 도와주고 안아주고 손 잡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놀랍게도 무너진 세상이든 무너지지 않은 세상이든 '하나 더' '조금 더' '내가 더'를 생각하는 사람이 꼭 있다"며 "상용을 통해 그런 사람들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영화가 다룬 세상을 현실 사회에 대입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극 중 상용의 추종자인 철민 역의 유수빈은 "'콘크리트 마켓'은 결국 생존에 대한 이야기"라며 "영화의 세상은 지진만 났을 뿐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물들이 생존을 위해 다른 형태의 선택을 하는데 그 순간마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상상하면서 본다면 더 흥미로울 수 있다"고 밝혔다.
● 대홍수가 덮친 지구의 마지막 날
'콘크리트 마켓'에서 문명을 무너뜨린 재난이 지진이었다면 오는 19일 공개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대홍수'(제작 환상의 빛)에서는 대홍수가 세상을 집어삼킨다. 예고 없이 시작된 대홍수로 지구의 멸망이 임박한 순간,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을 가진 사람들이 물에 잠킨 아파트에서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긴박한 사투를 다룬다.
배우 김다미가 인공지능 연구원 안나로, 아역 권은성이 그의 아들 자인으로 극을 이끈다. 박해수는 안나가 일하는 인공지능 연구소의 팀장 희조로 대홍수의 위기 속에서 희망을 건 위험한 작전을 벌인다. 대홍수와 인공지능 소재를 접목한 SF 재난 영화로 경쟁력을 갖췄다.
대지진과 마찬가지로 대홍수 역시 최근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면서 공포심을 키우고 있다. 기후 위기로 걷잡을 수 없는 대재난이 빈번한 가운데 등장한 영화들인 만큼 허구의 상상력으로 만든 SF 재난극이라고 해도 현실이 떠오르는 설정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두 영화 모두 아파트가 배경인 점도 절묘하다. '콘크리트 마켓'이 무너진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를 통해 그 세계를 응축해 보여준다면 '대지진'의 아파트는 불가항력의 재난 현장. 거대한 물바다에 빠진 안나와 자인 모자의 긴박한 사투를 통해 안온한 삶의 공간인 아파트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극적으로 보여준다.
연출은 올해 여름 '전지적 독자 시점'을 선보인 김병우 감독이 했다. 데뷔작인 '더 테러 라이브'부터 'PMC: 더 벙커'까지 주로 재난물에 주력한 김 감독은 이번 '대홍수'로 그 흐름을 이어간다. 김병우 감독은 "'대홍수'의 제목은 장르와 의미, 두 가지를 내포하고 있다"며 "영화가 마지막에 도착했을 때 더 이상 장르가 아닌 다른 의미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