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포테이토 지수 90%] ‘자백의 대가’...복수를 넘어 '단죄'로
||2025.12.09
||2025.12.09
자백의 대가는 가혹했지만, 인간의 선한 본성을 놓지 않으려는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연대의 끝에서는 작은 희망의 씨앗이 움텄다. 처음부터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범죄였고, 벌어진 뒤에는 그에 상응한 법의 심판을 받았어야 했다. 비극이 더 큰 비극의 소용돌이를 만드는 이야기, 전고연과 김고은이 주연한 '자백의 대가'가 다룬 세계다.
화려한 옷을 즐기고 심각한 상황에서도 자꾸만 웃는 미술 교사 윤수(전도연)는 하루아침에 남편을 살해한 용의자가 된다. 구치소에 갇힌 채 죽이지 않았다고 외쳐보지만, 처음부터 윤수를 범인으로 확신한 검사 백동훈(박해수)의 집요한 추궁은 그를 더욱 옥죌 뿐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치과 부부에 독극물을 먹여 죽인 모은(김고은)이 구치소에 들어온다. 뉴스에서 접한 윤수를 알아본 모은은 그에게 접근해 대신 남편을 죽였다고 자백을 해줄 테니, 자신이 미처 죽이지 못한 치과 부부의 10대 아들 고세훈(남다름)을 없애달라고 요구한다.
'자백의 대가'는 살인 누명을 벗으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에게 다시 한번 살인을 요구하는 모은과 어린 딸을 지키기 위해 그 요구를 받아들이는 윤수의 은밀한 거래로 시작한다. 둘 사이를 의심하는 백동훈은 보석으로 풀려난 윤수의 뒤를 쫓고, 모은 역시 윤수를 압박하면서 하루빨리 고세훈을 없애라고 협박한다. 아직 완전히 혐의를 벗지 못해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 윤수는 이동 경로가 모두 경찰에 전송되는 가운데서도 모은의 압박에 고세훈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드라마는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로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도대체 범인이 누구인지 좀처럼 드러나지 않으면서 눈치가 빠른 시청자라도 진짜 범인의 정체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윤수와 모은의 비밀스러운 거래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이 엉성하고 황당한 행동을 빈번하게 벌이지만 그럼에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건 '범인 찾기'와 '왜 죽였는지'를 향한 궁금증이다. 강렬한 서스펜스를 최대 미덕으로 삼아 12편의 이야기를 단숨에 '정주행'하게 만든다.
● 전도연과 김고은, 켜켜이 쌓아가는 캐릭터
'자백의 대가'는 윤수와 모은이라는 두 인물을 기둥 삼아 이야기를 뻗어간다. 이들 사이의 거래와 처한 상황, 벌이는 일들은 선명하게 드러나지만 정작 두 인물이 품은 '진심'이 무엇인지는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든다. 단순히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넘어 윤수와 모은이 과연 '선인'인지 '악인'인지 계속 의심을 품게 한다.
중반에 이르러 모은이 가진 사연이 드러나면서 드라마에 깊이가 더해진다. 잔혹한 살인마로 세상에 알려지고 사이코패스로도 불리는 모은이 왜 그토록 치과 의사 부부를 잔혹하게 죽였는지, 또 그 아들에게 왜 그렇게 집착하는지 하나둘씩 알려지면서 그의 진짜 얼굴도 베일을 벗는다. 이 같은 설정은 자칫 '살인마에 서사를 부여한다'는 날선 시선을 받을 수도 있지만, 무표정 속에 진짜 마음을 숨긴 김고은의 빛나는 연기 덕분에 저항 없이 시청자를 설득시킨다.
온통 비밀투성인 모은과 달리 윤수는 시작부터 그가 처한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판화가인 남편이 작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미술 교사로 일하면서 가족 생계를 책임질 만큼 헌신적이고, 학생들과도 경계 없이 생각을 나누는 친근한 선생님, 그리고 남편을 잔혹하게 죽인 살인 용의자까지. 구치소에 울려 퍼지는 결백을 주장하는 그의 외침은 처절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윤수가 정말 억울한 누명을 썼는지, 아니면 철저하게 범행을 숨긴 진짜 살인범인지에 대해 의심은 교차한다. 윤수를 이중적인 캐릭터로 표현하는 전도연의 저력이다.
당초 '자백의 대가'는 다른 두 명의 여배우를 캐스팅해 제작을 준비했지만 이견 등이 발생해 재정비 끝에 전도연과 김고은이 최종 주인공이 됐다. 오직 작품의 경쟁력과 캐릭터의 매력에 집중해 출연을 결정한 두 배우의 선구안은 적중했다.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윤수도, 다른 작품이었다면 '빌런'으로 치부됐을 모은도 전도연과 김고은을 통해 생명력을 얻으면서 오랫동안 잊기 어려운 강렬한 캐릭터로 남게 됐다.
● '복수'를 지나 '단죄'로
'자백의 대가'는 윤수와 모은이 얽힌 살인 사건에서 한 걸음 들어가 모든 비극의 출발인 또 다른 사건을 들춘다. 10대들이 벌인 불법 동영상 촬영과 유포 범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피해자와 그 가족의 비극, 또한 그 범죄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은 기득권으로도 시선을 확장한다. 이를 통해 드라마는 처음부터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범죄를 벌이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이들에 향한 '단죄'의 메시지로 나아간다.
극본을 쓴 권종관 작가는 영화 '새드무비'와 '특별 수사: 사형수의 편지'를 연출한 감독이다. 특히 김명민과 성동일 주연의 '사형수의 편지'를 통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한 인물의 편지로부터 드러나는 거대한 비밀에 관한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게 그려 주목받았다. 이번 '자백의 대가' 역시 살인 누명과 살인 자백이라는 상반된 상황을 통해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비밀에 다가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사형수의 편지'와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
배우들의 활약과 탄탄한 극본은 돋보이지만 사실 '범인 찾기'의 힘으로 12편의 이야기를 끌고 가다보니 후반부에 이르러 힘이 달린다. 특히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과정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도 만든다. 예상하지 못한 '반전'의 충격은 있지만, '범인을 위한 범인'으로 설정된 듯한 작위적인 인상이 짙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마저도 설득시키는 배우들의 역량이다. 전도연과 김고은 뿐 아니라 작품에 등장하는 교도관 김국희, 보호관찰관 이상희, 구치소에 수감된 10대 이재인까지 여성 캐릭터들이 능동적으로 행동하면서 사건의 중심에 있는 활약도 돋보인다.
연출: 이정효 / 극본: 권종관 / 출연: 전도연, 김고은, 박해수, 진선규, 김국희, 이상희 외 / 장르: 범죄 스릴러 / 공개일: 12월5일 / 시청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 에피소드: 12부작 / 스트리밍: 넷플릭스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