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정보 유출’ 쿠팡, 결국 ‘초대형 집단 소송’ 닥쳐…
||2025.12.10
||2025.12.10
쿠팡에서 3,370만 건에 달하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국내 수사를 넘어 미국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10일,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대륜의 미국 현지 법인 SJKP는 쿠팡 한국 법인의 모회사인 ‘쿠팡 Inc.’를 상대로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소비자 집단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쿠팡 Inc.는 미국 델라웨어주에 설립된 법인이자 뉴욕 증시에 상장된 나스닥 기업으로, 한국 쿠팡 지분을 100% 보유한 미국 본사라는 점을 소송 대상 선정 이유로 들었다.
대륜 측은 지난 8일(현지시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쿠팡에서 한 번이라도 물건을 구매한 회원이라면 누구나 이번 소송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국적 보유 여부나 실제 거주지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한국을 비롯해 해외에 거주하는 피해자들도 미 연방법원 소송에 원고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지 기자회견 당시만 해도 참여 인원은 200명 수준이었지만, 이후 온라인 접수가 이어지면서 현재는 1천 명을 넘어섰다는 것이 대륜의 설명이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지점은 미국 특유의 ‘옵트아웃(opt-out)’ 제도다. 소송대리인들은 “이번 사건의 대상이 되는 소비자라면 원고로 직접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본인이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 한 판결에 따른 배상 범위 안에 들어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소송에 직접 참여한 원고와, 자동으로 포함되는 소비자 사이에는 배상액 규모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륜이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소송을 택한 이유로는 손해배상 제도의 차이가 꼽힌다. 우리나라에선 피해자가 실제로 입은 손해를 입증해 그 범위 안에서만 배상이 이뤄지는 반면, 미국은 일정한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해 기업의 중대한 과실이나 반사회적 행위에 대해 응징적 성격의 배상액을 추가로 물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륜 측은 “한국보다 훨씬 현실적인 수준의 배상이 가능하다”며, 재발 방지 차원에서 강한 제재를 이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소송 전략의 핵심으로는 미국 소송 절차에 존재하는 ‘디스커버리(증거 개시)’ 제도가 거론된다. SJKP 소속 변호인단은 디스커버리를 통해 쿠팡 미국 본사와 한국 쿠팡 사이에 오간 이메일, 보고서, 회의 자료, 이사회 자료 등 내부 문건 제출을 법원에 요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된 보안 시스템 관리, 위험 관리 의사결정 과정까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변호인단은 “한국에서 수사만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자료를, 미국 법원의 명령을 통해 보다 광범위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수사는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쿠팡 개인정보 유출 전담 수사팀’은 최근 서울 송파구 쿠팡 국내 법인 본사에 수사관 17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는 지난달 25일 쿠팡이 “유출자를 찾아달라”며 고소장을 제출한 뒤 약 2주 만에 이뤄진 강제수사다. 쿠팡이 퇴사한 중국인 직원을 유출 혐의자로 지목한 가운데, 경찰은 공범 여부와 함께 정확한 유출 경로, 보안 허점, 관리 책임 등을 디지털 증거 분석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확보된 자료를 토대로 향후 경영진·임원진에 대한 수사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대륜 측은 이번 미국 소송의 목표가 단순한 ‘위로금’ 지급 수준을 넘어선다고 선을 그었다. 쿠팡의 지배구조와 위험 관리 체계 전반에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보고,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와 함께 보안 시스템의 근본적인 재점검·재구축까지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쿠팡 본사의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을지, 그리고 미국 연방법원이 어느 정도 강도의 판단을 내릴지에 대해 이용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