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대 진입 위기 원인을 ‘청년들’ 때문이라고 정의한 한국은행
||2025.12.10
||2025.12.10
최근 환율 급등 흐름이 거세지면서 정부와 한국은행이 긴급히 머리를 맞댄 상황에서 핵심 원인을 어떻게 읽고 있는지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세종청사 기자 간담회에서 해외 주식 과세 강화를 “열려 있다”고 답한 구현철 경제부총리의 발언은 외환 정책의 시선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그대로 드러냈고, 그 뒤로 퍼진 ‘해외주식 양도세 40%’ 찌라시는 허위로 정리됐지만 인식의 방향 자체는 논란을 키웠다.
이어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환율 1500원은 한·미 금리차 때문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청년들의 해외 투자로 돌린 발언까지 겹치자, 시장이 느끼는 현실과 경제 수장의 시선이 어긋난 장면이 더 선명해졌다.
해외 투자를 유행처럼 따른다는 총재의 설명은 이미 올해 4월에도 나왔고, 당시에도 “한국 젊은 세대에게 해외 투자가 힙하게 여겨진다”는 말이 미국 워싱턴DC G20 현장에서 그대로 인용됐다. 문제는 청년이 자산이 적은 집단이라는 기본 구조조차 고려하지 않은 채, 원인 규정의 중심에 청년들을 끌어다 놓았다는 점이다. 더 많은 금액을 실제로 운용하는 기성세대는 논외로 남겨둔 채 해외 투자를 환율 급등의 범인으로 특정한 셈이라 시장은 이를 곧바로 현실 감각 상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원화를 쓰는 행위 자체를 ‘문제’로 규정하면 해외 여행객부터 고액 유학 자금까지 모두 지목돼야 한다는 역설이 생긴다. 그러니 청년 탓으로 좁힌 논리는 더 설 자리가 없고, “정책당국은 책임 없고 국민의 선택이 문제”라는 흐름이 굳어지면 대책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 환율 급등을 되돌릴 지점은 사실상 사라진다. 시장은 늘 정확하게 먼저 반응한다는 기본 원리가 있는데, 이를 역행하려 하면 반드시 후폭풍이 따라붙는다.
자국 통화를 가장 먼저 버리는 건 언제나 그 나라 국민이라는 크루그먼의 경고처럼, 국내 투자자들이 원화를 떠나는 건 원인이 아니라 징후다. 통화량 M2가 4년간 20%나 늘어난 반면 미국은 3% 증가에 그친 구조, 강남 부동산만 오르게 만드는 금융 배분 구조, 상위 1%가 저금리로 대규모 자산을 확대하며 형성한 자산 양극화가 청년과 중산층에게는 원화를 보유할 이유 자체를 지우고 있다. 강남 평균 27억 원, 인기 단지는 70억 원대까지 치솟은 현실은 대부분의 국민에게 “이 구조에선 원화만 들고 있으면 뒤처진다”는 메시지를 반복한다.
22년 1월 1100원이던 환율이 1460원대까지 오르며 현금 보유자들은 순식간에 달러 기준 자산가치가 25% 넘게 잠식됐다. 누구도 쿨해 보여서 달러를 사는 게 아니라 생존을 위해 원화를 벗어나는 것이다. 이런 절박함을 읽지 못한 채 ‘해외투자 유행론’만 반복하면 시장의 판단을 거스르게 되고, 이는 골든타임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처방이 된다.
해결의 출발점은 단 하나, 원화를 다시 보유하고 싶게 만드는 구조다. 모든 계층이 원화 기반 투자로 자산을 키울 수 있어야 환율이 안정된다. 한미 금리차 조정, 통화량 통제, 재정정책 재점검, 가계부채 축소, 신기술 중심 투자 전략 등은 시장을 안심시키는 근본 대책이다. 반대로 국민연금 해외자산 매각·환헤지 강제, 수출기업 환전 압박 같은 조치는 단기 미봉에 그치며 경쟁력 악화라는 부작용만 키운다.
지금은 외환시장 사자 협의체 개입으로 잠시 눌러둘 수는 있어도 근본 대책 없이는 다시 튀어 오르는 반복 구조로 돌입한다. 개입 여력이 바닥나기 전에 병의 원인을 정확히 짚고 구조를 뒤집는 수술이 필요하다. 시장은 이미 신호를 보냈고, 이제 필요한 건 현실을 정확히 읽는 정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