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목사님이 성욕을 없애려고 만들었다는 전세계인의 과자
||2025.12.15
||2025.12.15
19세기 미국에서 인간의 ‘들끓는 본능’, 특히 성욕을 억제하기 위해 탄생했던 한 과자가 현대에 이르러 오히려 도파민을 폭발시키는 ‘쾌락의 디저트’로 탈바꿈했다. 미국인의 ‘소울푸드’로 불리는 그레이엄 크래커의 이야기다. 이 크래커의 탄생 배경은 종교적 신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세기 중반, 침례교 목사이자 식생활 개혁가였던 ‘실베스터 그레이엄’은 자극적이고 맛있는 음식이 사람들의 음란한 마음을 부추긴다고 굳게 믿었다.
이에 그는 신도들의 금욕적인 생활을 돕고 ‘순결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거친 통밀가루만을 뭉쳐 만든, 일명 ‘맛 없는 금욕의 과자’를 배급했다. 어떠한 첨가물도 없이 오직 통밀의 거친 질감만을 강조한 이 과자에는 성욕을 잠재우려는 목사의 순고한 의도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목사의 순고한 뜻은 시간이 흐르며 대중의 입맛에 의해 처참하게 ‘배신’당했다. 1850년경 그레이엄의 추종자였던 ‘레셀 대처 트랄’이 상업화를 시작한 이후, 1800년대 말 미국의 거대 기업 ‘나비스코(Nabisco)’가 본격적인 대량 생산에 나서며 크래커는 소박한 건강식에서 대량 생산된 과자로 변모했다.
1925년 허니 메이드가 꿀을 첨가한 버전을 출시하면서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점차 시나몬, 바닐라 등 향신료와 다량의 당분이 추가되면서 그레이엄 크래커는 목사의 금욕적 의도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달콤한 쿠키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변화의 정점에는 캠프파이어 문화의 상징인 ‘스모어(S’more)’가 있다. 그레이엄 크래커 두 장 사이에 초콜릿과 불에 구운 마시멜로를 녹여 끼워 넣은 스모어는 ‘세상에서 제일 살찌는 악마의 디저트’로 악명이 높다.
본래 금욕을 위해 태어난 과자가 이제는 ‘입에 넣는 순간 도파민이 터지는 쾌락의 끝판왕’이 되어버린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레이엄 크래커는 한때 종교적 신념의 산물이었으나, 결국 대중의 끊임없는 식탐과 유혹에 굴복하며 ‘건강함과 달콤함의 절묘한 균형’을 찾는 현대인의 대표 간식으로 재탄생했다. 이는 금욕을 요구했던 한 목사의 이상이 대중의 현실적 욕망에 부딪혀 변화된, 식품 역사 속의 변주곡으로 기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