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 최강인데, 일본은 존재감 조차 없는 이 분야…갈라파고스 되다
||2025.12.20
||2025.12.20
일본은 게임 강국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스트리트 파이터, 철권, 포켓몬, 마리오처럼 세계적인 IP를 꾸준히 만들어왔고, 게임을 문화로 키운 나라라는 평가도 받는다. 그런데 e스포츠 무대에선 상황이 다르다. 종주국이라 불리는 일본이 국제 대회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하지는 못한다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이 질문은 최근 일본에서도 큰 논쟁이 됐다. 한 게임 분석 영상에서 “일본 e스포츠가 약한 건 닌텐도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고, 실제 일본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이어졌다. 단순한 책임 전가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일본 게임 문화의 구조적 특성이 깔려 있다.
먼저 시장 구조부터 다르다. 일본의 게임 이용 비중은 모바일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콘솔이 그다음, PC는 상대적으로 낮다. 모바일을 제외하면 콘솔 비중이 PC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특히 닌텐도 스위치는 일본 콘솔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문제는 e스포츠의 주 무대가 여전히 PC 중심이라는 점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발로란트, 카운터스트라이크 같은 글로벌 종목은 PC 기반 팀 게임이다. 콘솔과 휴대용 게임 위주로 성장한 일본 게이머들이 이 흐름에 자연스럽게 합류하기 어려운 구조다.
게임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 일본에서는 게임을 ‘이겨야 하는 경쟁’보다는 ‘잘 만든 오락’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강하다. 혼자 즐기거나, 잘하는 사람의 플레이를 감상하는 데서 만족하는 이용자가 많다. 인생을 걸고 승패에 집착하는 e스포츠식 경쟁은 다소 낯설다는 인식도 존재한다.
이 차이는 팀 e스포츠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일본은 스트리트 파이터, 철권 같은 개인 격투 게임에서는 세계 정상급 선수를 꾸준히 배출해왔다. 반면 팀 단위 전략과 호흡이 중요한 FPS나 MOBA 장르에서는 성과가 제한적이다. 개인 기량은 뛰어나지만 집단 전술과 메타 적응이 약하다는 평가가 반복된다.
환경 차이도 크다. 한국은 PC방 문화가 일찍 자리 잡으며 또래 집단 간 경쟁과 관전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중국 역시 대규모 온라인 PC 환경에서 e스포츠 생태계를 키웠다. 일본은 콘솔·아케이드 중심으로 분산된 구조였고,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대회 성적은 자연스럽게 갈린다.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을 때도 한국은 압도적인 성과를 냈지만, 일본은 일부 종목에서만 메달을 획득했다. 결코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게임 강국’이라는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종목 구성이 일본 게임사 중심으로 바뀐 점도 논란을 키웠다. 그럼에도 일본이 확실한 우위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구조적 한계가 더 분명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네티즌 반응은 비교적 담담하다. “전 세계가 PC 게임을 할 때 일본은 닌텐도를 하고 있었다”, “게임은 스포츠가 아니라 즐기는 것”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이 말은 변명이라기보다 자국 게임 문화에 대한 솔직한 인식에 가깝다.
결국 일본 e스포츠의 약세는 실력 부족보다는 방향의 차이에 가깝다. 일본은 게임을 산업이자 문화로 키워왔지만, 경쟁 스포츠로 밀어붙이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웠다. 닌텐도는 원인이라기보다 결과다. 일본이 선택해온 게임의 철학이 지금의 e스포츠 지형과 어긋났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