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미지가 버린 딸 정재은을 친딸처럼 키운 가수의 정체
||2025.12.20
||2025.12.20
대한민국 가요사에서 이미자는 ‘전설’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하지만 화려한 무대 뒤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가족사가 숨어 있었다. 이미자는 1964년 연주자였던 남편과의 사이에서 딸 정재은을 낳았지만, 폭력으로 얼룩진 결혼 생활 끝에 두 살배기 딸을 남겨둔 채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린 정재은의 삶은 혹독했다. 3류 악단장으로 전락한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비닐하우스에서 잠을 자고, 여인숙 주인에게 “이미자의 딸”이라 말하며 잠자리를 구한 적도 있었다. 유명 가수의 딸이라는 사실은 보호막이 아니라, 오히려 생존을 위한 마지막 카드였다.
1969년, 외할아버지의 주선으로 이미자와 잠시 재회할 기회가 찾아왔다. 이미자는 조심스럽게 “엄마와 함께 살래?”라고 물었다. 그러나 정재은은 잠시 고민한 뒤 “엄마는 많은 걸 가졌지만 아버지는 나밖에 없어요”라고 답했다. 그 선택으로 모녀는 다시 갈라졌다.
정재은은 13살의 어린 나이에 가수로 데뷔했다. 하지만 삶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1986년, 아버지가 빚을 지고 일본으로 도피하면서 그 빚은 고스란히 정재은의 몫이 됐다. 무대에 서는 시간보다 채권자를 피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한국에서의 활동이 사실상 막힌 1999년, 정재은 앞에 한 가수가 나타났다. 그는 그녀의 사정을 묻지 않았다. 대신 일본 음반계의 거물에게 정재은을 소개하며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이후 그는 매니저이자 보호자처럼 곁을 지켰다.
그 가수의 도움으로 정재은은 일본에서 ‘치유니’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일본 레코드 대상 신인상 수상, 오리콘 차트 연속 1위라는 성과는 단순한 성공이 아니었다. 생존의 끝에서 시작된 두 번째 인생이었다.
정재은은 훗날 한 인터뷰에서 “그분은 생모보다 더 엄마 같았다”고 말했다. 힘들 때 꾸짖고, 넘어질 때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었다고 했다. 지금도 그녀는 그 가수를 ‘엄마’라고 부른다. 그 가수의 정체는 바로 김연자였다.
혈연은 아니었지만, 정재은에게 있어 김연자는 삶을 지탱해 준 존재였다. 이미자의 딸 정재은을 일본 엔카의 스타로 만든 진짜 어머니는, 아이를 낳은 사람이 아니라 아이를 끝까지 버리지 않은 사람 김연자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