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진품명품에 나온 감정가 0원의 작품…이유 알고보니 소름
||2025.12.22
||2025.12.22
TV 프로그램에 등장한 한 점의 글씨가 감정단을 멈춰 세웠다. 가격을 묻는 질문 앞에서 나온 답은 뜻밖에도 ‘0원’이었다. 진품명품 역사상 처음이자 유일한 판단이었다.
문제의 작품은 안중근 의사가 남긴 유묵 ‘경천(敬天)’이다. 단 두 글자지만, 그 무게는 숫자로 환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경천’은 문자 그대로 하늘을 공경하라는 뜻이다. 그러나 안중근에게 하늘은 추상적 존재가 아니었다. 민족과 나라, 그리고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정의 그 자체였다. 하늘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는 말은 곧 나라를 배반하지 말라는 선언에 가깝다.
이 유묵은 2009년 12월 TV쇼 진품명품에 의뢰품으로 등장했다. 보통이라면 시대, 필체, 희소성을 근거로 금액이 산정된다. 그러나 감정단은 다른 선택을 했다.
역사적 의미와 민족적 상징성이 너무 커 화폐 가치로 환산하는 순간, 오히려 본질을 훼손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가치가 없다’가 아니라 ‘가치를 매길 수 없다’는 의미로 감정가 0원이 제시됐다.
이 결정은 프로그램 역사상 최저가이자 동시에 최고 가치를 상징하는 기록으로 남았다. 숫자를 지운 순간, 오히려 작품의 무게가 또렷해졌다.
안중근의 글씨는 미술품이기 이전에 선언문에 가깝다. 장식도 과시도 없다. 단정한 획 속에는 자신의 생과 죽음을 이미 내려놓은 사람의 태도가 담겨 있다.
현재 이 유묵은 서울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종교 시설이자 역사 공간이라는 점도 상징적이다. 신앙과 신념, 인간과 민족이라는 가치가 한 자리에 놓여 있다.
감정가 0원은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기준에 가깝다. 어떤 유물은 사고파는 대상이 아니라, 기억되고 지켜져야 할 대상이라는 사실을 이 두 글자가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