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계선 기준 어렵다며 ”북한에 한국 땅을 그냥 내줘버린” 이 ‘상황’
||2025.12.24
||2025.12.24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9월 전방 부대에 군사분계선(MDL) 침범 판단 기준을 변경해 하달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새 지침은 한국군 지도상 MDL과 유엔군사령부(UNC) 기준선이 다를 때 ‘더 남쪽 선’을 기준으로 북한군 침범에 대응하라는 내용이다. 이는 실질적으로 한국 측 관할 구역을 좁히는 효과를 낳아 ‘북한에 땅을 양보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비무장지대(DMZ) 내 북한군 정전협정 위반 시 현장 부대의 단호한 대응과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여당 내에서도 “안보 자해 행위”라는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이 지침이 작년 6월부터 사실상 적용됐다고 주장하나, 공식 경계작전 지침서에 명기된 건 올해 9월부터다.
DMZ 내 군사분계선은 1953년 정전협정 당시 유엔사와 북한 측 표지판을 연결한 선으로 정의됐으나, 한국군 지도와 유엔사 기준이 약 60% 지점에서 불일치한다. 새 지침에 따라 한국군 지도상 MDL만 넘어오면 유엔사 선을 우선하고, 반대 상황이면 한국군 선을 따르는 ‘상황별 선택’ 방식이 도입됐다.
이로 인해 경고사격 기준선이 남쪽으로 밀리면서 북한군 활동 공간이 사실상 확대됐다. 군 안에서는 “북한군이 지뢰 매설이나 철책 설치 과정에서 MDL을 넘어도 즉각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합참은 내년 중 유엔사와 불일치 지점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로선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가장 큰 문제는 지침 변경 직후 북한군 MDL 침범이 급증한 점이다. 올해 1~9월 3회에 그쳤던 침범이 9월 지침 하달 후 10월 3회, 11월 10회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총 17회 중 경고사격은 13회, 방송만으로 퇴거시킨 4회는 모두 11월에 집중됐다.
북한은 작년 4월부터 DMZ 북측 철책·대전차 방벽 설치 작업을 벌이며 MDL 일대를 ‘국경선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엔사에 뒤늦게 통보한 이 작업은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 후속 조치로 풀이되며, 지침 변경이 북한의 도발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군은 경고방송만 2년간 2,400여 회 실시했으나, 사격 자제 기조가 강화되면서 ‘착한 도발’ 허용 논란이 불거졌다.
국민의힘은 합참 지침을 “북한에 MDL을 상납한 안보 자해 행위”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강대식 의원은 “지침 변경 후 침범이 4배 이상 늘었고, 지뢰 매설까지 방치됐다”고 지적했다. 야당도 “유엔사 협의 없이 일방 변경은 혼선 자초”라며 정부를 압박 중이다.
반면 국방부는 “오래된 관행이며, 현장 대응과 충돌 방지를 위한 실효적 조치”라고 반박했다. 최근 북한에 군사회담을 제안한 것도 이 맥락으로, “대화로 MDL 일치시키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치권 공방 속 전방 부대는 여전히 판단 기준 혼선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의 DMZ 요새화는 단순 작업이 아니다. 작년 동·서부 연결도로 폭파에 이어 철책 삼중화, 방벽 설치로 MDL을 ‘실질 국경’으로 만들려 한다. 한국군 지침이 남쪽으로 기울면서 북한은 지뢰 설치나 침투를 더 용이하게 시도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기준 불일치가 60%에 달하는 상황에서 남쪽 선택은 북한 활동 반경을 넓혀주는 꼴”이라고 경고한다. 유엔사와의 기준 통합이 시급하지만, 북한의 대화 거부로 난항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한국 측 DMZ 땅이 조금씩 잠식되는 현실이 안보 불안을 키우고 있다.
전방 GP(감시초소)에서는 새 지침으로 경고사격 타이밍이 늦어져 응대 지연 우려가 커졌다. 북한군이 “인식 차이”를 핑계로 월선하면 방송만 반복, 사격은 최후 수단으로 미뤄지는 식이다. 작년 겨울 중단됐다 재개된 북한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으로, 유사시 충돌 위험이 상존한다.
합참은 “표지판 우선, 좌표 연결선 종합 판단” 원칙을 강조하나, 현장 적용은 여전히 모호하다. 내년 유엔사 협의가 성사되지 않으면 기준 불일치가 고착화될 전망이다. 군사분계선이라는 ‘보이지 않는 선’이 북한에 유리하게 재편되는 과정에서 한국 안보의 취약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번 논란은 DMZ 안보 체계 전반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북한의 국경화 시도에 한국군이 수동적 대응으로 일관하면 실효적 억제가 어렵다. 정치권 요구처럼 유엔사와 신속 협의, 침범 시 즉각 사격 원칙 강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북한은 여전히 MDL 일대 활동을 확대 중이며, 한국군의 판단 기준 혼선이 도발 창구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군사회담 제안에도 응답이 없으나, 기준 명확화 없이는 우발 충돌 위험이 계속 커질 전망이다. 한반도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땅 따먹기’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