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층 아파트에 살고있지만 전기가 없다…북한 초고층 건물의 민낯
||2025.12.30
||2025.12.30
북한 경제의 민낯을 들여다보면 기묘한 풍경이 겹쳐진다. 겉으로는 고층 아파트와 대형 건설 프로젝트가 이어지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일상은 붕괴 직전이다. 조한범 박사의 분석은 김정은 정권이 선택한 보여주기식 통치가 어떤 재앙을 낳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평양에는 50층, 80층 초고층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섰다. 외형만 보면 대도시의 스카이라인에 가깝다. 그러나 전력 공급이 없어 엘리베이터는 멈춰 있고, 출퇴근 시간에만 전기가 잠깐 들어온다.
문제는 생활 인프라다. 3층 이상에는 수돗물조차 올라가지 않는다. 고층에 살수록 물을 길어 올려야 하는 역설적인 구조다. 아파트는 높아졌지만 생활 수준은 땅으로 내려앉았다.
부실 공사도 심각하다. 김정은 집권 초기 1년 만에 급조된 50층 아파트 단지에서는 이미 균열이 발생했다. 건물이 쪼개지듯 갈라지며 붕괴 위험까지 거론된다.
경제 지표는 이 왜곡을 더 분명히 보여준다. 건설업은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지만, 전기·가스·수도 같은 필수 인프라는 오히려 마이너스를 찍었다. 민생이 아니라 업적 홍보에 자원이 쏠렸다는 의미다.
지방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더 참혹하다. ‘지방 발전 20×10’ 정책에 따라 매년 공장이 세워지지만, 원자재와 에너지가 없어 사실상 멈춰 있다. 공장 지붕 위에 쌓인 눈이 녹지 않는다는 말이 현실을 설명한다.
평양 밖 지역의 풍경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마을, 유리 대신 비닐을 붙인 창문, 밤이면 완전히 어두워지는 거리. 조한범 박사가 “세트장이 필요 없는 조선시대 풍경”이라 표현한 이유다.
민생 경제는 이미 파탄 상태다. 북한 원화 가치는 급락했고 환율은 단기간에 수만 원대로 치솟았다. 쌀과 옥수수 가격이 몇 배씩 오르며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이 여파는 탈북민 가족들의 절규로 이어진다. 북한에 남은 가족들이 “이번에 안 도와주면 내년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반복한다. 경제 지표가 아니라 생존의 언어다.
정보 통제는 여전히 강고하다. 주민들은 크리스마스를 모른다. 12월 24일은 한때 김정은 할머니의 생일로만 인식됐고, 최근에는 그마저도 흐릿해졌다. 종교 시설은 존재하지만 실체는 없다.
평양의 교회와 사찰은 외부용 전시물에 가깝다. 실제 신자는 없고 관리자는 모두 당 소속이다. 일반 주민이 성경을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여전히 생명이 위태롭다.
조한범 박사는 이 모든 상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가난한 사람에게 롤스로이스를 선물한 격이라는 비유다. 기초 경제가 무너진 상태에서 초고층과 핵심 무기, 과시용 사업에 집착하는 통치는 체제 안정이 아니라 붕괴 신호에 가깝다.
북한의 위기는 숫자가 아니라 구조다. 겉은 번쩍이지만 속이 비어 있는 시스템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지금 세워지는 것은 미래가 아니라 위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