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불바다로 만든다”는 북한이 이 ‘무기’에 전부 작전 취소한 이유
||2026.01.01
||2026.01.01
북한이 과거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며 내세웠던 핵심 수단은 170mm 곡산포와 240mm 방사포 같은 장사정포 전력이다. 이 포들은 비무장지대 북측 산지에 파고든 이른바 ‘HARTS(지하 갱도·동굴 포진지)’에 숨겨져 있어, 개전 초기에 서울 수도권을 향해 수천 발의 포탄을 쏟아붓는 시나리오의 중심이었다. RAND와 여러 연구는 북한이 60km급 장사정포와 방사포로 단시간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평가했지만, 전제 조건이 있었다. 포진지가 살아남는다는 가정이다.
한국군이 전술지대지미사일 ‘우레(KTSSM)’를 실전 배치하면서 이 전제가 무너졌다. 우레는 애초부터 이 HARTS를 깨부수기 위해 설계된, ‘갱도 킬러’에 가까운 무기 체계다.
우레-I(KTSSM Block-I)는 직경 600mm, 사거리 약 180km의 전술 지대지 탄도미사일이다. 탄두는 지하 관통용과 열압력(thermobaric) 계열로 알려져 있는데, 전자는 갱도 입구와 콘크리트 벙커를 뚫고 들어가 내부에서 폭발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후자는 산악 지형의 동굴 내부 공기를 압축·가열해 내부 병력과 장비를 통째로 증발시키는 개념이다. ADD(국방과학연구소)는 공개 자료에서 우레-I가 북한의 장사정포 동굴 진지를 직접 겨냥해 개발된 ‘포병 킬러’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그동안 서울 불바다 시나리오를 자신했던 이유는, 장사정포를 산 속 깊이 숨긴 뒤 포구만 내밀어 쏘고 다시 숨는 ‘쑥갓 사격’ 전술이 통할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레-I는 GPS/INS 유도와 고정표적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HARTS 좌표를 하나하나 찍어 들어가고, 갱도 입구와 포상·탄약고를 정밀 관통하는 방식으로 그 계산을 무너뜨렸다.
개전과 동시에 한국군이 다수의 우레 탄을 집중 운용하면, 북한 장사정포는 포구를 꺼내기도 전에 벙커째 매몰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전달된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개념이 이미 해외에서 검증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레-I의 수출형·개량형 격인 CTM-290은 K239 천무(Chunmoo) 다연장 로켓 시스템에서 발사되는 600mm 전술탄도탄으로, 최대 사거리는 290km에 이른다. 2024년 안흥 시험장에서 실시된 사격에서, CTM-290은 200초 이상 비행 후 표적을 정확히 명중했고, 이는 폴란드 국방부 고위 인사들이 참관한 가운데 이뤄졌다.
폴란드는 이 탄을 ‘호마르-K(Homar-K)’로 불리는 자국형 천무 체계에 통합하기 위해 288문의 발사대를 계약했고, 2만 3천 발에 달하는 80km 및 290km급 유도탄을 대량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23년 8월 첫 호마르-K가 폴란드 18기계화사단에 배치되면서, CTM-290은 이미 유럽 전장에서 실질적인 억제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즉, 한국이 구상한 “장사정포·벙커 킬러” 개념은 단순 종이 위의 계획이 아니라, 수출형까지 포함해 국제적으로 입증 중인 실체라는 뜻이다.
우레-I가 휴전선 인근 장사정포 동굴을 정리하는 무기라면, 뒤를 잇는 우레-II(KTSSM Block-II)는 북한 후방의 지휘소·탄약 기지·미사일 부대까지 겨냥한 ‘다음 단계’다. 한국 방위사업청은 2023년 9월 우레-II 개발을 승인했으며, 2027년까지 개발을 마쳐 사거리 300km급 고폭탄두 미사일로 전력화할 계획이다. 이 미사일은 단순히 포병 진지뿐 아니라, 평양 인근 전략표적과 후방 미사일 부대 등도 일거에 노릴 수 있는 거리와 정밀도를 지향한다.
폴란드에 제공되는 CTM-290 역시 우레-II와 기본 기술을 공유하지만, MTCR(미사일기술통제체제) 한계를 고려해 290km로 제한된 별도 체계로 규정되고 있다. 한국군이 운용할 우레-II는 동족상잔 위험을 고려해 공개 스펙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개념상 ATACMS 개량형과 유사한 “한국판 ATACMS+”로 평가된다.
이 개발이 완료되면, 천무 다연장 로켓 체계와 결합해 기동식·다연발 발사가 가능해지고, 이는 곧 “움직이는 장사정포·미사일 사냥꾼”을 의미한다.
K239 천무는 원래 130mm·227mm급 유도 로켓으로 80km 거리를 타격하는 다연장 로켓 시스템으로 시작했지만, 플랫폼 자체는 600mm급 전술탄도탄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CTM-290 역시 천무 발사차량에서 쏘도록 개발되었고, 향후 한국형 우레-II도 천무 3.0 체계에 완전히 통합되는 방향으로 진화할 전망이다.
이 구조가 갖는 의미는 세 가지다.
북한 입장에서 보자면 “한 번 포를 꺼내 쏘고 다시 숨는다”는 전통 전술이, 이제는 “포를 꺼내는 순간 갱도 전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공포로 바뀐 셈이다.
물론 북한의 장사정포 전력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은 아니다. RAND와 다른 연구기관들은 여전히 북한이 초기 포격으로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결정적으로 변한 것은 한국군의 반격 속도와 정확도다. 과거에는 장사정포 위치를 파악하고 공군·포병이 반격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동굴 구조상 완전 파괴가 쉽지 않았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 체계가 실전 배치되고, 수출형 CTM-290이 폴란드 등에서 검증되면서 북한의 장사정포 억지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