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군 기강 해이 사건, 병장 전역 선물로 불발탄 선물하려다 그만…
||2026.01.17
||2026.01.17
평화롭던 강원도 고성의 최전방 부대 휴게실이 순식간에 화염과 비명소리로 가득 찼다. 1998년 12월 4일 오후, 근무 교대를 준비하며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던 병사들에게 닥친 재앙은 외부의 적이 아닌 내부의 안일한 대응에서 시작되었다.
사건의 발단은 사고 발생 사흘 전인 12월 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육군 제22보병사단 소속 A 상병은 공용화기 사격장 훈련 도중 폭발하지 않은 ‘M67 90mm 무반동총’ 불발탄 한 발을 발견했다.
본래라면 즉시 보고 후 안전하게 처리해야 했지만, A 상병은 이를 전역을 앞둔 선임병을 위한 특별한 ‘기념품’의 재료로 점찍었다. 그는 살상 무기인 불발탄을 몰래 빼돌려 부대 안 소대 생활관에 숨기는 위험천만한 행위를 저질렀다.
비극은 사흘 뒤인 12월 4일 오후에 터졌다. A 상병 등이 병사 휴게실에서 기념품을 만들기 위해 불발탄의 탄피를 강제로 분리하려 시도하던 중, 예민해진 탄원이 예기치 않게 폭발했다.
당시 현장은 근무 교대 전후의 병사들로 북적이고 있었고, 폭발의 위력은 휴게실 건물을 완파할 정도로 강력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 있던 A 상병을 포함한 병사 3명이 고귀한 목숨을 잃었으며, 5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다.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해당 부대에서는 전역자에게 탄피로 기념품을 제작해 주는 행위가 이른바 ‘전통’처럼 굳어져 있었다. 현장 간부들 역시 이러한 위험한 관행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인하거나 방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 규정보다 ‘관례’를 우선시한 군 기강 해이가 화를 키운 셈이다.
사건 직후 지휘 책임을 물어 소대장이 즉각 구속되었으며, 사단장을 비롯한 지휘 라인 전체가 줄줄이 문책당했다. 이 사건은 불발탄이라는 치명적인 무기를 한낱 소품으로 여긴 병사들의 무지와,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군 내부의 총체적 부실이 맞물려 발생한 비극적인 사례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