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비싼 미국산 무기 안사요” 더 싸고 성능좋은 한국산 무기만 찾는 ‘이 나라들’
||2026.01.17
||2026.01.17
유럽 방산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격한 군비 증강에 나선 유럽 국가들이 미국과 독일, 프랑스산 무기 대신 한국산 무기를 대거 선택하고 있다. 비싼 가격과 긴 납기에 지친 유럽이 빠르고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검증된 K-방산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폴란드는 K2 전차 1,000대, K9 자주포 672문, 천무 다연장로켓 288대 등 총 12조 원 이상의 한국산 무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에스토니아는 K9 자주포 36문에 이어 최근 천무까지 4,400억 원 규모로 추가 계약했다. 노르웨이, 핀란드도 K9을 주력 자주포로 운용하며 북유럽과 동유럽을 잇는 ‘K9 벨트’가 형성됐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서방 방산업체들의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독일과 프랑스 방산업체들은 5~7년의 납기를 요구하고, 미국산 무기는 높은 가격과 복잡한 승인 절차가 걸림돌이다. 반면 한국은 계약 후 수개월 내 인도가 가능하고, 동급 성능 대비 가격이 30~40% 저렴하다.
유럽 국가들이 한국산 무기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 경쟁력이다. 미국의 M1A2 에이브럼스 전차는 대당 약 1,000만 달러(약 140억 원)에 달하지만, K2 전차는 약 850만 달러(약 120억 원) 수준이다. 자주포의 경우 미국의 M109A7 팔라딘이 약 700만 달러인 반면, K9은 약 500만 달러대로 30% 이상 저렴하다.
납기 차이는 더욱 극명하다. 미국과 유럽 방산업체들은 생산 라인 포화와 숙련공 부족으로 신규 주문에 5년 이상을 요구한다. 반면 한국은 폴란드와 K2 전차 계약을 체결한 지 4개월 만에 초도 물량을 인도했다. 폴란드 군사전문지 디펜스24는 창원 공장을 방문한 뒤 “서방이 따라오기 힘든 속도와 물량”이라고 평가했다.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는 폴란드행 K2 전차 40~50대가 NATO 규격 녹색 도색을 마친 채 출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개 생산 라인을 풀가동해 연간 100문 이상의 K9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폴란드 현지 공장의 연간 34문 생산량의 약 3배에 달한다.
폴란드는 K-방산의 유럽 진출에서 핵심 거점으로 부상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급격한 군비 증강이 필요했던 폴란드는 독일 레오파드2 전차의 긴 납기에 실망한 뒤 한국으로 눈을 돌렸다.
폴란드가 한국산 무기를 대거 도입하면서 주변국들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 NATO 동맹국 간 상호운용성이 중요한 상황에서, 폴란드가 K2와 K9을 운용하면 인접국들도 같은 무기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군수 지원과 훈련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현지에 WB그룹과 합작법인 HWB를 설립해 천무 유도미사일을 현지 생산하는 체계도 구축했다. EU의 ‘방산 블록화’ 정책에 대응해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함으로써, 단순 수출을 넘어 수십 년간 이어지는 MRO(유지·보수·정비)와 후속 수주까지 확보하는 전략이다.
K-방산의 강점은 한 번 도입한 국가가 추가 무기 체계까지 연달아 구매하는 ‘선순환 구조’에 있다. 에스토니아는 K9 자주포 36문을 도입해 24문을 인도받아 운용 중인데, 품질과 납기에 만족한 뒤 천무 다연장로켓까지 추가 계약했다.
에스토니아 방위투자청장 대행은 “급변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강력하고 신속한 대응 능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며 “천무 도입은 에스토니아의 방위력을 한층 격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동일 제조사의 무기 체계를 운용하면 정비 인력 교육, 부품 공용화, 군수 지원 체계 통합 등에서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호주 역시 K9의 현지형 모델인 AS9 헌츠맨을 도입해 최근 첫 실사격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호주는 AS9 자주포 30문과 AS10 탄약운반장갑차 15대를 도입하고, 멜버른 인근에 한화디펜스오스트레일리아(HDA) 생산 시설을 구축해 현지에서 제작하고 있다. AS9과 함께 레드백 보병전투차도 도입해, 호주 육군 지상 전력의 핵심 축을 K-방산이 담당하게 됐다.
가격과 납기만이 K-방산의 강점은 아니다. K2 전차와 K9 자주포는 21세기에 설계된 최신 플랫폼으로, 70~80년대에 기본 설계가 이뤄진 서방 무기들과 기술적 차별성이 뚜렷하다.
K2 전차는 자동장전장치를 탑재해 3명의 승무원으로 운용이 가능하고, 능동방어체계(APS)와 첨단 사격통제장치를 갖추고 있다. 1,500마력 엔진과 국산 변속기를 장착해 험지 기동성이 뛰어나며, 수심 4.1m까지 잠수도하가 가능하다. 독일 레오파드2나 미국 M1 에이브럼스가 기본 설계를 유지하며 개량에 의존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K9 자주포는 분당 6~8발의 발사 속도와 40km 이상의 사거리를 자랑하며, 발사 후 60초 이내에 진지를 이탈할 수 있는 기동성을 갖췄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과 대포병 레이더의 위협이 커지면서 ‘사격 후 즉시 이탈(Shoot and Scoot)’ 능력의 중요성이 부각됐는데, K9은 이 요구를 충족시키는 대표적인 자주포다.
유럽 국가들이 K-방산을 선택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신뢰’다. 아무리 좋은 성능의 무기라도 필요한 시점에 도착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박하게 전력 증강이 필요한 유럽 국가들에게 한국의 빠른 납기는 결정적인 선택 요인이 됐다.
폴란드 군사전문지 디펜스24는 창원 방산 공장을 방문한 뒤 “한국산 무기는 단순한 스펙을 넘어, 약속한 날짜에 정확히 도착하는 신뢰를 무기로 전 세계를 공략하고 있다”고 총평했다. 한국은 계약 체결을 확신하면 사전에 생산을 시작하는 과감한 결단력까지 보여주고 있다.
미국 방산 시장에서도 K-방산의 입지가 확대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보잉과 F-15EX 대화면 다기능 전시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 육군과 K9 기반 차세대 자주포 공동 연구개발 협정을 맺었다. 비싼 미국 무기 대신 한국산을 선택하는 흐름이 유럽을 넘어 미국 본토까지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