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한 소문이…” 北 최상위 0.1% 엘리트가 한국에 탈북한 이유
||2026.01.20
||2026.01.20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이일규 전 참사는 북한 내에서도 손꼽히는 최고위 엘리트 외교관이었다. 특히 그는 탈북 전까지 한국과 쿠바의 수교를 저지하기 위해 최전방에서 방해 공작을 진두지휘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표창까지 받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23년, 가족과 함께 사선을 넘어 대한민국 품에 안겼다. ‘머니인사이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개된 그의 탈북 스토리는 평양의 차가운 현실과 자유를 향한 갈망, 그리고 남한 사회 정착의 고뇌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전 참사가 탈북을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는 역설적으로 ‘사람’에 대한 환멸이었다. 북한 체제를 위해 누구보다 헌신하며 살아왔지만, 돌아온 것은 부패한 후배의 끊임없는 뇌물 요구와 모멸감이었다. 특히 지병 치료를 위한 최소한의 요청마저 거절당했을 때, 그는 평생을 바친 체제가 더 이상 자신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022년 코로나19로 북한에 계시던 마지막 혈육인 장모님이 별세하면서 북한에 남은 연고가 사라진 점, 그리고 해외 생활을 경험한 자녀에게 ‘자유’라는 토양을 물려주고 싶다는 부모로서의 결단이 그의 등을 떠밀었다.
그의 탈출 과정은 첩보 영화를 방불케 했다. 쿠바와 한국은 당시 수교 전이었으며, 경유지였던 제3국에서는 이민자 문제로 인해 정치적 망명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북한의 혈맹인 베네수엘라로 강제 송환될 위기의 순간, 우리 정부 대사관의 기적 같은 도움으로 48시간의 사투 끝에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인천공항에 내린 그를 맞이한 것은 환희가 아닌 막막한 ‘책임감’이었다. 이 전 참사는 “대한항공 기내에서 본 한국인들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이들과 경쟁해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고 회고했다. 국정원 조사 과정에서 만난 수사관의 “외교관이라는 자부심을 버려야 정착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조언은 그에게 뼈아픈 교훈이 되었다.
현재 이 전 참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기초수급자로 시작해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도 겪었지만, 이제는 자신의 능력에 맞는 기회를 제공해 준 한국 사회에 감사하며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그는 “북한 여권으로는 비자 없이 갈 곳이 없었지만, 한국 여권은 내 의지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를 준다”며 “자유는 목숨을 걸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