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류승완 VS 장항준
||2026.01.22
||2026.01.22
2000년대 한국영화 중흥의 대열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고, 이후로도 극적인 완성도를 높이며 관객의 신뢰를 쌓아온 두 중견감독이 나란히 설 연휴 극장가를 찾는다. 한국영화의 어제와 오늘은 물론 내일의 새로운 희망을 싹틔우려는 두 연출자에 거는 영화계 기대도 커 보인다.
주인공은 ‘왕과 사는 남자’의 장항준 감독과 ‘휴민트’의 류승완 감독이다. 설 명절 연휴를 앞두고 장 감독은 오는 2월4일 ‘왕과 사는 남자’를, 류 감독은 그 일주일 뒤인 11일 ‘휴민트’를 각각 신작으로 선보인다. 두 사람은 1990년대 말 영화계에 입문한 뒤 2000년대 초반 장편영화 연출자로 데뷔했다. 이후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강한 개성의 장기를 과시해왔다. 침체와 중흥이라는 한국영화 사이클 안에서 수없이 명멸한 연출자들과 달리 이들은 꾸준한 작업으로 관객의 두터운 신뢰를 쌓아왔다는 점에서 이번 신작에 더욱 기대를 걸게 한다.
장 감독은 1990년대 말 시나리오 작가로 출발해 ‘박봉곤 가출 사건’과 ‘북경반점’ 등 각본을 썼다. 2002년 차승원과 김승우가 주연한 ‘라이터를 켜라’와 ‘불어라 봄바람’ 등 코미디 영화로 개성을 드러냈다. 하지만 2014년 ‘끝까지 간다’를 각색하고, 이후 2017년 ‘기억의 밤’을 비롯해 ‘리바운드’ ‘오픈 더 도어’ 등 다양한 장르와 스토리를 오가며 더욱 완숙해진 솜씨를 발휘했다.
그리고 선보이는 ‘왕과 사는 남자’는 그가 처음으로 연출에 도전한 사극. 조선 6대 임금인 어린 단종이 숙부에 의해 자리에서 쫓겨난 계유정난 이후 강원도 영월의 산골마을에 유배를 떠나면서 그곳의 촌장과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전 한국영화가 주목하지 않았던 역사 속 숨은 장면을 새롭게 들춰내면서 권력과 인간의 모습을 세밀히 들여다본다. 무엇보다 장 감독이 전작들에서 다채로운 개성을 뽐내왔던 만큼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 역시 탄탄한 장기로 채웠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장 감독은 “역사 자문 교수님께 끊임없이 질문하며 어디까지가 기록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확인했다”면서 “단종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설 중 무엇을 취하고 어떻게 이을지 상상력이 절실했다”며 연출 과정에 담은 노력을 에둘러 설명했다.
류승완 감독 역시 1990년대 말 ‘3인조’ 등 박찬욱 감독의 연출부로 활동한 뒤 2000년 흑백의 화면에 현란한 액션을 담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주목 받았다. 2002년 전도연과 이혜영 등이 주연한 ‘피도 눈물도 없이’를 비롯해 ‘아라한 장풍대작전’ ‘주먹이 운다’ ‘짝패’ 등을 선보이며 액션영화로 빛나는 연출 감각을 과시했다.
이후 ‘부당거래’ ‘베를린’ ‘군함도’ 등으로 액션을 바탕으로 그 위에 쫄깃한 이야기 솜씨를 얹은 그는 2015년 ‘베테랑’으로 1000만 관객 흥행의 단맛을 봤다. 이후로도 ‘모가디슈’ ‘밀수’ ‘베테랑2’로 여전히 힘을 발휘해온 그는 ‘휴민트’를 신작으로 내놓는다.
휴먼 네트워크를 통해 얻는 정보활동이나 정보원을 뜻하는 ‘휴민트’를 제목으로 내세운 것처럼, 영화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남북한 첩보요원이 부딪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베를린’ ‘모가디슈’ 등으로 해외 촬영에도 강한 면모를 과시해 온 류 감독이 이번에도 이국적 풍경의 분위기 속에서 첩보전에 뛰어든 이들의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두 사람은 나란히 화려한 배우 라인업으로도 자신들이 쌓아온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장항준 감독은 ‘왕과 사는 남자’에서 유해진·유지태·전미도 등과 함께 그룹 워너원 출신 박지훈을 내세운다. 여기에 이준혁과 박지환 등 특별출연진까지 불러 모아 기대감을 키운다.
류승완 감독 역시 조인성·박정민·신세경·박해준 등 스타급 연기자들을 대거 출연시켰다. 특히 조인성과는 ‘모가디슈’ ‘밀수’, 박정민과는 ‘밀수’ 등으로 이미 호흡을 맞춘 바 있어 그 찰떡의 궁합이 다시 한번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와 극장가가 이들의 활약에 더욱 시선을 보내는 까닭은 현재 한국영화가 처한 위기 상황 때문이다. 이를 모르지 않는 두 연출자의 각오도 그만큼 예사롭지 않다. 자신들의 신작을 통해 신선하고 참신한 기획과 작품 콘텐츠가 결국 위기 타개의 해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겠다는 각오이다.
장항준 감독은 “투자자와 배우 등 우리를 믿어 준 사람들에게 ‘이 작품 잘했다’는 확신을 주고 싶다”면서 “간절히 손익분기점을 넘기를 바란다. 현재 침체에 빠진 한국영화계에서 이 작품이 올해 도약의 밀알이 되었으면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류승완 감독도 “극장이 다시 관객들의 놀이터가 될 수 있도록 지금도 후반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휴민트’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