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낭비한 흉물로 불리던 한국 건축물에 외국인 1억명이 몰리는 이유
||2026.01.24
||2026.01.24
지난 2014년, 서울 동대문 한복판에 기괴한 은빛 물체가 등장했을 때 여론은 싸늘했다. 주변 경관을 무시한 채 불시착한 UFO 같다는 조롱부터, 매년 수백억 원의 세금을 잡아먹는 ‘예산 낭비의 끝판왕’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설계라는 타이틀조차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다”라는 혹평 속에 가려졌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애물단지’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야기다.
서울시가 발표한 통계는 더욱 의외다. DDP의 누적 방문객은 이미 1억 명을 넘어섰고, 연간 방문객 2천만 명 돌파라는 대기록을 앞두고 있다. 국내 주요 컨벤션 시설들이 가동률 저하로 고민할 때, 이곳은 79.9%라는 경이로운 가동률을 기록하며 2028년까지 대관 예약이 꽉 차 있다. 무엇이 이토록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든 것일까.
그 비밀은 ‘불가능’이라 치부됐던 건축적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한 한국 특유의 시공력에 있다. DDP를 감싸고 있는 4만 5,133장의 알루미늄 패널은 놀랍게도 단 한 장도 모양이 같지 않다.
당시 해외 건축계조차 “이론적으로는 가능해도 실제 구현은 20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시공을 맡은 삼성물산은 첨단 3차원 입체 설계(BIM) 공법을 도입, 설계 도면을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재구성하는 사투 끝에 이 곡선의 미학을 완성해냈다.
이러한 기술적 성취는 곧 독보적인 브랜드 가치로 이어졌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이 줄을 서서 입점을 대기하고, 전 세계 건축 전공자들이 성지순례하듯 이곳을 찾는다. 과거 ‘과잉 설계’라며 지탄받았던 비정형의 곡면들이 이제는 선진국조차 함부로 흉내 낼 수 없는 한국 건축 기술의 ‘초격차’를 상징하는 증거가 된 것이다.
도심의 흉물에서 도시를 먹여 살리는 보물로 거듭난 DDP의 드라마틱한 반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들은 “DDP의 성공은 단순한 건물의 성공을 넘어, 한국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수출하는 ‘건축 강국’으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