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의 베일에 싸인 딸과 그외 알려지지 않은 숨겨둔 딸들
||2026.01.25
||2026.01.25
한국 경제의 거목,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일군 ‘현대’라는 제국은 오늘날 자동차, 조선, 건설 등 대한민국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거대 기업의 화려한 성장사 뒤편에는 유교적 가풍과 엄격한 내조의 전통 속에 모습을러내지 않았던 여인들의 삶이 존재한다. 특히 정 명예회장의 유일한 적통 딸인 정경희 씨와 사후에야 존재가 드러난 또 다른 딸들의 이야기는 현대가(家)의 이면을 보여준다.
현대가 여인들에게는 철저한 ‘내조의 원칙’이 존재한다. “남의 눈에 띄는 행동은 하지 말라”는 변중석 여사의 가르침에 따라, 며느리들은 물론 딸인 정경희 씨 또한 언론 노출을 극도로 자제해 왔다.
정경희 씨는 1944년생으로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일본 유학을 다녀온 엘리트였다. 그러나 아들들이 경영 전면에 나선 것과 달리, 정 명예회장은 딸의 경영 참여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는 동시대 삼성가(家)의 이명희 회장이 경영인으로 활약한 것과 대조적인 행보였다. 정 씨는 1992년 부친의 대선 출마 당시 불교계를 공략하며 막후에서 조력한 것 외에는 가족의 비극적인 사건 때조차 얼굴을 비추지 않을 만큼 철저한 은둔의 삶을 살았다.
정 명예회장의 사위인 정의영 선진종합 회장은 현대 건설 공채 출신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입사 동기다. 정 명예회장은 도쿄 법인 이사로 있던 정 회장과 일본 유학 중이던 딸 정경희 씨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유도해 혼사를 성사시켰다.
정 회장은 한때 현대중공업 사장 등을 역임하며 ‘현대의 후계 구도’에 변수가 될 인물로 평가받기도 했으나, 1980년대 초 스스로 처가를 떠나 자립의 길을 택했다. 그는 예인선 사업과 레저 사업(스타일리조트) 등에 투신했으며, 비록 리조트 사업은 경영난으로 폐업했으나 주력인 해운 사업(선진종합)은 무차입 경영에 가까운 탄탄한 재무 구조를 유지하며 알짜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평화롭던 현대가에 파장이 일어난 것은 2001년 정 명예회장 타계 직후였다. 탤런트 출신 김경희 씨가 두 딸이 정 명예회장의 친자임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과거 20세의 나이에 38살 연상인 정 명예회장을 만난 김 씨는 미국 이민 후 두 딸을 낳아 길렀다고 밝혔다. 친자 확인 소송 결과 법적으로 혈연관계가 인정되었고, 두 딸은 상속 유산 56억 원과 추가 합의금 40억 원 등 총 1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김 씨는 이후 사업 실패와 사기 피해 등으로 전 재산을 잃고 가난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가족으로 대우하겠다는 약속을 믿고 합의했으나 철저히 무시당했다”며 현대 측을 상대로 추가 소송을 준비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그 근황이 묘연한 상태다.
대한민국 경제사를 관통하는 현대가의 영광 뒤에는 이처럼 엄격한 가풍 속에 자신을 숨겨야 했던 외동딸과, 법적 공방을 통해서야 가족의 이름을 찾으려 했던 숨겨진 혈육들의 엇갈린 삶이 교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