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력 자부심이 높은 프랑스”가 한국 무기에 패배를 선언한 이유
||2026.01.26
||2026.01.26
포병 탄약 규격이 105mm, 155mm처럼 딱 떨어지는 수치로 정착한 배경에는 프랑스의 영향이 있다. 1차대전 당시 프랑스의 포병 체계는 서방 표준의 출발점이었고, 전쟁에 참전한 미국 역시 프랑스 포병 체계를 대거 받아들이며 이 규격을 확산시켰다. 소총 탄약이 인치 체계의 흔적을 남긴 것과 달리, 포병 규격이 미터법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이유다.
문제는 그 표준을 만들었던 프랑스가 오늘날 포병 전력에서 구조적인 공백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한때 서방 포병의 중심이었던 프랑스는 지금 다연장로켓 전력에서 선택지를 외부로 넓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국산 천무와 인도산 피나카까지 검토 대상에 올린다는 사실 자체가, 프랑스 내부 사정이 단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프랑스의 포병 공백은 냉전 이후의 선택에서 비롯됐다. 프랑스는 M270 MLRS를 집속탄 중심으로 운용해 왔다. 그러나 오슬로 조약 이후 자탄형 탄약을 포기하면서 기존 운용 개념이 붕괴됐다. 대안으로 선택한 건 GPS 유도 단일탄두 로켓이었고, 이에 맞춰 일부 M270을 LRU로 개량했다.
하지만 이 개량은 전력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에 가까웠다. 보유 수량은 27대에서 13대로 줄었고, 그마저도 전량 가동이 어려운 상태로 알려져 있다. 부품 단종과 동력계통 노후화는 장기 운용의 발목을 잡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다연장로켓의 가치가 다시 부각됐지만, 프랑스가 즉각 투입할 수 있는 전력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결국 LRU는 2027년 이후 단계적 퇴역이 예정돼 있다.
프랑스는 장거리 육상화력 계획을 통해 150km급 유도 로켓과 500km급 유도 미사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탄약과 유도 기술은 자국 역량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발사차량만큼은 독자 개발 대신 해외 플랫폼 도입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선택의 배경은 명확하다. 예상 수량이 26대 안팎에 불과한 상황에서, 발사차량까지 새로 개발하는 건 비용 대비 효율이 나오지 않는다. 이미 시장은 HIMARS와 PULS 중심으로 굳어져 있고, 여기에 인도의 피나카와 한국의 천무가 경쟁 후보로 올라왔다. 프랑스가 자국산에 집착하지 않고 외부 플랫폼을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한 건, 포병 전력 공백이 그만큼 시급하다는 뜻이다.
하이마스는 프랑스에게 가장 익숙한 선택지다. 기존 M270 계열과의 연속성, 이미 확보된 탄약과의 호환성은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나 납기와 정치적 부담이 함께 따라온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하이마스 수요는 폭증했고, 단기간 내 전력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또 하나의 변수는 파트너에 대한 신뢰 문제다. 발사차량뿐 아니라 탄약과 운용 조건 전반에서 미국과의 정치적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은 프랑스 입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런 조건에서 프랑스가 천무 같은 비미국권 체계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흐름은 자연스럽다. 천무는 다종 탄약 운용, 차륜형 기반, 그리고 기존 M270과 다른 계보의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프랑스의 장거리 화력 구상과 맞닿아 있다.
프랑스는 여전히 군사 강국이고, 포병 기술의 뿌리를 만든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연장 전력에서 외부 해법을 찾고 있다는 사실은, 현대 포병이 기술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조약, 조달 구조, 산업 기반, 운용 수량이 얽히면서 선택지는 빠르게 좁아진다.
같은 시기 한국은 M270을 단계적으로 퇴역시키고 천무를 후계로 자리 잡게 했다. 프랑스와 한국의 선택은 닮아 있지만 결과는 다르다. 프랑스는 공백을 외부에서 메워야 하는 단계에 와 있고, 한국은 이미 체계를 바꿔 운용 중이다. 프랑스가 한국 무기를 검토하는 장면은, 이 차이가 만들어낸 결과다.
프랑스 사례를 정리하면서 느낀 건, 전통과 자부심이 강한 나라일수록 선택의 순간이 더 무겁다는 점이다. 포병 표준을 만들었던 나라가 외부 플랫폼을 검토하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그만큼 다연장 전력의 공백은 숨길 수 없고, 해결은 미뤄지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