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짝사랑한 스토커에게 납치당해 얼떨결에 탈북한 北 금수저 여성
||2026.01.27
||2026.01.27
평양에서 부족함 없는 삶을 누리던 북한 상류층 여성이 단 20분간의 외출 끝에 한국 땅을 밟게 된 기상천외한 사연이 화제다. 탈북민 최초의 방송기자로 활약한 박진희 씨의 이야기다. 그녀는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해, 정치적 신념이나 배고픔이 아닌 황당한 이유로 시작된 자신의 운명적 탈북 비화를 공개했다.
사건은 2008년 6월, 박 씨가 중국 무역 파트너였던 조선족 사장에게 밀수 대금 2만 달러를 받기 위해 잠시 압록강을 건너면서 시작됐다. 평소 신뢰하던 사장은 대화를 제안하며 그녀를 차에 태웠으나, 그가 피운 담배 연기에 박 씨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며칠 뒤 그녀가 눈을 뜬 곳은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중국의 남방 지역이었다.
자신을 납치한 사장의 범행 동기는 기막히게도 ‘짝사랑’이었다. 그는 “본부인과 이혼할 테니 나와 살자”며 집과 휴대전화를 제공하는 기이한 감금 생활을 강요했다. 박 씨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스토킹이었다”며 당시의 당혹감을 전했다.
이미 평양에서 3주 가까이 무단이탈한 상태가 된 박 씨는 보위부의 처벌이 두려워 복귀를 포기했고,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삼엄한 공안의 감시를 피해 목숨을 건 한국행을 선택했다.
사선을 넘어 한국에 도착했지만, 국정원의 의심이라는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가 북한의 ‘이중영웅’ 칭호를 받은 고위층이었기에 탈북할 동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고강도 조사와 거짓말 탐지기까지 거친 후에야 진실을 인정받은 그녀는 신분 노출을 피해 일본으로 건너가 은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의 예기치 못한 이탈은 북한에 남겨진 가족에게 비극이 되었다. 엘리트였던 오빠는 동생 탓에 강제 이혼을 당하고 6년간 용광로 공장에서 고된 ‘혁명화 교육’을 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오빠는 팔에 심한 화상을 입어 불구가 되는 등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박 씨는 “나의 의도치 않은 선택으로 오빠의 인생이 망가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비행기 안에서 오열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가족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숨지 않고 당당히 제 역할을 다하며 살아가겠다”고 강조했다.
